원주투데이는 원주의 중소기업 중 경쟁력 있는 원주형 강소기업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원주형 강소기업은 지난해 11월 원주시노사민정협의회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했으며, 선정기간은 2년이다. 

 

 국내 최초 엑스레이 진단기기 생산·판매
 리스템(대표: 문창호·문상진)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엑스레이 진단기기를 만들어 판매한 기업이다. 대한민국 방사선 의료기기의 1세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6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장수기업이다. 수입에 의존하며 의료기기산업 후발주자였던 한국의 X-선 분야 기술성장과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산업을 선도했다. 

▲ ADR(디지털 X-선 촬영장치)는 방사선   피폭량이 현저히 적다.

 일찍 시작한 만큼 역사가 오래된 것은 물론 제품군도 국내에서 가장 많다.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니 당연한 결과지만 시장점유율도 월등히 높다. 리스템은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했던 국내 진단용 방사선 장치의 기술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하며 국내 의료기기의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이렇게 성장하기까지는 3대에 걸친 과감한 행보와 인내가 뒤따랐다.

 리스템은 한국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60년 '동아X-선기계공업사'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문창호 대표의 선친 고 문명화 회장이 미군 부대에서 폐기 처분한 고물 엑스레이 진단기기를 주워 재조립해 부산지역 의사들에게 판매했던 것이 그 시작이다. 요즘은 병원에 가면 기본적으로 있지만 당시 한국에서 엑스레이 진단기기는 매우 귀한 의료기기였다. 

 하지만 1965년 일본에서 엑스레이 진단기기가 국내에 도입되자 판매는 급격히 저조해졌다. 이러한 과정과 선친의 힘든 모습을 지켜본 문창호 대표는 다니던 의대를 자퇴하고 아르바이트로 학자금을 벌어 연세대 전기공학 전공으로 진로를 바꿨다. 국내에서 엑스레이 진단기기를 생산하겠다는 집념으로 자신의 전공을 살려 회사의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 스탠드와 테이블 두가지 모드로 사용   가능해 특허를 받은 '스마트DR'

 서울올림픽이 끝난 1988년 말부터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1990년대 초 마침내 첫 수출이 필리핀에서 이뤄졌다. 10여 개의 해외 업체를 따돌리고 필름용 엑스레이 진단기기 23대를 필리핀에 공급하게 된 것. 이를 시작으로 1988년 미국에 이어 1989년에는 영국까지 수출길을 열었다. 

 1996년에는 국내 업계 최초로 GM(Good Medical Mark)마크를 획득하고 다음해 NCG-600IR로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이후 리스템의 엑스레이 진단기기 국내 보급이 크게 확산됐다. 1998년에는 500만불 수출의 탑을 거머쥐고 국산 신기술 인정 KT마크를 획득했다.

 2000년에는 생명의료 과학시스템을 공급한다는 '리스템(LISTEM:Life Science System)'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2년 후 산업자원부 세계 일류상품에 선정되는 노력의 결실도 얻었다. 리스템의 연간 매출액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130억 원 이상을 기록하다가 이전한 이후에는 2배 가까이 늘었다. 지금의 자리인 원주 동화첨단의료기기산업단지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기술개발에 주력하며 '제3의 창업'을 선언했다.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를 구심점으로 한 수준 높은 연구 인프라 ▷연세대와 한라대 등 산학협력을 통한 기술인력 공급 ▷원주시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 등을 믿고 2005년 12월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원주로 이전하니 인력 수급이 쉽지는 않았다. 졸업 후 원주에 남아있는 학생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의료마이스터고등학교, 원주 폴리텍대학, 한라대학교 등에서 인재 육성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리스템은 국내 최초로 디지털 X선 장비인 UNI-DR 시스템, 산업통상자원부의 세계일류화 상품으로 선정된 LISDR, 혼자서도 운용할 수 있는 고주파 X선 투시촬영장비인 PROGEN-650R/F, X선 촬영방식의 골밀도 측정 장비인 제니퍼(Jennifer) 등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국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진단용 방사선 장치 관련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로 뻗어나갔다. 

 리스템은 전자동 디지털 엑스레이 영상진단 장비 ADR과 원격장식을 사용한 CLASCAN, 협소한 공간에 테이블 촬영과 흉부 촬영이 가능한 컴팩트 DR을 선보였다. 현재 리스템은 매출액의 1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과감한 지원과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진보된 X선 장비를 선보이며 꾸준한 수출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리스템 문상진 대표

 "고객과 동행하며 세계로 도약할 것"

 리스템은 2006년 사원으로 출발했던 문상진 사장이 2019년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3대 경영의 닻을 올렸다.

 마케팅을 전공한 비즈니스맨 답게 미소로 반기는 그이지만 회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이 달라진다. 리스템은 기술력이 갖춰져 있으니 마케팅만 잘하면 되겠다는 질문에 "일반 소비재와는 고객층이 다르다보니 마케팅 접근법도 다르다. 광고를 하나 올려도 식약처에서 심의를 받아야 한다. 뭐든 쉬운 것은 없겠지만 다르다. 그리고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 마켓팅"이라고 설명하며 고충을 말했다.

 "할아버지가 판매하신 제품을 잘 쓰고 폐원하고 은퇴하신다는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장비는 가정에서 쓰는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고장이 나지 않으면 잘 바꾸지 않는 물건이라 고객과 함께 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꽤 무겁게 다가온다"라며 "고객이 중심이라기보다는 고객과 함께 같이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표는 특유의 긍정적인 화법으로 경영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리스템은 현재 동종업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오래된 국내기업이다. 제품을 사용하는 곳이 생명을 대하는 곳이다 보니 보수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어 다른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함께해온 리스템이 고객과 같이 가는 동반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문 대표는 마케팅이 전공이다 보니 공대 출신인 부친과는 접근관점이 다르다. 부친이 이제껏 고객을 설득하자고 했다면 문 대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자고 생각한다. "엔지니어와 마케터의 관점이니 다를 수밖에 없다. 설득만 고집하다 보면 시간도 더 소요되고 무엇보다 고객이 원하는 방향을 놓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영의 방향을 이야기했다. 

 수입제품과 국산제품이 기술력의 차이가 큰지 묻는 질문에 그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외국계회사들은 CT나 MRI 등 해야 할 것이 많아 예산책정이 어렵다 보니 예전처럼 투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엑스레이에 대한 기술발전이 더뎌졌다. 자본과 인력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을 우선시하는 사이에 한국기업 리스템이 직접 생산하고 글로벌 회사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점유율이 확대됐다"며 엑스레이 진단기기에 대한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표는 "우즈베키스탄에 만든 합작공장을 신호탄으로 북미와 다른 지역에도 생산기지를 늘려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선장이 바뀌었으니 항해하는 방법도 달라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유리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