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입춘이 지났다. 이제 다가올 푸른 기대에 한껏 들 떠 있는 이 시점에 난데없이 우리 마을에 폐석장이 들어선다는 소문에 동네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우리마을 문막읍 반계리는 강원도 제2의 평야지대로 전국 최고의 맛있는 쌀을 생산하고 있는 500년의 긴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마을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폐석장이 들어온다고 하여 마을 주민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폐석장이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랫마을과 윗마을이 서로 가깝게 지내고 있는 상황에서 마을의 분열을 초래할까 걱정이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동네에 마을 발전기금을 준다고 해서 찬성하고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간단하다. 환경문제인 분진과 소음이다. 소음은 그렇다 치더라도 분진은 자연의 심각한 피해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폐석장 사측은 최초로 설명회를 할 때 5년만 하겠다고 해서 일부 주민들은 찬성하였지만 최근 사측에서 법규가 변경되어 장기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나는 귀향한 지 10년 넘게 반계리에 살고 있다. 우리 마을은 500여 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고, 천연기념물인 반계리 은행나무와 충효가 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폐석장을 두고 아랫마을과 윗마을,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서로 반목과 대립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 걱정이다.

 한적한 시골 동네였던 우리마을에 폐석장에서 나오는 큰 트럭이 통행하게 되면 교통사고의 위험과 먼지로 인해 많은 불편을 겪을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또한, 농번기가 되면 경운기나 농기계의 왕래가 빈번한 도로에 석재를 실은 큰 트럭이 위협적으로 지나다닐 것은 뻔한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했을 때 폐석장이 들어오는 것은 여러 가지로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나는 원주시의 행정은 잘 모르지만 진정 마을을 사랑하고 아끼는 주민들의 소리도 경청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일방적이고 통보식의 폐석장 설치는 주민들의 반대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의 건강과 지역의 환경문제로 이어져 자칫 문막 주민 전체의 공분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존경하는 원주시장님! 우리 반계리가 아름답고 좋은 환경을 후손들에게도 오래도록 온전히 남겨 줄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 주시기를 바란다. 찬성하시는 분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는 지혜가 있기를 바라며 역사적인 동네에 미래를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 모두는 자연에서 왔고 또 자연으로 모두 돌아갈 것이다. 자연을 지키는 것은 우리가 돌아갈 곳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한다.

황길환 문막읍 반계리(전 경희대 겸임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