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개구리밥차를 다시 오픈한다고 알릴 때 알지 못하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이창열 대표님이세요? / 네 그런대요. / 혹 저 기억하세요? 저 홍길동(가명)이에요./ 앗 그렇구나. 잘 지내고 있니? / 네, 저 아이 아빠가 되었어요. 개구리밥차가 문 닫은 후 소년원에 잠시 갔다 왔는데 이제는 결혼해 아빠가 됐어요. 개구리밥차가 그립네요. 거기서 샘들과 보드게임 하면서 신나게 놀던 때가 그리워요. / 나도 너희들이 그립다. 아이와 함께 한번 놀러 와.

 그러고보니 그동안 개구리밥차를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여러 인연들과 소식을 나누고 있다. 지금은 성인이 되어 사회복지사로, 군인으로, 직장인으로 탈바꿈을 한 친구들이다. 작년 9월 개구리밥차 자원봉사자 모집과 그들을 위한 교육을 4차례 진행할 때 밥차 단골 친구들이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학생이 되어 밥차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찾아왔다. 참으로 흐뭇한 친구들이다. 

 이처럼 밥차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그 누구보다 애정이 깊다. '힘들 때 함께 있어 준 친구가 참 친구'라는 것처럼 밥차를 이용하는 친구들도 아마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도 만나면 "대표니~임" 하면서 애교를 부리곤 한다.

 밥차에서 밥 몇 번 먹었다고 아이들이 마음을 열지는 않는다. 밥 먹는 모습을 지켜봐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기가 힘들 때 반응해주는 과정이 쌓이면서 신뢰감을 형성할 때 가능하다. 그동안 개구리밥차를 운영하면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밥차를 찾는 친구들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공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듯 개구리밥차는 원주의 청소년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고 자부한다. 

 사람들이 묻는다. "왜 밥차에서는 밥만 주려고 하느냐? 라면이나 컵라면, 컵밥 등의 메뉴도 많고 다양한데 그러면 간편하거니와 식자재 값도 덜 들텐데…"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컵라면, 컵밥 같은 것은 간편하지만 물만 붇고 가져가면 끝이다.

 그러나 가정식 백반은 친구들이 밥을 뜨면서부터 봉사자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밥을 함께 먹으면서 이런 일 저런 일 등을 얘기하다보면 말문이 트이게 할 수 있다. 그러니 밥은 한 끼를 채우는 그 이상의 인연을 맺게 한다. 밥은 그들에게 아주 중요한 먹거리이자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 단계동 장미공원에서 청소년들에게 밥을 제공해 주던 개구리밥차. 지금은 후원금 모금이 어려워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2달 동안 개구리밥차를 운영하다보니 전과 다른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사각지역의 청소년 발굴을 목적으로 운영했던 따뚜경기장 밥차의 친구들은 줄고,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장미공원을 이용하는 친구들은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전에는 목요 따뚜 밥차를 이용했던 청소년들이 1회 평균 40명이었으나 새롭게 시작한 밥차에는 10명 내외가 밥차를 이용했다.

 반면에 유흥업소가 밀집된 장미공원에서는 1회 평균 15명 내외였던 것이 이번에는 거의 평균 25명 가량으로 늘었다. 장미공원 밥차를 이용하는 친구들 대부분은 학교 밖 혹은 거리 청소년들이었다.

 이를 통해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인연을 찾는 청소년들이 많구나' 하는 것이다. 개구리밥차를 통해 만났던 대부분의 친구들은 개인적 사정보다는 부모나 가정의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심적으로 힘든 친구들이지만 엉덩이를 툭 치면 일어설 수 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개구리밥차를 통해 또다시 인연들을 맺었으면 한다. 현재 후원금이 부족해 당장은 밥차를 열 수는 없지만 이러한 인연을 지속 가능케 하여 그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또 다른 어른들과도 인연을 맺고 싶다.

이창열 (사)원주교육복지네트워크 물꼬 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