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고향에서 만난 가족과 이웃들이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고, 지지해주는 마을공동체가 살아나는 시간이었다. 도시에서 핵가족 중심의 일상을 살다가도, 명절엔 교통대란을 감수하고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으로 향했다. 

 코로나 이후, 이번 설엔 거리두기의 완화로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일 수 있게 되었으나 예전처럼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고,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기 위해 북적이며, 먹을 것을 집에서 만들어, 풍성한 음식을 차리고 나누는 집은 흔치 않았다.

 흩어져 살던 사람들과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서로 부대끼던 공동체를 확인하던 명절이 거리두기로 개인중심, 가족중심이 익숙해지면서 만남 자체가 불편한 것이 되었다. 또한, 누군가의 버거운 노동이 전제되는 명절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야하는 낡은 문화로 다가 온 것이다. 

 그래서 음식은 간소하게 하고, 집이 아닌 식당이나 제3의 공간에서 가족들이 만나고, 연휴는 직계가족들이 함께 여행하는 것으로 변화되고 있는 듯하다. 설 연휴 동안 제주도에 모였던 여행자들이 대혼란을 겪은 제주공항의 모습이 명절문화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1인가구의 비중이 날로 늘어난 것도 변화의 큰 요인으로 보인다. 2010년 원주시 1인 가구는 3만260호로 전체 일반가구(11만4천198호)의 26.5%를 차지했다. 10년 후, 2020년엔 1인 가구가 5만1천940호로 전체 일반가구(15만242호)의 34.6%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세가구 중 한가구는 혼자 살고, 30대 이하가 1만2천가구로 전체 1인가구 중 22.9%를 그리고 대졸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이 약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주거환경의 변화는 명절문화 뿐 아니라, 일상의 식생활문화를 배달음식과 외식 중심으로, 간편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촉진하였을 것이다. 

 외식문화가 발달하기 전, 집밥으로만 살아오던 세대는 행복하고 따뜻했던 순간으로 부엌에서 울려오는 엄마의 도마소리나 밥냄새를 떠올린다고 한다. 그래서 성공모델이 된 일본의 노인요양원에서는 작은 밥솥에 밥을 하고 국을 끓여 함께 나누며,  행복했던 가정의 느낌을 되살려 준다고 한다. 인지증을 가진 노인들에게 작지만 큰 행복을 주는 밥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집집마다 주방에서 조리하는 모습은 낯설어질 것이고, 가족이 함께 살더라도, 한 식탁에 둘러앉아 한솥밥을 먹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가사노동을 최소화할 필요는 있지만 따뜻한 가족공동체의 일상의 행복을 만들어갈 밥상문화가 잊혀져가는 것은 큰 아쉬움이다. 얼굴 마주하고, 두 눈을 맞추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지지하던 밥상문화는 배의 허기를 채우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01년부터 10년간 100% 이상 증가하였고, 인구 10만 명당 24.6명으로 OECD 평균 11.3명의 2배가 넘는다. 다양한 원인분석을 할 수 있겠지만, 고립된 외로움을 극복하기 어려운 우울증이 큰 원인이라고 한다. 이제 가정이 아니라 시회 속에서 함께 만들어 나눠먹는 즐거움을 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가야할 듯 한다.

 돈으로 사먹으며, 허기를 면하는 먹을꺼리가 아닌 '너와 내가 함께 만들고 서로를 위로하고 환대하는 식탁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따뜻한 밥 한그릇이 지치고 힘든 누군가에게 살아갈 힘이 되어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랑과 정을 나누는 식탁을 넘어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공동체들이 함께 나누는 공유주방과 식탁나눔을 할 수 있는 '작지만 소소한 일상의 행복으로 원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한해가 되길 바래본다.

이현주 원주생협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