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탁상행정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을 추진하거나 시민들 기대에 못 미치는 정책을 발표해서다. 올해 겨울 가장 뜨거운 논란인 난방비 문제를 비롯해 농업 현장 손실보상 대책까지 뭐 하나 시원한 것이 없다. 

기초생활수급자가 한 달에 한 번 받는 생활급여는 목숨줄과 다름이 없다. 최대 62만3천368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 돈으로 주거비, 식비, 의복비, 교통·통신비 등을 해결해야 한다. 삶을 영위하는데 가장 중요한 주거비와 식비, 의복비를 제하면 여윳돈을 남기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정부도 경제적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를 위해 에너지바우처를 지원하고 있다. 동절기에 한 번 15만2천 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바우처로는 기나긴 겨울을 따듯하게 보내기가 어렵다. 심지어는 석유를 구매하기조차 힘들다. 한 드럼(28만 원 상당) 이상 주문해야 주요소들이 기름을 배달해주기 때문이다. 

이 이하로는 배달비, 인건비를 건질 수가 없어 아예 주문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석유를 사려 해도 퇴짜 맞기 일쑤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바우처 지원액을 59만2천 원으로 상향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책 발표 전에 미리 현장을 살피고 재빨리 추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수화상병 손실보상대책도 마찬가지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화상병 재감염 때에는 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지침을 내놨다. 화상병이 발생했던 농가에 병이 재발하면 매몰·폐원에 따른 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 발표가 있고 난 뒤에 우려와 불만을 토로하는 농업인이 늘어났다. 농가에서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병이 전파되는데 정부에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니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농업인은 "화상병이 꿀벌 같은 곤충으로도 전염되고 심지어는 바람을 타고 전파된다고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재감염 농가에 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농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와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논란이 일자 농촌진흥청은 관련 지침을 삭제했다. 하지만, 정부 신뢰도는 이미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였다. 

정부나 지자체가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밀어 부치는 정책 추진은 오히려 안 하느니만도 못하다. 서민 삶을 자세히 살피고 유효한 정책을 추진해야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다. 서민의 애환을 덜어주는 정부 정책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