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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냐 도태냐… 갈림길에 선 원주 의료기기

최다니엘 기자l승인20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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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최상대 제2차관 "전국 대비 생산·수출액 비중 갈수록 축소"
의료기기 혁신기업·입지 절대 부족 …유럽 인증 강화로 수출 낭패

▲ 지난 18일 기획재정부 최상대 제2차관(오른쪽 두번재)이 원주를 방문했다. 김광수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원장은 유럽 수출에 필요한 인증사업 예산을 강화해야 한다고건의했다. 사진은 (주)메디아나 생산 공장을 방문한 최 차관.

원주의료기기 산업 매출은 2020년 6천190억 원에서 2021년 8천838억 원으로 42.8% 증가했다. 고용인원도 2천929명에서 3천288명으로 12.3% 늘었다. 국내·외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 백신 저장용 초저온 냉장고 등의 수요가 폭발해 역대 최고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결과에 힘입어 원주는 전국 의료기기 생산액(2021년 기준)의 5.96%를 차지했다. 고용인원도 7.59%, 수출 또한 7.58%를 담당해 의료기기 클러스터 도시의 명성을 이어나갔다. 

옛날과 비교하면 위상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의료기기 산업이 활기를 띠었던 2014년엔 전국 생산액의 12.4%, 수출액의 9.39%를 원주가 담당했다. 고용도 9.39%를 차지, 전국 의료기기 종사자의 10명 중 한 명은 원주에서 근무할 정도였다. 그랬던 원주가 7년 후엔 전국 생산 비중은 반토막, 수출액 비중은 1/3로 감소했다. 

지난 18일 원주를 방문한 기획재정부 최상대 제2차관도 이점을 지적했다. 최 차관은 "최근 3년간 원주 의료기기 생산·수출 기록을 보면 생산량 증가율, 수출 증가율이 부진하다"며 "전국 평균과 비교해서도, 강원도 내에서도 활력이 떨어진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코로나19 사태 등의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챙길 것이 있다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지역에서도 원주의료기기 산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R&D(연구개발)는 물론, 수출 인증, 전문 인력확보까지 산업 전반에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대한상공회의소 지역경제포럼에서 양명배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전략기획실장은 "강원도에 190여 개 의료기기 업체가 있지만 원주에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은 단 한 곳뿐"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산업 입지가 부족한 것도 문젯거리다. 지난 18일 간담회에서 원강수 시장은 "우리 지역으로 이전하려는 다른 지역 기업 수요는 꾸준히 많다"면서도 "원주시가 자체적으로 공단 확보를 못 해놓는 바람에 (기업 유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주시는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 내에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지원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산업지원센터를 조성해 기업 유치는 물론 창업 활성화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는 원주로 이전하려는 기업들을 개별 입지로 안내해야만 한다. 이 경우 전기, 수도, 가스, 도로 등의 인프라 구축 비용 일체를 기업들이 부담해야 한다. 

유럽 수출 많은데 인증 문제 발목

▲ 내년 5월부터 유럽은 의료기기 인증 심사를 MDR 체제로 강화한다. (사진: eucope.org)

원주의료기기 산업의 가장 시급한 사안은 인증 문제다. 모든 의료기기는 나라별로 국가 인증을 받아야 수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의료기기를 수입할 땐 식약처에서 안전성 검사를 한다. 이를 받지 못하면 의료기기 수출, 수입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원주의료기기의 주요 수출지역인 유럽에서 내년 5월부터 인증 심사가 강화된다. 2011년 프랑스 의료기기 업체 PIP가 발암물질로 알려진 실리콘 겔과 연료 첨가제를 사용해 여성 유방 보형물을 생산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 알려진 피해자만 세계 65개국 40만 명에 달했다. 이와 유사한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2017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의료기기 인증 기준을 CE-MDD(Medical Device Directive)에서 CE-MDR(Medical Device Regulation)로 강화했다. 

2024년까지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지만, 원주 기업 입장에서는 준비할 과제가 산더미다. MDR이 적용되면 유럽으로 수출되는 모든 의료기기 제품은 물론 유통자, 대리인 정보, 생산자 등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다. 기존 MDD 체제보다 엄격한 품질관리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의료기기 사고가 발생하면 판매 대리인도 제조사와 동일한 책임을 묻게 된다. 이에 따라 현지 대리인은 물론 해당 국가에서 강화된 임상시험 자료를 요구하게 한다.

문제는 MDR 규정에 맞추려면 의료기기 인증 비용이 수직으로 상승한다는 점이다.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김광수 원장은 "기존에는 의료기기 인증에 3천만 원 정도가 필요했는데 MDR로 바뀌게 되면 1억 원 넘는 비용을 내야 한다"며 "이도 일 년마다 사후관리를 받는다고 하니 몇몇 의료기기 업체는 유럽 수출을 포기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원주에 의료기기 국제인증지원센터를 설치했지만, 수요대비 지원 예산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김 원장은 "5년간 100억 원, 매년 20억 원의 예산이 지원되지만 이를 가지고서는 기업 인증 수요를 맞출 수 없다"며 "정부가 관심을 갖고 내년도 사업비를 증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원주의대, MDR 장벽 돌파 지원

▲ 연세대 원주의과대학은 유럽 의료기기 인증 강화와 관련해 우리 업체의 수출 인증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 내 의료기기 인증 체계가 MDD에서 MDR로 바뀌게 되면서 우리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제품 시판 전에는 의료기기 '임상 평가 보고서'(CER·Clinical Evaluation Report)를, 시판 후에는 '임상 후속 조치 보고서'(PMCF·Post Market Follow-up)를 제출해야 한다. 

MDD 체계 아래에서는 같은 기술을 가지고 같은 용도로 사용하는 의료기기는 제품이 달라도 임상 평가 보고서 하나만 제출하면 됐다. 동일성을 갖는 의료기기로 인정해 수출 업체의 인증 부담을 덜어 줬던 것. 가령 제세동기를 생산하는 업체가 3가지 제품을 수출한다면 지금까지는 임상 평가 보고서 하나면 충분했다. 

그러나 내년부턴 각 제품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해 인증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임상 후속 조치 보고서(PMCF)는 현 MDD 체계 하에서는 없던 개념이어서 추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지금은 유럽 수출을 위해 의료기기 한 개에 3천만 원 정도를 부담하면 됐지만, 내년부턴 1억 원 이상 비용이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수출 품목이 여러 개면 기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 부담은 기하급수적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유럽 수출을 포기하겠다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한편,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은 우리 업체가 강화된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시판 전 임상 평가 보고서 작성은 물론 새로 생긴 임상 후속 조치 보고서 작성도 컨설팅하고 있는 것. 특별히 원주 의료기기를 직접 병원에서 사용해, 성능 등이 유럽 인증 기준에 적합하도록 성능 개량, 안전성 강화 등을 유도하고 있다. 

원주의과대학 박성빈 교수는 "지난해부터 메디아나의 환자 감시장치를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사용하고 있다"며 "교수들이 자기 손에 익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업체를 돕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원주의과대학은 메디아나 외에도 지역 의료기기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 수출이 어렵다면 유엔 산하 국제기구나 월드뱅크 등의 구호 단체에 문을 두드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한민국 식약처에서 사용 인증을 받은 의료기기면 별도 인증 절차를 없이 수출할 수 있기 때문. 2021년 UN 조달시장 규모만 해도 36조5천억 원(295억 달러)에 달해 우리 기업들이 수출 다변화를 꾀해볼 만하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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