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 이러다 늦겠다.'

 달콤한 주말 아침 늦잠을 반납하고 쌍둥이를 재촉한다. 부모라면 자기 자식이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인격을 쌓고 바른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랄 것이다.

 늦게 얻은 우리 쌍둥이도 그러기를 바랐기 때문에 원주지역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인문학 수업을 찾아보았다. 그중 박경리문학공원에서 '동화토지학교'와 '동화로 풀어보는 인문학 교실'이란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화 토지학교'는 학기 중에 하는 것이었고, '동화로 풀어보는 인문학 교실'은 방학 때 5일간 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이었다. 보는 순간 이거다 싶어서 신청을 했다. 

 우리 가족은 달콤한 주말 아침의 늦잠 대신 바쁜 생활을 선택했다. 바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어린이 프로그램 두 가지는 원주에서 만날 수 없는 국내 유명 동화 작가를 만나서 함께 문학 수업을 받는 것이라 어린이들에게는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고 값진 경험이었다. 문학을 전공한 소장의 세심한 배려와 다른 장르를 가미한 프로그램은 성인인 나에게도 흥미진진했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난 강연은 하루도 빠지지 않게 해주었다. 

 또 인문학은 성인도 어렵게 생각하기 마련인데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난 강연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어떤 질문이 던져졌을 때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게 되었으며 또래 친구들의 생각도 들으면서 자신의 생각과 조율하는 방법으로 사고를 확장되게 해주었다. 집에 와서 쌍둥이가 대화하는 것을 보면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지 않고 경청하고 합의점을 찾는 것을 보면서 알 수 있었고, 나와 많은 질문과 대화를 통해서 그전보다 훨씬 폭넓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 다 그렇지 뭐.' 하며 큰 기대 없이 시작했는데 정말 날이 갈수록, 학년이 높아갈수록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어 부모로서, 또 시민으로 감사하고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 박경리문학공원 내에 있는 박경리 작가의 옛집.

 또 우리 쌍둥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발을 딛게 된 박경리문학 공원이 점점 편안해지고 익숙해져서 가족 프로그램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온 가족이 해설 프로그램도 참여하게 되어 박경리 작가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고, 해설을 통해 박경리 작가의 문학과 삶에 공감하게 되었다.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박경리 문장 낭독 대회'에 우리 쌍둥이와 엄마인 저까지 참가하여 좋은 결과를 가진 것도 큰 추억이 되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 외에 그렇게 많은 장르와 작품이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고 우리 쌍둥이와 낭독할 부분을 찾기 위해 아주 많은 대화와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낭독할 부분을 찾았을 때는 큰 성취감을 얻은 것처럼 기뻤고, 발췌한 부분을 몇 번이고 읽으며 감정을 넣고 낭독하는 연습을 했다. 생각 외로 우리 쌍둥이가 지루해하지 않아서 이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고마웠다. 자칫 남자아이들은 지루해 하기 십상인데 그렇게 진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또 낭독대회 전날 대회 때 입을 옷과 소품을 준비하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그러면서 가족의 정도 돈독해졌다. 이제 우리 쌍둥이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난 지극히 사적인 욕심에서 박경리문학공원을 방문했고 교육 차원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감사하다.

 원주에 살면서 박경리문학공원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전까지는 거기서 뭘 하는지 관심 갖지 않았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에 이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었고 조금만 부지런하면 정말 고품격의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었다.

 박경리문학공원은 한국문학사의 거목인 박경리 작가의 삶과 문학을 선양하는 곳이다. 통영 출신의 박경리 작가가 원주에서 창작생활을 하지 않았으면 우리 쌍둥이도 나도 이렇게 좋은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박경리문학공원, 즉 박경리 작가 덕분에 문학을 넓게는 인문학을 접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문학관은 그런 곳이라 생각한다. 다른 기능도 많겠지만 원주시민으로서 본다면 시민을 위한 질 좋은 프로그램을 통해 문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인문학적 사고를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주는 유네스코 문학 창의 도시이고 또 문학 창의 도시라고 한다.

 뭔가 거창한 느낌이 든다. 원주에 살면서 이런 거장의 집에서 다양한 문학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원주라서, 또 거장 박경리 작가가 있어서다. 우리 쌍둥이 때문에 들여놓은 문학관 경험이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었고, 우리 가족에게는 정신적 자산이 되었다. 앞으로도 박경리문학공원과 친하게 지낼 것 같다. 우리 지역에 한국문학의 거장인 박경리 작가가, 박경리문학공원이 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김선희 대상 수상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