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숨통을 조이면 죽게 마련이다. 숨통을 조인다는 섬뜩한 제목으로 글을 쓰는 이유는, 시민들의 힘으로 살려낸 아카데미극장이 다시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물론 아카데미극장은 생명체가 아니다. 하지만 생명체가 아닌 아카데미극장도 숨통을 조이면 죽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16년 1월 원주시의회 한 의원이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하고 활용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아카데미극장을 지키기 위한 고난의 여정이 시작됐다. 2021년 2월 '아카데미극장 보존추진위원회'가 결성됐고, 그해 3월 '아카데미극장 구하기 100인 100석 기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11월에는 제19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 아카데미극장이 선정되면서 응모를 주관했던 단체가 문화재청장상을 받기도 했다.

 결국, 현재 원강수 시장의 생각과 비슷한 이유로 아카데미극장 매입에 부정적이었던 전임 원주시장도 생각을 바꿨고, 원주시는 지난 1월 아카데미극장을 매입했다. 아카데미극장이 시민의 품으로 완전히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지난 6월 원강수 시장이 선출되면서 상황은 다시 절망적으로 바뀌었다. 원주시장직 인수위가 황당한 이유를 제시하며 아카데미극장 보존사업 재검토를 권고했고 원강수 시장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3월 원주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유휴공간 문화 재생사업 공모에 응모했다. 아카데미극장 리모델링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원주시가 공모사업에 선정돼 아카데미극장 리모델링에 필요한 비용 60억 원 중 국비 30억 원과 도비 9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국비 30억 원 중 15억 원은 이미 강원도에 내려와 있어 원주시가 신청만 하면 바로 지급될 것이라 한다.

 하지만 원강수 시장은 정부가 아카데미극장 리모델링 비용을 주겠다는데도 받기를 거부하고 있다. 원주시가 국비 30억 원 받지 않으면 내년에 똑같은 공모사업으로 응모해도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국비 수급 신청 마감 기한도 얼마 남지 않았다. 늦어도 이달 30일까지는 신청을 해야 한다.

 원강수 시장은 리모델링을 한 이후에도 아카데미극장 운영 및 관리에 계속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보존사업 추진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하고 주차장을 만든다고 해도 주차장 운영을 위한 인건비와 관리비 등 예산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2022년 한 해 동안 아카데미극장에서는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졌다.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되기 전이지만 극장 문을 닫지 않고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펼친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2023년에도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 관련 기관이 절차를 밟아 원주시에 예산을 신청했지만, 활동을 위한 예산이 모두 삭감되었기 때문이다. 전기세와 시설관리비 등 최소 비용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데미극장 숨통 조이기'라는 섬뜩한 제목을 단 것은 위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원주시가 정부에서 지원하겠다는 리모델링 비용 30억 원을 굳이 거부하고, 지금까지 잘 진행되어 왔던 아카데미극장을 활용한 그 어떤 활동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카데미극장의 숨통을 조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원주시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충남 공주의 단관극장 보존 관련 기사를 일부 인용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참고로, 공주의 아카데미극장은 원주 아카데미극장보다 훨씬 더 많이 훼손된 건축물이다.

 최원철 충남 공주시장이, 전임 시장 시절 완전 철거 결정이 내려졌던 옛 아카데미극장의 건물 전면부를 보존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최 시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옛 아카데미극장은 공주 근대 문화의 상징적 건축물이기 때문에 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며 "핵심인 건물 전면부를 보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 시장은 "부수고 철거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포클레인으로 푹 찍으면 한순간에 끝이 난다"며 "위험 등급이 높은 만큼 보존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가치 있고 유서 깊은 건축물은 보존해야 한다. 경제 논리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