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열린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대화' 3일차 특강 및 토론에 참석한 시민들이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기후변화'. 불과 몇년 전만해도 학자들 사이에서나 거론되던 단어였지만 이제는 모든 국민들의 대화속에 수시로 등장하는 단어가 됐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일상생활을 바꾸어 놓고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변화이다.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대화'라는 주제로 지속가능발전 교육, 지속가능한 도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다양한 강의와 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대화는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세운 원주시가 향후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지 논의해 보기 위해 마려한 것이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원주투데이는 8회에 걸쳐 진행된 강의 중 시민들의 관심이 요구되는 강의 주요내용과 종합토론을 2회에 걸쳐 지상중계한다. 3일 동안 진행된 강연과 토론 영상은 원주투데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 오용석 기후에너지네트워크 위원장

지난 100년 동안 지구 전체 평균으로 봤을 때 가장 기온이 높았던 때를 1등부터 10등까지 정리해 보면 모두 21세기에 있습니다. 최근 20년에 우리 인류가 지금까지 살았던 지난 1만년 동안 가장 뜨거운 지구에 살고 있다는 것이죠. 또한, 그 결과로 여러 기상재해와 피해들이 매우 빈번하게 여러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가장 무더운 여름이었던 2018년, 삼척·울진의 산불, 강남지역에 큰 피해를 입힌 폭우 등 예전에 멀리서 보던 아니면 TV에서만 보던 재난이 훨씬 더 우리 가까이 다가왔고 이웃, 우리 곁에서 발생하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대응은 1992년 리우에서 열린 세계기후정상회의에서 처음 이뤄진 이후 교토의정서를 거쳐 2015년 파리협정에서 유엔 회원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의 의무를 지게 됐고, 감축 목표가 바뀌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2도 이하로 한다고 최종 합의문에 명시했는데, 2018년 IPCC 보고서에서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가버리게 되기 때문에 1.5도 이내로 안정화 돼야 복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문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적어도 2030년에는 2010년 배출량 대비 절반을 줄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간단하게 1년에 10%씩 줄여야 하는 겁니다. 이게 생각보다 더 간단치 않은 것이 항공기 온실가스 배출량이 10% 줄어든 게 딱 두 번 있었는데, 1997년 IMF 사태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입니다. 매년 IMF와 같은 충격이 있어야 2030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인데 그렇게 살 수 없기 때문에 충격을 최소화 하면서 배출을 줄이는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전문가는 이 어려운 숙제를 풀기 위해 신속한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전 세계 석탄 발전소를 최대한 빨리 문 닫게 하는 것, 내연기관 자동차를 최대한 빨리 퇴출시키는 것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화석 연료 에너지는 온실가스 배출이 전체의 4분의 3 이상 차지를 하고 있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전환이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에 이 분야의 전환이 굉장히 시급하다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그린빌 정책, 미국의 그린 뉴딜 정책을 살펴볼 수 있으며, 코펜하겐은 에너지 전환, 친환경 교통시스템, 건축 에너지 효율 제고, 녹색 경제 활성화의 4가지 방향으로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도 15분 이내에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도시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해결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15분 도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측면에서는 RE100에 많은 기업이 참여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RE100을 선언하는 기업이 늘고 있고, 2020년 전국 기초지자체 기후위기비상선언, 광역지자체 탄소중립 선언, 국회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 채택의 흐름에 힘입어 정부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게 됩니다.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선 더 많은 시민이 공감하고 계속 압박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직 기후변화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우리 주위에 더욱 알리고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신상범 연세대학교 리빙랩연구센터 센터장

먼저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이 얼마나 실망스러운가를 잠깐 설명하고 강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작년에 열렸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메인 베이스 솔루션이 자연 기반 해법이라는 게 강조가 됐어요. 자연 기반 해법이라는 건 뭐냐면 산소의 흡수원을 늘리는 것입니다. 지금 국제사회가 하려고 하는 게 탄소의 배출량을 절대량으로 줄이겠다는 게 아니고 흡수량을 늘리면 된다고 하는 그런 편법을 사용하려고 하는 것이죠. 제가 과장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보다 더 회의적인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저는 도시가 가장 유일한 희망이고 유일한 행위자라고 보는 겁니다. 70%의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70%가 도시에서 쓰고 있고요. 우리가 버리는 에너지 쓰레기의 70%가 도시에서 나오고 있는 등 전 세계적으로 평균적으로 70% 이상의 문제를 도시에서 다 해결할 수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문제를 로컬에서 해결하는 실험을 해보자는 것이 리빙랩입니다.

지역 주민, 대학, 정부. 기업 전문가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모여서 자기의 문제를 자기가 해결하는 것으로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단어 하나만 꼽으라면 실험입니다. 실패할 수도 있고 실패하면 더 해보면 되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실험을 해보는 개방형 혁신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과거에는 혁신을 엄청 천재적인 과학자 이런 사람들이 자기들 실험실에서 폐쇄적으로 이렇게 했잖아요. 개방형 혁신이라는 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사용자 주도 혁신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직접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시민들이 직접 과학적인 분석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주 지속협과 함께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주민들에게 미세먼지 측정기를 나눠주고 직접 다양한 상황 속에서 측정하도록 했습니다. 아파트에 놀이터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길가에 있고, 하나는 아파트 안쪽에 있을 때 미세먼지 비교를 해보거나,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식물이 정말 효과가 있을지 측정해보는 등 시민이 직접 과학적인 실험을 해서 데이터를 많이 만든 사례가 있습니다. 

탄소중립의 측면에서도 시민과학자들이 도전해야 하는 이유는 작게나마 실험을 통해 전후가 이렇게 달라졌다는 거를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 우리 지역의 조건에 맞는, 더 포용적이고 정의로운 탄소 중립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종합토론에서 지정토론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는 왜 탄소중립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최미정 명륜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기후위기에 모두가 취약하지만, 더 취약한 돌봄 이웃이 있다. 똑같은 폭우가 와도 누군가는 출퇴근이 약간 불편한 정도라면 누군가는 의식주, 더 나아가 생명을 위협받는 정도로 심각하게 다가올 정도이다. 두 번째는 취약계층 스스로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사회복지 조사를 보면 기후위기가 취약계층에게 더 고통을 주고 있는데 지역 안에서는 원론적인 문제를 학습하거나 경험할 기회가 부족하다. 그래서 저희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기관과 함께하는 온마을 기후변화 대응 동행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아름다운가게의 탄소 중립 활동 사례는?
허재숙 아름다운가게 강원본부 본부장 

사람이 전 인생 동안 환경을 소비하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환경운동에 대한 의무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리사이클 생활운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은 굉장히 답답하다. 리사이클 운동이 10개 투여하면 3개 건질까 말까 하는 중노동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함께 가치를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함께 하실 분들을 찾고 있다. 그리고 리사이클을 통해 만들어진 수익금은 공익 활동가나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가장 인상 깊은 도시의 실천 사례는?
오용석 기후에너지네트워크 위원장

독일이 가장 인상 깊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가 상당히 시장성을 가지고 있고, 전력 생산 단가도 화석 연료를 생산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이 되고 있는 상황인데, 10~20년 전만 하더라도 10배 이상 더 비싼 가격이었다. 초기에 그것이 확장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정책을 가장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적용한 나라가 독일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연방정부에서 시행한 것은 아니고, 아헨이라는 조그마한 도시에서 실험을 먼저 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시민들이 설치한 태양광 발전에 대해서 일반 기존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과 차이가 나는 금액만큼 그 차액을 보존해 주는 제도를 실험했고, 점차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면서 시정부에 요구하여 조례를 제정하고, 그것이 향후 독일 전역으로 확대되어 현재 독일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만든 중요한 계기가 됐다.

구체적인 사업을 제안할 수 있는 실질적 데이터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신상범 연세대학교 리빙랩연구센터 센터장

리빙랩이 기존의 운동과는 다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일반 사람들하고 전문가들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는데, 리빙랩에서는 본인이 생각하는 문제점에 관해 전문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데이터나 이런 것도 결국 지식이나 기술을 공급해 주는 기관이 그 지역에서 얼마나 접근 가능하고 활용 가능한지가 중요한데, 대학이 이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이 하지 않으면 이 활동은 기존 활동과 아무 차이가 없다. 전문성이 가미 돼야 되고 그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야 한다. 그래서 리빙랩의 핵심은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전문가와 연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현수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저희 대화는 오늘 시작했을 뿐이다. 이제 개인의 목적으로 돌릴 게 아니라 우리 지역사회가 함께 그 숙제를 안고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 문제는 어떤 한 개인의 문제가 절대로 될 수 없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과 연결이 돼서 함께 그 벽을 건너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리: 조국인 원주청년생활연구회 대표

원주투데이  wonjutoday@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