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주시민회, 재인천원주시민회, 재안산원주시민회, 재부천원주시민회 등 출향인 단체는 고향인 원주시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어김없이 팔을 걷어붙였다. 수해와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십시일반 성금을 거둬 원주시에 전달했다.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당시에는 마스크를 한가득 보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지정기탁금도 전달했다. 지난 6월에는 대전·세종시 강원도민회 임원 25명이 원주를 방문했다. 중앙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장보기 행사를 한 뒤 간현관광지 소금산 출렁다리를 둘러봤다.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고향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가장 많은 출향인이 참여하고 있는 재경원주시민회는 원주시민의 날, 원주상공회의소 주관 신년하례회 등 원주에서 열리는 주요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문막농협 옥수수 축제에도 매년 참석해 농산물을 구입하고, 농민들을 격려했다. 맹목적이었다. 대가를 바라지도 않았다. 고향이기 때문이었다.

 출향인들에게 원주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항상 그리움의 대상이고, 힘들 때 기대고 싶은 존재이다. 그러나 돌아볼 일이다. 출향인들의 맹목적 사랑 만큼 원주시와 원주시민들도 진심이었는지 말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고향사랑 기부제가 시행된다. 본인이 거주하는 곳을 제외한 전국 어느 지자체든 연간 500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는 제도이다. 기부처는 당연히 고향이 될 것이다. 원주시는 기부금을 주민 복리에 사용하게 된다. 원주시 재정 확충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기부에 대한 답례품으로 원주 특산품을 제공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

 기부자는 고향을 돕는다는 자부심과 함께 세액 공제 및 답례품 혜택을 받는다. 행정안전부에서 구축한 온라인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을 통해 기부할 지자체를 선택해 기부하고, 기부금의 30%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선택해 받게 된다. 원주시는 고향사랑 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홍보 영상, 홍보 리플릿, 홍보 물품을 제작하기로 했다. 출향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출향인을 대상으로 1인 10만 계좌 갖기 운동도 계획하고 있다. 

 아쉬운 건 출향인들과의 교감이다. 그간 원주시의 출향인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계속돼왔다. 조건 없는 조력자인 출향인과의 교감 확대를 위해 원주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도 원주시는 미온적이었다. 강원도청에 근무하는 원주 출신 공무원들도 도내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원주시의 홀대를 지적했었다. 고향사랑 기부제 시행을 앞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늦었기 때문에 원주시는 더욱 분발해야 한다. 우선 전국 출향인의 인적사항을 파악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고향 소식을 알린다면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답례품 제공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고향사랑 기부제가 원주시의 일방적인 수혜가 아닌 상호 공존의 제도로 정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