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R&D 투자 강조
강원특별법 통해 성장 모멘텀 삼아야 의견도
이문환 "지역문제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

"2020년 기준, 강원도 R&D 사업 규모는 5천551억 원으로 전국(93조1천억 원)의 0.6%에 불과합니다. 강원도는 규제가 다른 지역보다 많아 산업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해 온 만큼, R&D 투자를 늘려 산업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지난달 23일 원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5차 지역경제포럼'에서 대한상의 우태희 상근부회장이 한 말이다. 그는 강원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R&D 투자 활성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기준, 전국에서 R&D 투자 규모가 가장 큰 권역은 수도권이다. 약 64조4천억 원으로 전체의 69.2%를 차지했다. 제주권(2천316억, 0.2%)이 가장 적었고 강원도(5천551억·0.6%) 또한 하위권에 머물렀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역혁신생태계 구조고도화를 위해서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패널토론에 나선 이충선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기업지원실장은 "강원권 제조기업의 약 24%를 차지하는 바이오·의료기기·신소재 분야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R&D가 성패를 좌우한다"며 "바이오산업은 R&D 과정에서 관련 기술과 제품이 산업화할 수 있는 경로가 많고 가능성도 커 지역경제에도 높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명배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전략기획실장도 "현재 원주에 190여 개의 의료기기 업체가 있지만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은 1개에 불과하다"며 "장시간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이 소요되는 업종 특성상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첨단의료기기 산업을 키워나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인증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은 연구개발로 산업을 선도하는 '혁신선도형 기업'(의료기기 매출 500억 원 이상, 매출액 대비 R&D 비중 6% 이상)과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성장이 유망한 '혁신도약형 기업'(의료기기 매출액 500억 원 미만, 매출액 대비 R&D 비중 8% 이상)으로 구분된다. 현재 전국 41개 기업이 지정됐지만, 강원도에는 원주 메디아나 한 곳밖에 없는 실정이다.

장석인 태재아카데미 연구위원은 "강원도의 지역특화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요 혁신지원 기관들이 공통의 목표를 갖고 일관된 지원사업을 펼쳐나가야 한다"며 "R&D 투자 사업화, 인재양성 등 어떤 성과를 거둘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과 방향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3일 원주상공회의소에서 제5차 지역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우태희(왼쪽) 대한상의 부회장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R&D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강원특별법, 성장 모멘텀 삼아야"
이날 포럼에서는 강원특별법 특례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기관 상지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분권, 사업 특례 등 핵심 조항들이 미비하다"며 "강원특별법이 강원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특례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제주도는 2006년 당시 363개 조항으로 특별자치도를 출범했지만, 강원도는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3개 조항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강원권 기초지자체들의 건의와 연구원의 발굴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특례들이 추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관광업 등 특화산업 중심으로 사업 특례가 지정된 이후 관광객 수가 3배가량 늘고 GRDP 또한 2배 증가했다.

강원권 상의 "지역문제 해결 위해 적극 나설 것"
신(新)기업가정신 확산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설명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심일석 강릉상의 사무국장은 "대한상의에서 추진 중인 신기업가정신 확산을 위해 강원지역 상공회의소들도 회원사를 독려해 동참 노력을 벌이고 있다"며 "강릉상의의 경우, 재난 시 구호품을 보내는 등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먼저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문환 원주상의 부회장은 "진정한 지역 주도의 특별자치도란 현재 당면한 지역사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업들이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자체, 정부와 수시로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강원권의 경제·산업을 진단하고 발전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문환 원주상의 부회장, 김진은 강릉상의 부회장, 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 박기관 상지대 교수, 정성훈 강원대 교수, 김석중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종원 산업부 지역경제정책관 등 강원권 경제계, 지자체, 연구원들이 참석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