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에는 '농촌활성화지원센터'라는 중간지원조직이 있다. 재작년에 '농촌협약' 추진을 위해 만들어진 관설 민영 조직이다. 저는 센터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형태로 관여했기에 보아온 활동사항을 정리한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중간지원조직이 있다. 전국단위, 도단위, 시군단위 등 범위도 다양하고, 농촌지역개발, 6차산업, 귀농귀촌,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등 분야도 다양하다. 원주시의 센터는 시단위의 농촌지역개발 활성화를 위해 구축된 조직이다. 

 애초 농촌협약 추진을 위해 만들어진 작은 조직이지만, 그 역량과 역할이 뛰어나서 괄목상대란 말이 어울릴 만큼 수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농촌협약 지원은 물론 농촌마을 빅데이터 구축, 농촌현장포럼 운영, 마을만들기 지원, 지역활동가 양성, 활동가의 현장 소액사업 시행과 컨설팅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애초의 설립목적을 뛰어넘어 본래 농촌개발분야 중간지원조직이 해야 할 일들을 스스로 찾아서 원만하게 해나가고 있다. 원주시 농업기술센터의 협력과 조직원들의 열정, 그리고 농촌사랑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원도 최초로 농촌협약에 선정되어 농식품부장관과 협약을 맺고 정부예산을 확보하였으며, 재정분권에 따라 지방으로 이양된 예산을 농촌지역에 투입되도록 하였다. 현재는 농촌협약에 의한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등에 대한 기본계획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금년에는 기업형새농촌사업에 5개 마을, 마을만들기사업에 3개 마을이 도전토록 했다. 과거에 마을사업을 하라고 공무원들이 이장님들을 설득하던 것은 옛날얘기가 됐다. 강원도의 18개 시군들 중에 8개 마을만을 선정하는 기업형새농촌사업 우수마을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정되었으며, 마을만들기사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농촌마을개발 빅데이터 구축과 농촌형장포럼 등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주민들께 꿈과 희망을 드리고 자존감을 갖게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신예 활동가를 양성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촌활성화를 이루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농촌마을 활동가' 양성을 위한 교육도 시행한다. 교육에 머무르지 않고 이들이 직접 농촌현장을 경험하고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소액사업을 만들어 지원하고 컨설팅 한다. 젊은 청년과 경륜이 많은 교육된 활동가가 새로운 시각으로 농촌을 들여다보니 사업 아이디어가 산뜻하다.

 3개월간의 현장 소액사업이지만 활동가는 물론 해당 마을에 작은 성공경험이 되고 힘이 되어 새로운 발전의 길을 찾는다. 

 마을리더 교육 및 지원의 내용과 질에 있어서도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과거에는 단순히 농촌전문가에 의한 교육과 지원이 대부분이었으나,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복지단체, 변호사, 법무사, 행정사, 회계사, 세무사 등 다양한 분야의 기관과 전문가를 초빙하거나 협약체결 또는 위촉을 통해 적극 활용한다. 농촌지역의 가려운 곳을 맞춤형으로 긁어주는 실질적인 지원이라 하겠다. 

 센터장을 포함해 불과 4명에 불과한 작은 조직이지만, 행정에서 미처 다하지 못하는 일들을 원만하게 처리한다. 행정의 업무부담을 완화하고 고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농촌현장 밀착지원으로 지역발전 계획단계부터 시행과 운영관리 및 후속사업발굴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그러나 중간지원조직의 주요기능인 거점구축, 인력양성, 조사연구, 창업과 컨설팅, 네트워크 만들기 등 다양한 분야를 소화하기에 부담이 많다. 적은 인력으로 많은 활동을 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따르기도 하고, 또 하고자 하는 일들을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인력의 충원과 함께 직원들을 정규직화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임시직 체계로 이러한 막중한 일들을 완성도 높게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진정으로 원주시 농촌지역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먼저 조직체계부터 정립해야 한다. 지자체의 출연으로 재단법인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타지역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원주의 센터가 타 지자체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직원들의 희생에 의지하지 말고 충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겠다. 나아가 강원도단위의 조직과 18개 시군 모두에 중간지원조직이 구축되기를 바란다. 광역과 기초지자체 단위 조직이 유기적으로 활기차게 활동함으로써 활동가들의 역량이 강화되고, 더불어 우리 농촌지역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김기업 한국농어촌공사 지역개발전문위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