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의제를 정하고 토론을 통해 실질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원주공론장'을 만드는 실험이 시작돼 관심을 끌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모두와 원주청년생활연구회가 한국출판문화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인문실험' 일환으로 'WONJUNOW!_원주공론장 만들기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들은 시민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공론장 사례를 학습하고, 원주형 공론장의 밑그림을 그린 뒤, 내년부터 정기적인 공론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 지역사회 내에서 공론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보니 가시화되지 못했는데 청년들이 나선 것은 매우 의미 있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공론장은 사적인 이익이 아닌 모두가 공감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보편적 이익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를 이루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다원화된 지금의 사회에서는 매우 필요한 사회적 기구이다. 또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방분권이 제대로 정착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제들을 공론화하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드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사회적 의제들에 대해 토론회나 세미나라는 형식으로 담론을 만들고, 의견을 수렴해 왔다. 그러나 토론문화가 성숙돼 있지 못하다 보니 대부분의 토론회는 목소리 큰 사람 또는 말을 논리적으로 잘하는 사람이 주도해 왔다. 

 때문에 제대로 된 공론장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과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힘든 계층의 입장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또한, 어떻게 민주적 합의 과정을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시민들 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절충하고 양보를 이끌어 낼 것인지도 과제다.

 공론장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은 구성원들이 사적 이익을 양보하고 공적 이익을 도출해야 한다. 때문에 사적 이익을 관철하려는 목소리가 공론을 주도하지 않게 하려면 매우 정교한 운영규칙이 필요하며 진행자의 전문성도 요구된다.

 이처럼 제대로 된 공론장을 만드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공론장은 지역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하는 가장 좋은 훈련장이며, 사회적 통합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난제 해결에도 유익한 도구이다. 공론장은 사회적 담론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공유되며,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청년들이 추진하는 원주공론장 만들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공론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를 계기로 다양한 공론장이 시도되고 실험되길 기대한다. 다양한 공론장 실험을 통해 성공사례와 실패사례가 축적돼 원주시민 다수가 공감하는 원주의 공론장이 탄생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