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례에 걸친 법천리 고분 발굴조사 현황. (국립중앙박물관 발굴조사 보고서)

1973년 법천리 개치마을 주민이 발견 신고한 중국 동진에서 건너온 양모양 청자와, 한성 도읍기 백제의 왕릉급 무덤에서 발견되는 청동 초두, 금동신발 같은 유물은 관련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유물이 신고 되고 26년이 흐른 1999년 4월부터 시작된 국립중앙박물관의 법천리 무덤 발굴조사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유물을 발견하여 신고한 홍병주 씨가 제보한 2기의 무덤 외에 6기의 무덤을 추가로 확인하였으며 4호 무덤에서는 금동신발 조각과 칠화칠기, 바닷고기 뼈를 발견하여 1973년 유물을 발견한 무덤에 버금가는 최상류 지배층의 무덤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백제가 세력이 약해지고 신라가 한강유역을 차지한 후에 조성된 2기의 신라무덤을 발견하여 고대 삼국의 각축장이었던 원주와 삼국의 세력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법천리 무덤 발굴조사는 1999년 1차 발굴조사에 이어 2000년 2차, 2001년 3차까지 연속 발굴조사로 이어졌다. 3차 발굴조사 후 6년이 지난 2007년 4차 발굴조사를 시행하여 2기의 무덤을 발견하였는데, 앞서 시행한 3차례의 발굴조사 보다 면적은 넓었지만 유구의 밀집도는 낮은 편이었다. 법천리 무덤은 원주지역에서 시행한 최초의 학술발굴조사로 1999년부터 2007년까지 4차에 걸친 발굴조사는 법천리 무덤에 대한 고대사학계의 관심을 반증한 것이다.  

1차 발굴 조사 때 발견된 한성백제 시기의 돌방무덤(石室墓)은 무덤 내부에서 출토된 왕릉급 유물로 주목 받았지만 2차 발굴조사 때 발견된 독무덤도 주목할 만하다. 독무덤은 몸체가 긴 독처럼 생긴 토기 항아리에 죽은 사람의 시신을 매장하는 형태이다. 
경우에 따라 하나의 독에 시신을 매장하기도 하고  두 개의 독 입구를 맛 대어(합구식옹관묘·合口式甕棺墓) 시신을 매장하기도 한다. 2000년 2차 발굴조사 때 발견된 합구식 옹관묘는 강원도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사례이다.

토기항아리에 죽은 사람을 온전하게 매장하려면 사람 키보다 훨씬 큰 항아리를 사용해야 하지만 발견된 독무덤에 쓰인 항아리는 사람 키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작은 것들이다. 어떻게 사람 키보다 작은 항아리에 시신을 매장하였을까? 언뜻 생각하기에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는 일이다. 법천리에서 발견된 독무덤의 주인공들은 뼈만 독에 담아 장사를 지낸 세골장(洗骨葬)이다.

사람의 뼈를 추려 장사지내는 세골장은 두 차례의 장례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땅에 임시로 묻거나 일정한 공간에 안치하여 부패할 때 까지 보관하는 첫 번 째 장례를 지낸다. 시신이 부패하면 남은 뼈를 씻어 독에 담아 두 번째 장례를 지낸다. 법천리에서 발견된 독무덤은 모두 5기인데, 하나의 독에 뼈를 묻은 독무덤이 2기이고, 두 개의 항아리에 각각 뼈를 묻은 다음 입구를 맛 대어 장례를 지낸  합구식 옹관묘가 3기이다.

▲ 한 명의 여성과 두 명의 남성 뼈가 발견된 28호 옹관묘.

독무덤에 묻힌 무덤의 주인공도 다양하다. 하나의 합구식 옹관묘에는 어린이의 뼈가 발견되었으며, 다른 합구식 옹관묘에는 두 개의 항아리에 어른 남자와 여자의 뼈가 각각 담겨 있었고, 또 다른 합구식 옹관묘에는 여성 1인과 남성 2인의 뼈가 발견되기도 했으니 독에 함께 묻힌 사람들의 관계가 다양하다.     

법천리 무덤에서 발견된 무덤은 1차 발굴조사에서 8기, 2차 발굴조사에서 11기, 3차 발굴조사에서 8기, 4차 발굴조사에서 2기 등 모두 30여기의 무덤이 조사되었다. 무덤이 조성된 시기는  마한(馬韓) 시기의 토광묘(土壙墓) 4기와 백제(百濟) 시기의 돌방무덤(석실묘石室墓)과 독무덤(옹관묘甕棺墓) 그리고 신라(新羅) 시기의 돌덧널무덤(석곽묘石槨墓) 들이다. 

법천리에서 발견된 마한에서 백제, 신라 시기의 무덤들은 고대의 무덤이 변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중심지역의 무덤의 지방화되는 과정과 인접 지역과의 문화교류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무덤들이 발견되어 일종의 무덤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박종수 전 원주시학예연구관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