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을 힘겹게 하고 불안과 위기를 느끼게 하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것들이다. 특히, 식량위기에 대한 부분은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이다. 기후변화로 예측할 수 없는 날씨와 생태계의 변화로 온 농업의 위기 속에 도시화로 농지의 면적은 줄어들고, 노령화 된 농민들은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는 갑자기 꿀벌들이 사라지며 자연 수분이 어려워져 열매가 생기지 못했고, 여름엔 두 달간 비가 계속 이어져 고추는 병이 들었고, 가을에 캔 고구마는 줄기만 무성할 뿐 열매는 제대로 달리지 않았다. 우리가 기후 위기 속에 살고 있음을 깨닫고 절박하게 '기후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외치는 이유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한 식량 공급망의 불안정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식량 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밀 생산 대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 차질과 인도의 밀 수출 금지령은 바로 세계 식량난을 실감케했다. 그리고 앞으로 식량위기는 더 빈번해질 것이다.

 2021년 국제 소맥 가격이 20.3% 상승하였고, 전쟁으로 2022년 다시 49.8%가 상승하여 국내 밀가루 제품을 비롯한 식품 가격이 급등하였다. 즉,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한국의 식량 안보는 위험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020년 기준 45.8%로 OECD 중 가장 낮은 수치이며, 사료용을 포함해 곡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곡물자급률'은 20% 수준으로, 농식품을 매년 40조 원어치를 수입한다고 한다.

 식량안보를 확보하고, 기후 위기 완화에 기여하는 지역농업을 살리고, 생산과 유통, 가공, 소비 뿐 아니라 폐기까지 국가 및 지자체가 지속 가능한 먹거리 순환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푸드 플랜을 수립하고 정책에 반영하여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8일, 원주시도 푸드플랜 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를 가졌다. 원강수 시장을 비롯한 관련 행정부서장과 담당자 그리고 농민단체와 소비자단체가 한자리에서 발표를 들었다. '시민 중심 지속 가능한 먹거리 경제도시 원주'라는 비전으로, 4개 단위 추진전략과 2023년부터 5년 동안 진행할 58개의 세부사업을 수립, 제안하였다. 2017년 도입돼, 도내에서도 춘천시가 2019년 선도적 실행을 했던 것에 비해 늦은 출발이지만, 앞선 도시들의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제대로 실행되길바란다.

 원주시는 인구 36만 명이지만 1인 가구 비중이 33%이고, GRDP 9조5천350원 중 농림어업 분야는 1% 수준으로 매우 열악한 기타 산업이 특화된 소비 중심형 도시이다. 가계 먹거리 연간 소비 추정액은 1조3천37억 원, 외식업체 식재료비 2천70억 원으로 추산하였고, 소비량 대비 자급률은 49% 수준이다. 도농복합도시라고는 하지만 절반 이상의 식재료를 외부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농가인구는 전체의 4.1%이나, 60대 이상의 농가가 64.3%로 초고령화가 심각하고, 농경지는 14%에 이르지만, 수도권과 접근성이 용이한 만큼 개발에 대한 기대로 농지가격이 너무 높아 경작지로서의 경제성을 가질 수가 없는 상황이므로, 농지도 일할 농민도 부족한 상태인 것이다. 

 원주시 먹거리 순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원주푸드의 생산 기반을 제대로 만들어 내는 것과 농업생산 기반이 든든한 인근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력과 공동 대응 전략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강원도 푸드 플랜과 원주시 푸드 플랜이 연동되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협력 체계 마련이 중요한 이유이다.

 오랫동안 생활협동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며 '소비자-생산자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안전한 먹거리로 건강하고 행복한 지역사회'를 꿈꿔왔던 한 사람으로 참 반가운 일이다. '

 '시민들의 참여로 함께 만들어가는 먹거리 선순환 체계'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게, 거버넌스의 과정에 보다 다양한 시민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시민중심 지속 가능 먹거리 경제도시 원주'를 만들어 갈 수 있길 기대한다.

이현주 원주생협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