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비극으로 인해 156명의 목숨이 희생되었다. 사고수습과 재발방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조치와 대응은 논란을 낳고 있다. 3년 만에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진행된 할로윈 축제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참사가 있기 전에 11건에 달하는 시민의 사전 신고가 있었으나 비극을 막지 못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이 사전에 동원되었어도 막지 못했을 것이라는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다. 주최측이 분명하지 않아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의견도 언론을 통해 전파되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본분임을 망각한 태도이다. 

 정부의 영역과 사적 영역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공(公)적 영역은 정부 영역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부와 민간이 상호작용하는 것이 공공의 장이다. 시민참여가 활발한 지금 정부의 영역과 민간의 영역을 구분하는 것은 편의적 발상이다. 온전한 사적영역도 완전한 정부영역도 존재하지 않는다.

 공공성을 상실했을 때 사회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고 사회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 공적영역에 대한 책임은 시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에 있다. 명절의 교통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듯이 축제, 행사, 집회, 기타 대규모 모임은 공적영역에 해당하며 정부와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의 재난대응은 자연재해와 같은 불가항적 사안에 대한 사후적 구호, 구난 등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적 재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난 예방적 노력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동현장에서의 안전사고로 인한 희생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경제성, 효율성 등을 우선시한 결과이다. 

 지방정부의 역할도 예외는 아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의 안전수준을 나타내는 지역안전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교통사고, 화재 범죄,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 등 6개 분야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평가한다. 

 2021년 원주시의 안전도는 교통사고, 화재 범죄, 생활안전, 자살에서 3등급 감염병 2등급으로 평가되었다. 하위등급(4·5등급)이 없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기초자치단체 40개 지역에서 3개 분야 이상에서 등급개선이 이루어졌는데 원주시도 교통사고, 범죄, 감염병 3개 분야에서 등급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은 상황이다.

 최근 원주시의 하청업체가 운영하는 폐기물 선별장에서 노동자가 쓰레기 압축차량에 끼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사업장 안전관리에 있어 원청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에 따라 원주시의 책임여부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조사 중이다. 

 2022년 원주시청 도시국 산하 안전총괄과의 예산은 113억으로 전년 58억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이는 원주시 전체 예산 중 0.86%에 해당한다. 제한된 인력과 예산에서 특정 분야에만 집중할 수 없을 것이다. 시민의 생명, 안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해졌다. 전통적인 범죄와 자연재해에 그치지 않는다.

 자연재해, 범죄이외에 다양한 안전 위협 요인에 대한 대처 필요성은 증가하고 있다. 기타 분야를 담당하는 부서와 운영상 연계와 협력을 강화하여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하도록 총괄할 필요가 있다. 

 시민의 참여도 필요하다.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안전문화운동 추진 원주시협의회'가 운영되고 있으나 범죄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재난의 원인과 양상이 다양해진 만큼 사회안전망 전반에 대한 점검과 대응 매뉴얼 보완도 필요하다. 

 원강수 시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자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원주시의 사명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원시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발표한 시정운영 3대 추진방향 중 하나로 '시민 세금 낭비 없는 효율 행정'을 제시했다. 

 예산 효율성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만을 앞세울 경우 조용히 경고하는 사회적 재난의 징후들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사회적 재난은 사회적 약자를 겨냥하고 있기에 사전적 예방과 포괄적 대응이 필요하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효율성과 경제성을 대가로 타협하는 일이 없어야할 것이다. 이태원 참극에 대한 진정한 애도는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을 바로 세우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김형종 연세대 미래캠퍼스 국제관계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