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한민국 독서 대전이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원주에서 열렸다. 그중 행사의 하나로 '비블리오 배틀'이라는 낯선 경연이 있었는데, 비블리오 배틀이란 책을 뜻하는 비블리오(biblio)와 대결을 뜻하는 배틀(battle)의 합성어로 제한 시간 5분 이내에 책을 소개하고 투표를 통해 책을 선정하는 지적 서평 게임이다.

 '내 인생의 책을 소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참가 대상은 초, 중, 고등학교, 일반인 도전자가 직접 읽은 책을 가지고 무대로 나와 5분 동안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행사였다, 24일 따뚜공연장 본 무대에서 일반인 결선이 있었고 25일에는 도서관 강의실에서 '나를 자유롭게 한 책'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돼 심사를 맡게 되었다.

 지적 서평 대결을 표방하는 비블리오 배틀은 2007년 일본 교토대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인공지능 연구자인 다니구치 다다히로 박사가 "인간의 뇌는 말하지 않으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뇌 과학의 연구 성과를 활용해 공부 모임을 재미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라고 한다. 좋은 책을 즐겁게 소개하자는 독서 운동 프로그램을 넘어서 학습에도 도움이 되는 효과가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MBC에서 프로그램으로 다룬 적이 있다.

 규칙은 참가자가 미리 읽고 재미있다고 생각한 책을 가지고 와서 줄거리, 감상, 추천 이유 등을 제한 시간 5분 이내에 자료 없이 즉흥으로 말하여 소개해야 한다. 비블리오 배틀은 독서를 활용한 지적 훈련이다.  정해진 시간에 한 권의 책에 담긴 정보를 압축해 전달하는 소통 능력을 길러주는 동시에 자신의 관심과 취향을 당당히 표현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어 사회생활에 유용한 능력을 길러주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일본에서는 2010년부터 해마다 전국대학생대회가 열리며, 초·중·고교는 물론이고 도서관, 카페, 기업 등으로 확산하는 추세라고 한다.

 대본 없이 5분 동안 소개를 한다는 것이 사실 출연자들에게 가장 부담되는 미션이었기 때문에, 본인의 느낌과 생각을 시간에 맞추어 발표하는 일은 결코 하루 이틀에 되는 일은 아니다. 내용을 외워서 하면 도중에 생각이 나지 않아 머뭇거리기도 하고 시간을 맞추기 위해 뒤에 있는 타이머를 돌아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참여자들이 원고를 써서 외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반복 훈련을 통해 시간 감각을 익히고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형식으로 발표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8년간의 의정활동으로 본회의 5분 발언의 기회가 많았던 필자도 원고를 써서 시간 내에 마칠 수 있도록 여러 번 연습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일반인들 심사 때 보다 중고등부 경연을 보며 감동했다. 지도교사의 도움 때문인지 연습 기간이 길었는지 도서의 선택과 발표 능력도 탁월했다. 미래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들의 밝은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출전자들의 발표를 듣는 이들은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소개받은 효과가 있었다. 여기에 발표된 책을 모두 읽어 보아야겠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생겨 큰 행운으로 느껴졌다. 

▲ 2022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원주에서 펼쳐졌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에도 큰 힘이 된다. 버스나 전철에서도 대부분 스마트폰만 보고, 집에 가서도 컴퓨터를 보는 시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시민 개개인이 책을 보는 변화를 통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성인의 40%가 1년동안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인 원주시는 풀뿌리 독서문화 운동으로 '한 도시 한 책 읽기'를 2004년부터 시작하여 매년 한권의 책을 선정하여 발표한다. 한해동안 읽고 소통과 공감을 통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갈등과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독서 운동이 널리 보급됐으면 한다. 아울러 비블리오 배틀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원주교육 현장에서 계속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가져본다.

김명숙 전 원주시의원, 현 원주여성문학인회 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