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는 매년 이맘때 전년도의 세입세출 결산 내역을 고시한다. 원주시에 들어온 돈이 얼만지, 이 돈을 얼마나 썼는지 시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기 위해서다. 최근 발표한 결산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원주시 세입 총액은 2조2천801억 원이었고 세출 결산액은 1조8천638억1천800만 원이었다.

이 자료에서 가장 눈길을 끈 항목은 순세계잉여금이었다. 순세계잉여금은 원주시가 시정을 운영하면서 세입이 예산을 초과하거나, 지출이 당초 계획 규모에 미달할 때 발생하는 금액이다. 쉽게 말해 원주시로 들어온 돈 중 집행한 사업비를 모두 제하고 남은 최종 금액을 뜻한다. 지난해 원주시 순세계잉여금 규모는 791억2천만 원으로 이는 세입 결산액의 3%에 해당했다.

시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면 대부분 놀라워한다. 한 시민은 “원주시에 민원을 요청하면 예산 부족, 인력 부족을 핑계로 거절하는데 정작 800억 원이나 남았었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공무원은 순세계잉여금 규모가 크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업을 하다 보면 계획과는 다르게 중단해야 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계획한 것보다 세금을 아껴 사업비가 남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사유로 한 팀마다 보통 10억 원씩 사업비를 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원주시가 운영하는 전체 팀이 266개나 되니 800억 원은 많은 금액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수치상으로 봐도 공무원들의 이러한 설명은 일리가 있다. 2019년 2천67억 원에 달했던 원주시 순세계잉여금은 2020년 1천879억 원으로 줄더니 지난해는 천억 원 밑으로 내려갔다. 그만큼 원주시가 재정 운영을 알뜰히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과의 소통은 아쉬운 대목이다. 시민들은 원주시가 발표한 세입·세출 결산 자료를 봐도 이게 무슨 내용인지 도통 알기가 어렵다. 대부분 용어가 전문용어인데 민간에선 쉽게 볼 수 있는 뜻풀이나 주석조차 하나 없다. 세입·세출 내역을 고시하라고 법에 정해져 있으니 원주시가 시늉은 하는데 정작 법의 취지, 즉 시민에게 자세하게 알리고 소통하는 일은 게을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반소통적인 작태는 다른 부서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원주시가 시민들을 위해 발표하는 미분양 통계가 대표적이다. 원주시는 올해 5월까지만 해도 미분양 통계를 발표했다. 우리 지역에 미분양 아파트가 어디에 몇 채나 있는지 세세히 알려줬다. 집 한 채 갖기 위해 발버둥치는 서민들, 부득이하게 집을 정리해 다른 곳에 이사해야 하는 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원주에 미분양아파트가 발생했음에도 묵묵부답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사업자 측에서 이를 함구해 달라고 요청해서다. 이 때문에 원주는 실질적인 미분양 상황임에도 온갖 광고매체나 언론기사는 ‘완판’지역으로 도배되고 있다. 원주시가 시민 피해는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자 눈치만 보고 있는 셈이다.

원강수 시장은 취임 전부터 자신은 소통 전문가가 되겠다고 천명했다. 이제 취임한 지 100일이 조금 지났으니 그러한 기미가 시정 곳곳에 눈에 띄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원주시 태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