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책토론 '원주시 장애인이 살만한 도시인가?'가 지난 21일 상지대 본관 5층 강의실에서 개최됐다.

무장애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령인구의 증가와 질 높은 삶에 대한 추구는 성장과 속도 중심의 도시보다는 친환경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도시를 더욱 요구하게 되었다.

원주시 역시, 장애인이 살만한 도시인가? 물리적 장벽과 사회적인 태도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살아갈 환경인가를 되짚어보게 된다. 2022년 장애인자립생활 정책토론은 원주시의 '무장애도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하여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의논해봤다. 토론회에 앞서 원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 빈운경 씨는 편의점, 카페 등 일상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접근성의 어려움을 다양한 사례로 소개했다. 

무장애도시 원주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제언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도시를 위한 제언으로 첫째, 장애인등편의법의 개정이 시급하다. 건축관련 법들은 장애인당사자들의 생활환경을 중심으로 하는 고민이 부족하다. 편의시설 설치가 비용의 문제와 연결되면서 설치 의무자에 대한 고려가 법의 기본적인 역할의 수위를 넘어가고 있다. 장애인당사자의 권리가 의무로 규정될 수 있는 법의 변화가 필요하다.

둘째, 미흡한 법률의 정비 및 지역사회 무장애도시 환경을 위한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잘 반영하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내용으로 조례를 제정해 진정한 무장애도시의 선도적인 지자체로 만들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40여 개 지자체에서 무장애 도시 조성 및 관광에 대한 조례를 만들어 적용하는 가운데 강원도와 원주시는 무장애관련 조례가 없다.

셋째, 지역사회 소규모 상점 경사로 놓기 사업 등 법 의무 이전에 환경을 만들기 위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장애인의 접근권을 고민하는 예산을 지원한다면 시설개선 의지를 높이는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넷째, 장애인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는 모니터링 진행으로 지역사회 편의시설에 대해 상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시설 구조를 비장애인이 단순히 살펴보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애인당사자가 직접 모니터링을 진행할 수 있는 체계나 시스템을 지역 안에서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증개축 및 신축건물에 대한 준공검사 시 실제 사용가능여부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장애인의 실질적인 이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점검하고 시정 조치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편의시설 설치에 대하여 좀 더 적극적인 정책수립과 이행에 대한 계획을 만들어가야 한다. 여섯째, 무장애도시 건설을 위한 지역사회 홍보 및 관련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하여 궁극적으로 시민이 함께하는 도시로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장벽없는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은 비단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갖추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무언가 대안적인 환경을 만들어야한다면 그것은 가장 불편한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 가장 넓은 범위에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이다. 

장애인이 공감하는 무장애 도시 가능한가?
▷박영림 춘천시 장애인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춘천시의 무장애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을 간략히 소개한다. 춘천시는 장애인 당사자, 관련 시설·기관·단체의 대표, 종사자들과 지난해부터 수차례의 숙의 과정을 거쳤으며, 이를 토대로 춘천시와 장애인복지위원회에서는 춘천시의 모든 사업에 장애 인지를 반영하도록 조례를 제정했다. 또한, 관련 조례에 의거 '춘천시 장애 인지적 정책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사업을 계획하고 수행함에 장애 인지를 올바르게 반영하였는지, 계획대로 수행하였는지에 대하여 심의하고 감시하는 기능이다.

조례 제정 후 춘천의 대표적 축제인 막국수 닭갈비 축제장이 새롭게 변화했다. 바닥을 평탄화하여 휠체어뿐만 아니라 실버카, 유모차도 편하게 끌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했다. 또한, 남이섬, 물레길 킹카누, 소양강 스카이워크, 박사마을 글램핑장 등 네 곳을 대상으로 모든 관광객이 최소한의 관광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는 열린 관광지 조성사업을 실시했다.

남이섬에는 장애인용 짚코스터를 설치하고 물레길 킹카누에는 휠체어 탑승용 특수카누를 전국 최초로 제작해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도 지역봉사단체와 함께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함께 만들어가는 모두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 조성사업을 위해 소규모 다중이용시설 출입구 앞에 경사로 설치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무장애 도시를 조성하는 일은 법과 제도의 개선은 물론,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장애인이 가장 살만한 원주시를 만들기 위해 행정과 의회와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원주시의 특별교통수단은 적정한가?
▷곽문근 원주시의원
원주시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는 2022년 현재에도 법정대수를 채우지 못했다. 여전히 특정시간대에는 1~2시간씩 걸리는 등 콜 수 집중으로 운행 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특별교통수단 운행대수의 산출기준은 보행상의 장애인으로서 정도가 심한 장애인 150명 당 1대로 이를 기초로 원주시는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를 36대로 산출했다. 현재 원주시의 교통약자 이동수단 차량 보유 현황은 48대로 이중 개인택시 사업자가 운영하는 임차택시가 9대, 원주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가 33대이다. 

원주시는 부족한 3대는 2023년까지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법정대수 산정 시 장애인 수에 대한 기준이 강원장애인차별철페연대와 이견이 있다. 시각장애인 등이 함께 이용하는 경우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운전원도 35명에서 추가로 8명을 채용해 43명까지 늘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의 결원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다. 2021년 30명 기준 22.8%, 2022년 1~5월까지는 33명 기준 29.5% 결원이 발생했다. 따라서 대체인력의 수급이 시급하며, 이에 대한 조치로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장애인이 이동조차 할 수 없다면, 시작 못해

▷이재민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사무국장

최근 늘어나고 있는 전동킥보드의 무분별한 정차는 휠체어 이용자들의 통행에 큰 방해물이 된다. 지하도나 육교의 경우, 점자블록이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장애인은 빙 둘러서 돌아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여객시설에서는 버스정류장 노선도가 휠체어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게 배치되어 있으며, 버스터미널, 철도역, 공항 모두 점자안내와 쉬운 말 또는 단어표시가 잘 되어 있지 않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보 제공은 모든 교통수단이 공통적으로 부족하다.
원주시 역시 대중교통 현황을 살펴보면 한참 열악하다. 장애인콜택시의 법정보장대수는 여전히 미충족이다. 시내버스의 경우, 163대 중 56대만이 저상버스이며, 마을버스는 9대 중 한 대도 도입되지 않았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이며,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어디로나,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와 필요가 있다. 장애인의 이동을 권리로 생각한다면, 장애인이 이동하지 못하는 물리적 현실을 개별적인 것이 아닌 분리된 것이라고 사고한다면 시민권의 관점에서 길은 반드시 연결해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돈이 없다는 예산의 논리도, 도로문제를 운운하는 물리적 근거도 실체 없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