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이하 복지관) 3층에서 창 밖을 바라보면 개나리 피는 봄부터, 눈 내리는 겨울까지 사계절이 정겹고, 예쁜 동네가 바로 추월대길이였다. 연탄가구가 추월대길 둘레길부터 꼭대기까지 있어, 연탄 손수레, 연탄 지게를 지고 우리 사회복지사와 봉사자들은 참 여러번 오르내리며 연탄 나눔을 하고,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건넸던 곳이다. 

 2022년 지금, 원인동 재개발로 지금의 아침을 맞이하는 건, 철거하는 모습과 소리이다. 연탄은행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원인동이 바뀌고 있다.

 2002년 12월, 허기복 목사(연탄은행 대표)는 한 어르신 가정을 방문했는데, 연탄(당시 한 장 300원) 살 돈이 없어, 냉방에서 홀로 지내시며 심한 몸살감기로 식사도 며칠을 거르신 채 누워계셨다고 한다. 이렇게 춥게 지내는 어르신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원주에서 전국 최초로 '연탄은행'이 설립되었다. 이후 봉사자와 전국을 다니며 사랑의 연탄을 배달하였고, 2022년 지금, 전국 31개의 연탄은행(서울, 부산, 전주 등)에서 활발한 에너지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지원으로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서 석탄 지원, 농수로 공사도 매년 지원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에서의 시작이 해외로까지 선한 영향력으로 확산되어 원주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원주 시민의 자부심을 높여 준다.

 그러나 2020년 초부터 2022년도 초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연탄은행도 후원과 자원봉사 활동이 주춤하는 시기가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연탄 자원봉사자 활동이 급격히 줄었고, 연탄 지원을 받지 못할까 걱정이 되어 복지관에 매일 전화하는 어르신이 있는가하면, 근심 가득한 얼굴로 끊어진 마스크를 겨우 이어 귀에 걸고 연탄 신청하러 오는 어르신도 계셨다. 

 우리 연탄은행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연탄 나눔활동을 했고, 자원봉사자가 없는 날에는 직원들과 함께 연탄 나눔을 하며 2020년도 26만장, 2021년도 31만장 지원했다.

 2022년 다시 찾아오는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연탄은행은 연탄 가구를 방문하며, 안부 인사를 하고, 근황을 물었다.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어르신이 대부분이고, 건강관리와 돌봄이 제한적이며, 생계가 열악한 경우가 많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 시기에 운명하신 어르신들의 소식도 듣게 되었다. 이번 겨울, 연탄은행은 에너지빈곤층 1천500가구에게 연탄을 지원한다. 또한, 연탄뿐만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 지원을 위해 연탄, 난방유, 도시가스 체납세대 지원 등, 에너지종합지원센터의 역할도 동시에 시작한다.

 2022년 10월 13일 '연탄은행 재개식'을 시작으로 연탄은행이 문을 연다. 올해는 '경제불황, 연탄, 밥이 되다' 라는 부제로 다시 찾아온 경제 불황 속에서 매일 먹는 밥과 같이, 매일 따뜻한 겨울을 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탄은행도 준비하고 있다. 그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몸도 마음도 추웠던 긴 겨울을 따뜻한 겨울로 함께 만들어 갈 연탄천사의 손길을 기다린다.

윤수진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 팀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