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천리에서 발견된 양 모양으로 생긴 청자. 중국 남경 상산7호 무덤에서 발견된 양 모양 청자와 크기와 형태가 유사하다.

부론면 법천리 고대 무덤들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73년, 중국 동진에서 건너온 1천700여 년 전 양 모양 청자가 발견되면서부터이다. 물론 그 이전부터 마을 사람들, 특히 무덤이 있는 밭에서 농사를 지었던 사람들은 무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밭을 갈면서 60년대부터 꾸준하게 유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1973년 이전 밭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당국에 신고되지 않아 여기저기 흩어졌으니 학계에서는 법천리 고분군의 실태를 알 수 없었다.

1973년 양 모양으로 생긴 어른 주먹 크기의 청자를 발견한 것은 법천리 1532번지 토지 소유자인 홍병주 씨였다. 홍병주 씨는 1951년 법천리 개치 마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고향에서 마쳤다. 삶 대부분을 고향을 떠나지 않았던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왔기 때문에 60년대부터 고분이 있는 밭에서 출토된 유물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 2022년 10월 10일 홍병주 씨로부터 양 모양 청자 발견 당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개치 마을 붙박이로 살았던 그는 고향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충청북도와 경기도를 이어주는 남한강대교가 건설되기 전 개치 나루에서 배로 오가던 일이며, 여주의 항아리 장사들이 정기적으로 항아리를 싣고와 부론 시장과 가까운 강변에 쌓아두고 팔았던 일도 그의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부론장은 남한강을 마주하고 있는 경기도 여주와 충청북도 충주 일원에서 가장 번화한 시장이어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었다고 한다.

1973년 봄(3월 말∼4월 초) 그 해 농사를 앞두고 소에 쟁기를 걸어 밭을 갈았는데 커다란 돌이 걸렸다. 해마다 걸리는 돌이었지만 그해에는 돌을 치우기로 했다. 한해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본격적으로 그의 의지대로 농사를 짓기 시작한 때이니 밭에 있는 불편한 돌들을 치우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쟁기에 걸렸던 돌을 치우기 위해 삽으로 땅을 팠더니 더 큰 돌이 나왔다. 무덤의 덮게 돌이었다. 애써 큰 돌을 밀쳐내고 땅을 파냈더니 작은 돌로 네모난 벽을 쌓은 무덤의 형체가 드러났다. 조금 더 깊이 파냈더니 바닥에 돌이 깔려 있었고 양 모양 청자(羊形靑磁)와 토기들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무덤의 깊이는 어깨 정도 깊이였다고 한다.

▲ 양 모양 청자를 발견한 부론면 법천리 홍병주 씨.

늘 그랬듯이 밭에서 나온 유물을 집안에 모아두면 가치를 아는 사람들(골동품 수집상으로 짐작되는)이 가져가곤 했는데 어느 날 양 모양 청자가 사라졌다. 양의 행방을 수소문해 보니 지서장이 가져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서에 가서 양 모양 청자를 돌려받기 위해 지서장과 크게 다투었고, 부론면 부면장이 개입하여 유물을 당시 원성군청으로 보냈다. 원성군청에서는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으로 보냈고, 다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관돼 유물을 감정평가하면서 양 모양 청자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양 모양 청자와 함께 서울로 보낸 유물은 모두 30여 점인데 사과 상자로 한 상자 분량이었다고 홍병주 씨는 기억한다. 평가가 끝나고 유물은 국가 귀속 처리되었으며, 홍병주 씨는 매장문화재 신고에 대한 보상금으로 5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로는 상당히 많은 보상금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유물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는데, 그때 김원용 교수는 현지에 내려와 홍병주 씨에게 출토 상황을 듣고 현지 조사를 하여 학계에 발표(고고미술 120호)했다. 양 모양 청자는 국내에서 발견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학자들의 관심은 양 모양 청자에 집중되었다. 국내에서 발견된 사례가 없어 중국의 사례를 살펴보기 시작했고 마침내 중국 남경 상산7호 무덤(象山7號墓)에서 발견된 양 모양 청자와 크기와 형태가 유사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상산 7호 묘는 중국 남경시 북쪽 상산에 있는 동진의 호족 낭사 왕씨의 가족묘지 7기 가운데 하나이다. 1965년부터 1970년까지 발굴조사로 왕흥지(王興之, 340년 사망)부부와 그 아들 왕민지(358년 사망)부부 등의 전각(塼刻)묘지도 확인하였다. 동진은 316년 진 나라가 멸망하고 진 왕조의 사마 예가 양쯔강(揚子江) 이남의 땅을 영토로 하여 317년 남경(南京)을 근거지로 다시 세운 망명정부이다. 

중국 남경시와 원주 법천리에서 발견된 양 모양 청자는 생긴 모습이 너무도 흡사하여 도공이 같은 사람이거나 같은 공방에서 만들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할 정도이다. 중국 남경에서 만들어진 양은 어떻게 바다를 건너 원주로 오게 되었을까?

 

박종수 전 원주시학예연구관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