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륜동 건강보험 마을관리소가 '찾아가는 사진관'을 운영했다. 원주문화재단과 공동으로 진행한 사업으로 사진 찍을 기회가 없었거나 사진관에 직접 가지 못하는 명륜동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모녀 세대, 독거 어르신 세대, 어르신 부부 세대, 복지관 프로그램 회원 등 각자 특별한 사연을 가진 세대가 선정됐으며, 메이크업 전문가와 사진 작가가 방문해 촬영을 진행했다.

문연애(93) 씨는 딸이 사연을 신청해 이번 촬영에 참여하게 됐다. 최근까지 복지관으로 운동도 다니시고 정정하시던 어머님이 최근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후부터 급격히 몸이 쇠약해지시고 치매 증세까지 보이면서 몸이 안좋아지시자 어머니와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신청한 사연이다. 어쩌면 엄마와 사진을 찍는 기회가 이번이 마지막일거라는 생각으로 추억을 남기고자 신청했다.이번 기회에 어머니의 영정사진도 함께 찍었다. 

▲ 결혼한지 40여 년만에 추억을 남긴 이순옥·김형기 부부.

이순옥(72) 씨는 점점 나이들어가면서 늦기 전에 남편과 다정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신청했다. 결혼 이후 50여 년 만에 곱게 화장도 하고 차려 입은 모습을  두고두고 추억하고 싶었다고. 70대 노부부는 자식에게 말하지 않고 영정사진을 준비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선 아내의 모습을 본 남편 김형기 씨는 그 모습에서 눈에 떼지 못했을 정도로 다정다감한 부부애를 보였다. 이순옥 씨는 "결혼 사진 이후에 몇 십년 만에 이렇게 사진을 찍으니 리마인드 웨딩을 다시 하는 기분이었다"며 "남편과 소중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선행(72) 씨는 유일한 가족인 사촌 동생에게 작은 추억을 선물하고자 마을관리소에 사연을 보냈다. 몸이 불편해 혼자 외출은 커녕 식사도 힘든 이 씨를 돌보는 가족은 인근에 사는 사촌동생뿐이다. 유일하게 연락이 닿는 가족으로 매번 반찬을 가지고 오고 안부를 물으며 이 씨를 돌보고 있다. 항상 동생한테 받기만 하는 것이 미안한 마음에 찾아가는 사진관을 통해 동생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고.

▲ 사진 동생과 사진으로 추억을 남긴 이선행 씨.

사촌 동생과 나란히 앉아 다정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이 씨는 촬영 내내 매우 즐거워했다. 이 씨는 "몸이 불편한 사촌오빠를 늘 챙겨주는 동생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었는데 이번에 사진을 찍으면서 작게나마 보답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 명륜종합사회복지관 온마을학교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우정쌓기.

박형진(40) 씨를 비롯한 4명의 남자들은 우정사진을 촬영했다. 명륜종합사회복지관 온마을학교 회원으로 만난 네 사람은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주기적으로 여행도 다니는 등 수년 째 친목을 다지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주 어울려도 다 같이 사진찍을 기회가 없었다는 이들은 대학교 졸업앨범을 찍었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번 촬영을 신청했다. 

처음 남자 넷이 카메라 앞에 서서 경직됐던 분위기는 서로 표정을 봐주고 웃겨주면서 매우 화기애애하게 풀어졌다. 박형진 씨는 "각자 연령대가 다양해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관계인데 인연이 닿아 이렇게 오랜 시간 우정을 나누고 있다"며 "이번에 남긴 사진을 두고두고 간직하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들을 포함한 총 8팀을 대상으로 사진 촬영을 진행했으며, 참여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 한편, 마을관리소에서는 다양한 캠페인과 사업을 통해 명륜동 지역 내 소외된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