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토지문화관에서 문학의달 국제포럼이 진행됐다.

10월 원주시 문학의 달 주요 행사 중 하나인 2022 원주시 문학의 달 국제포럼이 '위기의 시대, 삶의 전환을 이끄는 문학'을 주제로 지난 6일 토지문학관에서 진행됐다. 포럼은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거대한 전환을 위한 기후 행동, 그리고 문학의 목소리'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패널 토론은 오원집 원주시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운영위원회 위원장이 좌장을 맡고, 김기창 소설가, 이소연 시인,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협의회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박연희 소장, 원주청년생활연구회 조국인 회장이 토론자로 참여해 위기를 알리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문학의 역할을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기조발제-거대한 전환을 위한 기후 행동, 그리고 문학의 목소리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2020년 8월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창작그룹 이동시가 펼친 '절멸, 질병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 퍼포먼스는 엄혹한 코로나19 초기에 절멸의 공포를 환기한 문화적 사건이었다. 무엇보다 절멸의 불안과 공포,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을 극적으로 환기하고 비판적 성찰을 보인 퍼포먼스였다. 

2022년 9월 23일부터 30일까지 '2022 서울 국제작가축제'가 열렸다. 9개국 35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 축제에서 기후 위기 시대에 대한 대응 담론도 진지하게 제기되었다. 그중 <이상한 날씨와 북극곰과 나> 세션에 참가한 생태 작가 최성각은 "이제 우리에게는 파국을 재촉할 것인가, 파국을 지연할 것인가의 선택이 남았다. 어쩌면 인류는 지금껏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다른 이야기'를 써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SF 작가 천선란은 공생을 통해 진화해온 식물의 세계에 관심을 보인다. 식물들이 멋대로 자라 숲을 이룬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서로의 영역을 지키며 뿌리가 얽히지 않도록 공생을 택한' '그 아름다운 진화'를 '사랑하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제 인간이 그 공생마저 망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우려한다고 했다.

2021년 11월 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참석해 관심을 끌었다. 메탄가스 억제의 중요성을 다룬 패널 토론 등에 참여한 그는 환경 위기를 엄중히 환기했다. 더글러스 러미스는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에서 이 타이타닉의 기억을 되살리며, 이제는 엔진을 멈추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타이타닉호는 당시 빙산의 존재를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현재 지구라는 행성은 머잖아 매우 비극적인 빙산과 충돌할 위기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정세랑의 <리셋>은 23세기 미래를 배경으로 하여 거대한 지렁이가 인류 문명을 갈아엎는 이야기다. 작가는 "우리는 행성의 모든 자원을 고갈시키고 무책임한 쓰레기만 만들고 있었다. 100억에 가까워진 인구가 과잉생산 과잉 소비에 몸을 맡겼으니, 멸망은 어차피 멀지 않았었다"고 지적했다. <리셋>의 메시지는 21세기를 사는 지금, 여기의 사람들에게 심각한 경각심을 환기한다.

2021년 출간된 김기창의 <기후 변화 시대의 사랑>은 기후 위기에 대한 각성의 계기를 부여하기 위해 폭염, 혹한, 백화, 해빙 등 다양한 제재를 바탕으로 상상한 의미 있는 서사적 기획이다. 그는 '거대한 변환'이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한 결과 지구는 그야말로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는 지경이 되고야 말았음을 실감있게 형상화한다. 

김혜순의 근작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는 그 표제부터 문제적이거니와 지구 환경 재난과 관련한 묵시록적 우울과 수사학적 질문들로 넘쳐난다. 표제작은 지구가 불모의 행성이 되어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자 달로 이주한 최후의 지구인이 죽어가는 지구를 바라보며 절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녹색 공동체를 위한 실천적 지식인이고자 했던 비평가 김종철은 거의 마지막 원고가 된 '코로나 시즌, 12개의 단상'에서 녹색주의자다운 성찰을 보였다. 김병익은 다른 삶의 태도와 윤리의 지평을 제안한다. 

온누리에서 울려 퍼지는 문학의 목소리는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다. 전환이냐, 공멸이냐! 여전한 팬데믹 시기라서 이 질문은 더욱 절실하기만 하다. 문제는 '거대한 전환'이다. 

지금까지 기후변화의 위기를 이야기한 문인들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이처럼 문학은 우리가 처한 지구의 위기에 경종을 울렸지만 인류는 아직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거대한 전환이다.

패널토론 주요내용

김기창 소설가
기후 위기 상황에서 문학의 책임 여부와 의무를 묻는 것이 오늘 자리의 의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문학이 상상하는 지구의 미래가 절망과 공포에 가깝다는 것은 문학이 '경고'의 역할을 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희망이 섞인 미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련 문학을 쓴 작가들의 대체적인 결론이다. 그러나 너무 늦은 경고라는 비판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문학은 대안을 상상하는 역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후 위기의 원인은 인간과 인간이 만든 근대 문명이다. 인과관계의 역학을 생각할 때, 원인이 사라지거나, 원인이 바뀌면 결과도 바뀌게 된다. 근대 문명으로 인해 생긴 위기는 근대 문명의 변화로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과는 다른 문화와 문명에 대한 상상, 상상을 제 근본으로 삼는 문학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 같다.

이소연 시인
문화 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 길을 지나며 만나는 환경 캠페인 등 매 순간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활동들이 계속되고 있다. 기후 문제와 환경 문제를 다룬 작품이 늘어나고 있고 그것을 폭넓게 공유한다고 해도 실천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기후 활동에 대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소설가와 시민들의 사유가 환경 문제에 대한 각성을 반응하게 하지만 각성 이후의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어떤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문학은 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거대한 전환을 어디에서부터시작할지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계속 보여줘야 되는 시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박연희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소장
우리가 당면한 지속 가능성의 위기를 넘어서는 길, 그것은 지역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에서부터 출발하며 원주시가 갖고 있는 수많은 사회적 자산 중 문학 도시, 창의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원주시가 지속가능 발전 도시로 나아가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사례가 없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도시들에게도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나가는 모습을 원주시가 보여주며 창의도시 네트워크와 또 다른 협력의 장이 시작될 수 있길 기대한다. 

조국인 원주청년생활연구회장

전환의 시대에 어떤 형태로 문학이 전환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독립 출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립출판은 다양한 분야의 개인 또는 소규모 공동체가 기존의 출판 방식을 벗어나서 자신만의 취향과 관심사를 콘텐츠 삼아 출판의 전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 책을 만든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인 기존 출판 시스템에 비해 소량인 독립출판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제작 방식의 전환이 될 것이다. 

내용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것, 사라지는 것에 함께 목소리를 내는데 있어서 독립출판은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또는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문학에서 전하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삶의 전환을 이끄는 방식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기대된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