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307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최근 금리인상의 영향과 기업의 대응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1.2%가 '고금리로 실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대한상의 '금리인상 기업 대응실태 조사'
기업체 "자체 감당 가능한 기준금리 2.91%" 
영끌족 "주담대 금리 7% 패닉바잉 현실화"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A기업은 "1년 전부터 전기차부품 생산을 위해 설비투자를 하고 있는데 고금리 폭탄을 맞아 이자 상환도버거운 상황"이라며 "상환 부담이 커져서 신규투자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3연속 0.75%씩 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0.25%에 불과했던 미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지난달 3.25%까지 상승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해 7월 0.5%포인트 올린 이후 지난 8월 0.25%포인트 추가 인상했는데 오는 12일에는 0.5%포인트 인상이 유력하다. 

지나친 금리 상승은 기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307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최근 금리인상의 영향과 기업의 대응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1.2%가 '고금리로 실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어려움이 매우 많다'고 답한 기업도 26.7%나 됐다. 오직 12.7%만이 '어려움이 없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은 '이자 부담에 따른 자금사정 악화'(67.6%)를 가장 힘들어했고 '설비투자 지연 및 축소'(29.3%), '소비위축에 따른 영업실적 부진'(20.7%) 등을 고금리 여파로 꼽았다. 

한편, 현재 벌어들이는 영업이익과 지출되는 생산·운영비용을 고려했을 때 수익을 내기 위해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은 2.91%였다. 3.00%를 꼽은 기업이 41.7%로 가장 많았으나 현재 금리 수준인 2.5%를 꼽은 기업도 23.1%에 달했다. 전체 응답 결과의 가중평균값은 2.91%였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환율 등에 따른 고비용 경제구조 속에서 이자 비용 부담까지 떠안은 기업들의 위기감이 높다"며 "현재 기준금리(2.5%) 수준에서도 시중 대출금리가 5~6%를 넘어서는 상황이라, 기준금리가 3.00%를 넘어가면 시중금리는 7~8%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 부담을 느낀 젊은 층에서 패닉셀링(공황매도·투매)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쏟아져 나온다. 무리해서 집을 샀는데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주택을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다.

영끌족 공황 판매, 가시화될 수도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했으나 집값이 하락하고 대출이자가 늘어나면서 싼값에 집을 처분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3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4.38~6.83%였다. 지난 7월 중순(연 4.21~6.12%)과 비교하면 상단과 하단이 각각 0.71%포인트, 0.17%포인트 올랐다.

4대 은행 주담대 변동금리는 이미 최상단이 6.6%를 넘어선 상태다. 시장에서는 7%대는 물론이고 8%대까지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상황이 이러하자 이자 부담을 느낀 젊은 층에서 패닉셀링(공황매도·투매)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쏟아져 나온다. 무리해서 집을 샀는데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주택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지난해 8월 연 3% 금리로 3억 원의 변동금리 주담대(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를 받았다면 코픽스 상승분(0.95%→2.96%)만 반영해도 연 5%대 금리가 적용된다. 원리금 상환액은 월 126만 원에서 161만 원으로 뛰어 연간 420만 원가량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최경순 원주시지회장은 "아직까진 원주에서 대출이자 부담으로 집을 내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도 "원주에도 고가 신규 주택이 많이 진출한 상황이므로 금리가 더 오르면 물건을 급매로 처분하는 사태도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오르자 은행 예적금 금리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에 주식, 코인, 부동산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해 은행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뭉칫돈 은행 예금으로 몰려
한국은행 강원본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도내 금융기관 수신 잔액은 74조7천616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8% 증가한 액수다. 예금은행의 수신 증가세가 유독 눈에 띄었다.

도내 예금은행 수신 잔액은 34조3천113억 원으로 작년보다 18.2%나 증가했다. 새마을금고, 신협, 지역농협 등의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수신 잔액도 40조4천503억 원으로 8.6% 증가했다. 

원주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7월 원주 내 예금은행 수신 잔액은 11조8천428억 원으로 작년 대비 19.2% 늘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과 코인,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온 돈이 은행 예·적금으로 옮겨가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잇달아 인상하면서 수신 잔액 증가세도 가팔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2월 말 2.11%(1년 만기·단기중금채) 금리를 제공했던 IBK기업은행의 D-DAY 통장은 지난 27일 현재 4.14%까지 올라간 상태다. KB국민은행도 올해 초 2% 대의 Star 정기예금 금리를 최근에 3.91%까지 끌어 올렸다. 상당수 시중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4%대로 높일 가능성이 크다. 

적금 상품은 최대 11%까지 이자를 제공한다. 신한 플랫폼 적금(야쿠르트)은 기본금리가 2.0%에 불과하지만, 특별우대금리를 적용할 경우 연 11%의 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 케이뱅크 코드K자유적금도 우대금리까지 포함하면 최고 10%의 금리혜택을 제공한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주요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은행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텐데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이 예·적금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