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얘기다. 흥업면 대안리 승안동에 살고 계시는 김동진 할아버지가 쓴 김충열 교수의 연모시비(戀母詩碑)에 대한 글이 원주투데이 신문에 나왔다. 

 신문 기사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바로 며칠 뒤 승안동 돼니재에 올라갔다. 돼니재는 문막과 원주를 잇는 옛길이었다. 평소에 동양철학의 석학이신 김충열 교수님께서 원주 분이시라는 얘기는 듣고 있었고, 언제 한번 뵙고 싶었다. 처음에는 시비를 찾지 못하고 한 주 후에 다시 올라가 고개 정상 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옛길에서 시비를 찾았다. 

 교수님을 만난 것 같이 반가웠고 작은 비석에 적힌 시를 보고 교수님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눈물을 적셔야 했다. 그 자리에서 114로 전화를 걸었다. 문막읍 주민 중에 김충열 성함을 가진 분이 두 분 계셨는데 다행히 먼저 전화해본 분이 교수님 댁이었다. 그렇게 교수님을 처음 뵙게 되었다. 

 교수님께 고향에서 시민들에게 철학강좌를 부탁드리니 교수님께서 선뜻 찬성하시고, 2007년 8월 원주문화원에서 첫 중천철학강좌가 시작되었다. 처음 강좌 준비를 하는데 교수님께서 고려대 제자인 공이정 원장도 관심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지역에서 철학강좌는 거의 처음이어서 얼마나 수강생이 있을지 그리고 수강료를 얼마로 해야 할지 걱정이었다. 공이정 원장 그리고 평소 알고 지내던 최문수 변호사와 만나서 만일 수강생이 적어서 교수님 강의료가 부족하게 되면 우리 셋이 부족분을 채우기로 하고 강좌를 개설했다. 그만큼 세 명이 김충열 교수님의 강좌를 듣고 싶은 열망이 강했고, 원주시민들에게 교수님의 철학강의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고 할 수 있다. 

 처음 수강생이 70명이 넘어 놀랐다. 강의료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 교수님께서 다음 해에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어 강좌는 5개월밖에 하지 못했지만, 원주에서 처음 시도된 철학강좌는 성공적이었다. 그것은 김충열 교수님에 대한 높은 인지도 때문이기도 했지만, 당시 지역의 철학에 대한 욕구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 뒤로 교수님 제자들의 참여로 강좌는 지금까지 중천철학도서관에서 이어지고 있다. 10여 년 이상 이어지는 중천철학강좌가 관심 있는 세 명의 시민의 결심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처음 원주문화원에서 시작된 작은 시작이 지금은 전국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철학강좌로 성장해왔고 전국 유일의 철학 전문 도서관까지 지역에 유치하게 되었다. 

 역사는 만들어진다고 한다. 평범한 시민들이 지금 역사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깨어있는 시민들이다. 깨어있는 시민은 어떤 시민일까. 나보다 이웃과 우리를 더 생각하고, 개인의 이익(利)보다 사회적 가치(義)를 더 생각하는 사람이다. 지금보다 미래를 더 생각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존재가치는 무엇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따라오는 고통은 용기를 더해줄 뿐이다. 그리고 다양한 각자의 존재가치에서 크고 작음의 차이는 없다. 이러한 깨어있는 시민들에 의해 역사의 수레바퀴는 굴러간다.

곽병은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 전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