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 세계에서 최고의 인삼 종주국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란 인삼은 전 세계에서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습니다.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는 대한민국이 인삼이 생육하는 데는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삼이 썩지 않고 배수가 잘되는 화강암의 토질을 비롯해 경사가 있는 산악지형, 연평균 1천300mm의 충분한 강수량, 뚜렷한 4계절에 의한 이상적인 기온차 등 대한민국만큼 인삼이 생육하는데 훌륭한 조건을 가진 지역은 지구상에 없습니다. 

 그리고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정부기관 및 국내 여러 연구소 등의 꾸준한 재배기술의 개발로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인삼은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홍삼, 흑삼 등을 가공한 건강식품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팬데믹 기간에 코로나바이러스 치명률이 평균 0.13% 정도로 세계 최저수준을 기록한 데는 이러한 인삼 제품을 쉽게 섭취하면서 생긴 면역력의 향상이 한몫했으리라고 짐작해 봅니다.

 그러면 우리가 시중에 흔하게 접하는 인삼제품 중 백삼, 홍삼, 흑삼은 무엇이며 그 차이는 또한 무엇일까요? 우리가 밭에서 바로 수확한 삼을 수삼(水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수삼은 다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 금방 상하기 쉽습니다. 이 때문에 예부터 수삼은 건조하여 보관하였습니다. 수삼을 바로 건조한 것은 백색을 띠고 있어 백삼(白蔘)이라 하며, 한번 찌고 건조하여 약간 붉은색을 띠는 것을 홍삼(紅蔘)이라 합니다. 찌고 건조하는 과정을 9회 반복하여 검은빛을 띠는 삼은 흑삼(黑蔘)이라 합니다. 

 그러면 왜 삼은 찌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색이 진하게 변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인삼에 함유된 사포닌 성분과 아미노산 성분이 화학적으로 결합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을 마일라드 반응(Millard Reaction)이라 합니다. 이 반응을 통하여 생성된 사포닌-아미노산 결합체가 인삼의 색을 진하게 하는 것으로 색이 진할수록 이 결합체의 양이 증가하는데 백삼보다는 홍삼에서 그리고 홍삼보다는 흑삼에서 더 많은 양이 검출됩니다. 

 그리고 이 결합체는 항노화와 항산화 효과가 아주 강한 유익한 성분입니다. 또한, 인삼을 찌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마일라드 반응 외 탈당반응과 치환반응의 2가지 화학반응이 더 발생하는데 이 3가지 화학반응을 통하여 백삼에서 홍삼 그리고 흑삼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즉 이 3가지 화학반응이 잘 진행될수록 품질 좋은 흑삼 제품이 나오는 것으로 인삼을 찌는 기술력의 차이는 결국 이 3가지 반응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발생시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에 의하여 생성된 흑삼과 홍삼 백삼의 과학적인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인삼의 주요 약리 성분은 사포닌입니다. 사포닌은 그리스어로 거품이라는 뜻으로 수용액으로 추출했을 때 거품을 유발하는 성분은 전부 사포닌입니다. 그리고 자연상태에서 거품이 발생하려면 물에 녹는 수용성 성분과 기름에 녹는 지용성 성분이 함께 결합되어야 합니다.

 인삼의 사포닌도 마찬가지로 수용성 성분과 지용성 성분이 결합되어 있는데 인삼을 찌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할수록 즉 흑삼을 제조하는 과정을 거칠수록 그리고 여기에 발효과정을 추가하면 수용성 성분이 사포닌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결국, 상대적으로 지용성이 강한 사포닌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필자는 편의상 이를 지용성사포닌이라 명명하였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지용성사포닌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백혈구 같은 면역세포로의 흡수율의 차이입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세포들의 세포막은 기름 성분과 인 성분이 결합한 인지질(Phospholipid)로 이루어져 있기에 상대적으로 지용성 사포닌을 더 잘 투과 시킵니다. 즉 발효 흑삼의 지용성사포닌이 홍삼이나 백삼의 상대적 수용성사포닌보다 면역세포로 흡수가 원활하게 되는 장점이 있는데 이는 임상적으로는 그 효능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논문에서 흑삼이 홍삼보다 신종플루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이 2배 가까이 나타나는 실험결과가 나왔습니다. 더욱이 인삼의 사포닌에 존재하는 이 지용성부분을 트리테르페노이드(Triterpenoid)라고 명명하는데 이 성분은 사람의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그 화학구조가 거의 유사하여 효능이 탁월합니다. 인삼이 세계적으로 명약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바로 이 지용성 부분 때문입니다.

 다른 약용식물의 사포닌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려인삼은 그 재배환경이나 기술에서부터 캐나다나 미국 그리고 중국의 인삼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탁월한 고려인삼을 사용한 한국의 발효흑삼은 그 효능에서 지구상의 그 어떤 인삼가공제품보다 뛰어난 가치가 있습니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면역력이 강조되는 팬데믹 시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미래에 면역산업은 가장 주목받는 중추적인 산업이 될 것이며 대한민국의 발효흑삼은 그 핵심으로서 우리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안준민 진생바이팜 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