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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선생님, 전통문화 알려주세요"

최다니엘 기자l승인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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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클릭하면 흥해라 프로젝트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인터뷰 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흥업면 큰나무사회적협동조합 '흥해라' 프로젝트
홀몸노인, 전문교사 돼 아동들에게 전통문화 지도
우울감 감소·활력 회복…아이들도 예의범절 배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이다. 아이를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비단 한 가정의 책임이 아니라는 뜻. 아프리카 사람들은 지역사회 전체가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 아이를 온전히 키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상적인 돌봄을 생각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 부모들은 생계에 바쁘고 교사들은 종일 돌봄에 여력이 없다. 방과 후에 여는 태권도·피아노·영수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어쩌면 이 이유일지도 모른다. 부모가 경제적 여력이 있으면 사교육이라도 시킬 수 있는데 취약계층 아이들은 집에서 자습하거나 PC방을 배회하는 것이 전부다. 

흥업면은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지역사회 통합돌봄)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단순히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 노인, 심지어는 아이들 자신까지 돌봄 주체로 활동한다.

그 중심에는 큰나무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박병구)이 있다. 박병구 이사장은 "방과 후 학교에 필요한 전담 인력을 협동조합에서 양성하고 있다"며 "경력단절 여성들을 지도해 돌봄교실에 투입하는데 주로 자녀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노인들도 돌봄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이 어린이집 원아나 초등학생들을 위한 돌봄 교사로 나서게 된 것. 3년 전 큰나무사회적협동조합이 강원도 마을공동체 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 추진됐다.

임성희 큰나무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공동체 사업을 통해 어르신들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려 노력했다"며 "리더십이 강한 어르신들을 선발해 '흥해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흥해라'는 흥업에서 해피한 라이프의 약자다. 노인들이 전통문화체험 강사로서 지역 아이들에게 다양한 전통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골자. 두 주에 한 번, 한 번에 두 시간씩 자신이 경험했던 전통문화를 아동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노인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면서 아이들과 ▷떡 만들기 ▷전통 혼례 ▷전통 탈 만들기 ▷붓글씨 쓰기 ▷청사초롱 만들기를 함께 한다.

▲ 흥해라 프로젝트. 지역 홀몸 노인들이 아이들에게 전통문화를 알려주고 있다.

임 이사는 "일본에 연수를 갔는데 마을 전체가 돌봄 활동에 매달리는 것을 보고 '우리는 왜 이렇게 안 할까?' 생각했다"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을 잘 보살필 수 있을까?' 의아해하던 학부모들도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본 후 안심하고 자녀들을 맡긴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것은 6~7세의 아동들도 흥해라 프로젝트에선 선생님으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사실 흥해라 프로젝트는 아동에 초점을 맞춘 돌봄 서비스가 아니다. 고독감과 우울감으로 고생하는 지역 노인들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즐겁지만, 상호작용이 많아질수록 삶의 활력소를 되찾는 노인이 늘고 있다. 임성희 이사는 "초콜렛 만들기, 향수 만들기 수업엔 아이들이 선생님이 돼 어르신들을 지도한다"며 "한 달에 두 번 있는 수업을 더 늘려달라고 호소하는 어르신이 많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정된 예산으로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큰나무사회적협동조합은 원래 한 주에 한 번씩 어르신 흥해라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그런데 강원도 마을공동체 지원 예산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워 주 1회 수업을 격주 1회로 변경했다. 

박병구 이사장은 "지자체에서 조금만 지원해주면 혁신도시, 기업도시, 무실동 등에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며 "커뮤니티 케어에 원주시가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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