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주민제안 입안으로 시작되었던 신림면 구학리 여산골프장 조성 사업의 제1막이 민선시장 3명과 시의회의 손을 거쳐 끝났다. 

 그동안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조성부지 내 20만여 ㎡의 시유지를 민간 영리사업자에게 교환·매각하는 안건이 2022년 7월 18일 제234회 원주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에서 투표로 통과되었고, 7월 22일 본회의에서 별다른 토론 없이 원안 가결되었기 때문이다. 

 개발이냐 보전이냐, 시유지의 민간 매각이 특혜냐 아니냐 등을 둘러싸고 15년간 이어져 왔던 논란들도 이제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그러나 제반 인·허가를 둘러싼 형식적 행정절차는 종료된 것이 사실이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끝난 것이 아니라 끝난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법 제35조는 협의내용의 이행 등을 규정하고 있는 바, 사업시행자는 원주지방환경청과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보고해야만 하는 실질적 준수 의무가 남아 있으며 공사 과정과 준공 후 그리고 사업 운영 시에도 일정 기간 협의 내용대로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환경영향평가법 제4조는 환경영향평가 등의 기본원칙을 정하고 있는데 그 제3호는 <환경영향평가 등의 대상이 되는 계획 또는 사업에 대하여 충분한 정보 제공 등을 함으로써 환경영향평가 등의 과정에 주민 등이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의 알권리를 거듭 명문화한 것으로 이해된다. 또 제6호는 <환경영향평가 등은 계획 또는 사업으로 인한 환경적 위해가 어린이, 노인, 임산부, 저소득층 등 환경 유해인자의 노출에 민감한 집단에게 미치는 사회ㆍ경제적 영향을 고려하여 실시되어야 한다>고 하여 환경적 위해를 최소화하도록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번 시유지 매각·교환 건의 의회 상정 및 통과까지 전 과정에 드러난 원주시와 의회의 행정행태는 시민의 알권리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우선 주민의 원활한 참여를 위한 충분한 정보 제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완벽하게 정보를 차단하였다. 실시계획 인가 상의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들의 정보공개를 주민들이 2022년 4월 7일에 청구하였지만, 원주시가 부분공개 결정을 한 처분에 대하여 사업자가 이의 신청을 하면서 강원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더니 8월 오늘 현재까지도 정보는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법을 악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데에도 원주시는 수수방관하더니 7월 의회 원 구성이 되자마자 극비리에 작전하듯 두 번째 시유지 처분안을 의회에 상정한다. 알권리를 원천 봉쇄하고 시민을 무시한 비민주적 폭력 행정이었다. 

 공유재산 처분안에 대한 의회의 심의·결정 과정과 결과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지난 3월 매각안이 부결된 이유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의회가 시유지의 사용 허가 조건으로 제시했던 '식수와 농업용수 그리고 교통안전 문제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었다.

 3월에 비해 그다지 진전된 내용의 해결책이 마련된 것으로 보이지 않았던 매각안은 제대로 된 토론 한번 거치지 않고 원안 가결되었다. 의회 무시 처사에 대한 인정인가 아니면 자기 부정인가?

 골프장 건설과 같은 대형 개발사업은 찬성과 반대의 숫자나 힘에 기대면서 추진하기 쉽상이다. 그리고 아무리 반대가 심했다 하더라도 일단 인·허가가 종료되면 모든 활동이 종료되는 것 또한 일반이다. 

 그러나 본질은 오염과 파괴행위로부터 야기되는 삶의 질 저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일상을 살아갈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 석회 성분이 많은 지하수를 매일 마시고 사는 주민들에게 지하수 오염과 고갈은 그리고 구학천의 하천수를 끌어다 농사를 짓고 사는 농민들에게 구학천의 건천화 우려는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이에 대한 명쾌하고 충분한 대안 마련 없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고 아무리 목소리 높여보아야 허울 좋은 구실에 불과하다는 건 주지의 사실 아닌가? 협의기관인 환경청과 승인기관인 원주시와 의회, 사업자와 주민이 함께 머리를 맞댈 시간이다. 끝난 게 아니다.

이규옥 신림면 용암1리 농민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