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유투브 인스타그램

하늘에서 본 우리마을 (12) 판부면 서곡리 내남송

불사이군 충절의 상징! 생육신 가진 마을 이동진 시민기자l승인2022.08.0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하늘에서 보는 우리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원주의 자연마을들을 드론으로 촬영해 각 마을들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살펴보고, 마을 이름에 담긴 역사적 유래와 마을 역사들을 소개한다. 
 또한, 마을 영상을 유튜브 '원주투데이/원주방송' 채널을 통해 제공한다. 

 

▲ 판부면 내남송 마을 전경.(이 사진은 허가를 받아 촬영하였습니다)

 

 남송은 시내에서 흥업으로 나가는 길에 궁전웨딩홀 지나 고속도로 다리를 빠져나가면 왼쪽으로 보이는 마을이다. 내남송길을 따라 포장길을 가다 보면 왼쪽으로 전원주택단지 파인 벨 리가 산 위쪽에 10여 채 예쁘게 지어져 있고, 바로 그 아래에 원주화교학교가 있다.

 길게 이어지는 골짜기를 따라 앙징스런 논과 밭에는 곡식과 채소들이 우후죽순처럼 풍성하고 싱그럽게 자란다. 듬성듬성 옛집과 새로 지어진 집들이 높게 자란 옥수수 위로 보인다. 왼쪽 산에는 붉은 몸통을 가진 굵직한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자라고 있다. 

 5리쯤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골짜기가 다소 넓어지는 듯하고 집들이 더 촘촘하게 들어선 곳이 나타나는데 마을 중심이다. 마을회관이 있고, 그 뒤로 커다란 정자목 아래 쉼터가 보인다. 보도블록이 깔린 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묘역 이정표와 제실(祭室) 헌성비(獻誠碑)가 방문자를 맞이한다.

 왼쪽에 울창한 숲속으로 오르는 길이 나 있고, 길옆으로 몇 개의 안내표지를 지나 오르면 생육신(生六臣) 관란(觀瀾) 원호(元昊, 1397~1463) 묘역 앞에 서게 된다. 묘역은 붉은 줄기 소나무가 사방으로 빼곡이 들어서서 묘역을 에워싸고 있다.

 2000년 초여름 무렵. 경비실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받고 사무실을 나서 만난 노부부. "관란 원호 시비의 위치를 모르는데 알려 주시면…" "아~예 제가 안내해 드리죠" 노부부를 치악예술관 옆 운동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왼쪽에 있는 시비로 안내했다.

 가만히 시비를 보고는 고개를 끄떡이더니 "감사합니다. 사무실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하기에, "시간이 되면 가까운 거리에 관란 선생 묘소가 있으니 가보시겠습니까?" "얼마나 걸릴까요?" 10분이면 된다고 하니, 시간을 뺏어 죄송하다면서 차를 몰아 내남송 묘역으로 향했다.

 소나무로 울창하게 둘러싸인 묘역에 도착해 조금 걸어 올라섰다. 두 분은 묘 봉분이 있는 평지(階節)보다 한 단계 낮은 곳(배계절-拜階節)을 오르는 돌계단 앞에서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거친 잔디 위를 맨발로 걸어 상석(床石) 앞으로 걸어갔다. 공손히 절을 두 번 하고 묘갈과 봉분을 한 바퀴 돌아본 뒤 다시 신발을 신었다.

 묘를 대하는 모습이 너무도 정성스럽기에 무슨 내력이 있는지 물어보니 "집안 선대 어르신 중 한 분이 관란과 막역한 관계가 있어, 지나는 길에 시비라도 볼까해서 들렀는데, 묘소까지 와 참배하게 되어 고맙다"고 했다. 20년이 지났지만 그때 그 모습이 생생하다.

 임진왜란 때 원주로 쳐들어온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조선을 침략하기 전 그의 누이로부터 "조선에 나가 싸우더라도 유(柳) 송(松)자 붙은 곳은 상대치 말라"고 해 이 마을은 왜적의 침입으로부터 안전했다는 전설이 있는데, 이미 단종 때 난리가 날 것을 미리 알고 10리에 걸쳐 소나무를 심어 남송(南松)이라는 지명을 얻었다는 마을이다. 묘역을 지키기 위한 신령한 기운이 있어 나무를 심고 그렇게 마을을 왜적으로부터 지켰는지도 모르겠다.

 시민들이 자주 가는 곳은 아니지만, 내남송 주민들에게는 생육신을 모시고 있다는 자부심이 클 것 같다. 원주에는 선조들의 묘역이 여럿 있다. 이곳을 방문할 때 위의 부부처럼 예의를 다 갖출 수는 없겠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묘역의 주인을 한 번씩 새겨보도록 하자. 내남송의 관란 묘역을 찾을 땐, 단종을 충과 효로 모셨던 옛 일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모습에서 원주시민의 품격이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지역 선조의 얼을 잊는다면, 우리가 누구인지 잊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 콘텐츠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동진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동진 시민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강원도 원주시 서원대로 158 5층(단계동)  |   등록연월일 : 2012년 04월 09일  |  등록번호: 강원 아 00125  |  사업자등록번호: 224-81-11892
발행인 : 심형규  |  편집인 : 오원집  |  대표전화 : 033)744-7114  |  팩스 : 033)747-99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원민
Copyright © 2023 원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