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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석(玉石)을 가린다는 것은…

행정은 정치가 아니다…기존 정책이 폐기되고 또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일들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행정과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 용정순 (전)원주시의원l승인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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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8일부터 시작한 43일간의 민선8기 원주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7월 20일 그동안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인수위는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시민공모를 통해 시정 방향 슬로건을 선정하고, 주요 사업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시정 주요사업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새 시정 운영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모색해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시장의 137개 공약 중 가급적 모든 공약은 모두 이행코자 하는 대신 이전 시정에서 추진했던 주요 사업들을 면밀하게 살펴, 앞으로의 시정 운영에서 사업성과가 미비하거나 불필요한 예산집행, 계속적인 재정투입으로 발생하게 될 부실 운영 등으로 귀한 행정동력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중점적인 검토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전임 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해 왔던 간현관광지 개발, 댄싱카니발 축제, 반곡-금대관광 활성화 사업, 한지테마파크와 도시재생 사업등 9개 사업이 재검토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번 제8회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 광역·기초단체장이 대거 교체되면서 해당 지자체가 진행하던 역점 사업들이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곳곳에서 판 뒤집는 소리가 요란하다. 특히 특정 당의 '장기집권'이 끝난 지자체는 공직사회가 더 술렁거리고 있다.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 개편은 물론이고 기존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서구 선진 국가 및 일본의 경우 거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지역발전 정책의 기본 틀이 수립되어 있고 단체장의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단체장이 바뀌면 사업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전임 단체장의 재임 시 몇 년 동안 공들여 추진했던 역점사업이 흔들리거나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사례가 어디 한 두 건인가? 전임 단체장의 경우도 2010년 취임 시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여러 대규모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한다며 중단시켰다. 

 단체장으로 선출되면 누구나 전임 단체장과는 차별화된 자신만의 성과를 내고 싶고 차별성을 드러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하다못해 동네 이·통장에서부터 입주자 대표에 이르기까지 권한이 주어지면 자신의 권한을 가지고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려고도 하고, 새로운 일을 벌이려고 한다. 문제는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잘하면 되는데 과거의 것을 부수고 후임자가 폐기할 일들을 벌이는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는 점이다. 

 신임 단체장이 취임 이후 기존 사업을 축소 또는 재검토, 백지화하고 나서면서 제시한 이유는 주로 재정난이나 타당성 부족 등이다. 표를 의식한 전임 단체장의 무리한 치적 쌓기용 또는 경제성 없는 사업은 재검토하거나 백지화해야 한다. 그러나 전임 단체장의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존 사업을 폄하하거나 백지화하거나 재검토하면 이미 투자된 예산의 낭비, 관련 기업 및 주민의 피해 등 여러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지방권력이 교체되면서 자치단체에서 추진하던 기존 정책들이 바뀔 가능성에 대해 기업들도 불안해 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 기업들 절반 이상인 57%가 새로 출범한 자치단체가 기존 정책을 바꿀 것으로 예상했고, 기업인들은 지역경제와 기업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정책당국으로 지방정부를 꼽았다.

 행정은 정치가 아니다. 안정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신뢰할 수 있다. 기존 정책이 폐기되고 또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일들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행정과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 또한, 그로 인한 행정과 예산 낭비는 누구의 책임인가? 

 단체장이 교체되더라도 이전에 추진하던 시책이나 사업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중단·변경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지역 주민의 직접 참여와 협의를 거쳐 지역발전의 밑그림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간다면 신임 단체장이 독단으로 사업을 좌지우지 하지 못하고 흔들림 없이 지속 가능한 발전 계획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석(石)이라고 폐기하려고 하는 사업을 전임자는 옥(玉)이라고 했듯, 지금 옥(玉)이라고 추진하는 사업이 후임자로 부터 석(石)이라고 폐기 대상이 되는 일들이 반복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의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용정순 (전)원주시의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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