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진흥원 설립 왜 미뤄지나 봤더니…
차부품·의료기기에 필요한 첨단 소프트웨어 지원 역할
원주시, 출자·출연기관으로 설립해 첨단화 촉진 계획 
지난해, 강원도 심의위원회 설립 부동의 "타당성 낮아"

2020년부터 추진했는데 아직도 계획단계
가칭 원주시미래산업진흥원(이하 미래산업진흥원) 설립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원주 주력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기관인데 설립이 늦어지는 것. 2020년 사업 추진을 발표한 후 1년 7개월이 지났지만,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미래산업진흥원은 내리막을 걷는 지역 자동차부품산업과 의료기기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기관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친환경 자율주행 자동차가 부상하면서 원주가 이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이끌 요량이다. 원주시는 특별히 최첨단 자동차나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에 탑재되는 운영 체제(소프트웨어)를 원주 업체가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 구상이 처음 발표된 시점은 지난 2020년 11월. 원주에 미래 첨단산업을 육성·지원하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부터다. 원주시는 미래산업진흥원을 통해 자동차부품은 친환경·자율주행차 부품으로, 의료기기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로의 전환을 기획했다.

하지만 진척된 것은 거의 없는 상태. 지난 2년 동안 사업 계획만 수립했을 뿐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강원도출자·출연기관운영심의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 승인 전"이라며 "지난해 협의 때 '부동의'를 받아 이달 말 다시 사전협의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원주시는 미래산업진흥원을 원주시 출자·출연기관으로 설립할 예정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선 강원도출자·출연기관운영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도내 시군에서 출자·출연 기관이 난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난해 열린 원주시와 강원도출자·출연기관운영심의위원회 사전협의에서는 "춘천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 강릉과학산업진흥원이 있으니 원주미래산업진흥원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라는 이유로 설립 동의를 얻지 못했다. 

강원도 '이해 부족'으로 설립 지연
이를 두고 당시 원주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강원도가 원주를 너무 모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역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춘천이나 강릉 진흥원 모두 그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기관"이라며 "하루빨리 원주를 전담하는 기관이 설립되어야 꺼져가는 향토 산업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은 앞으로 8년 후 전국 자동차부품 업체의 30%가 폐업할 것으로 전망했다. 차부품 산업이 첨단화되어가면서 내연기관 부품 산업이 몰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산업도 디지털 헬스케어로 진화해야만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산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7년 616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원주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나 자동차부품 첨단화를 이끌 지원기관이 부족한 상태다.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가 고군분투하고 있을 뿐 소프트웨어 산업을 지원할 전담 기관이 필요하다. 

원주시, 미래산업진흥원 다시 설득
원주시는 강원도출자·출연기관운영심의위원회 문을 재차 두드릴 계획이다. 이번에는 심의위 승인을 받기 위해 강원대에 용역을 줘 미래산업진흥원 운영 기본계획도 수립한 상태다. 원주시 관계자는 "원주가 처한 상황과 미래산업진흥원의 역할을 설명해 기관 설립을 설득할 것"이라며 "김진태 도지사가 첨단산업 육성에 관심이 많으니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원도가 진흥원 설립에 대한 이해를 넓히지 않으면 또다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산업진흥원은 강원도출자·출연기관운영심의위원회 1·2차 협의에서 동의를 얻어야 설립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후 원주시 조례 개정, 사업비 확보를 통해 설계·착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