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오윤정  '책빵소' 대표

 대형 서점에 가면 유명인들의 추천사를 실은 책들이 높이 쌓여있다. 너도나도 형형색색 띠지를 두르고 자기를 봐달라고 비명을 지르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책들을 보다 한적한 동네 놀이터 곁에 독립 출판물을 취급하는 <책빵소>에서 책들을 만나니 고요히 자신의 모습 그대로 언젠가 만날 인연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책방지기의 취향이 한껏 묻어나는 <책빵소>를 3년 째 운영하고 있는 오윤정 대표를 만났다.

 오 대표는 독립 출판이 좋아서 독립 서점을 운영하게 됐다. 경기도에서 나고 자랐는데 취업을 준비하다 잠시 쉬려고 부모님이 계신 원주에 오면서 <책빵소>를 시작하게 됐다.

 "독립 출판물을 너무 좋아해서 독립 서점을 차리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는데 그게 이 공간이랑 만나서 실현이 된 거죠." 오 대표는 원주에 오기 전,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스로 뭘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당장 서점을 차릴 용기가 나지 않아 서점 매니저 일도 해 봤다. 하지만 스스로 조직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혼자서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다.
 

 오 대표는 지금까지 11권의 책을 제작한 나름 베테랑 작가다. 그는 <책빵소>를 차리기 전부터 독립출판 작가로 활동해 왔다. 그가 가장 처음 제작한 책이 바로 「편의점에 뭐 있지?」 와 「편의점에 이런 손님 있지!」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들과 찾아오는 손님들을 다룬 일러스트 북으로 무료한 시간을 이겨내려고 시작한 그림과 기록들이 독립 출판물로 재탄생 했다. 현재는 두 권의 책을 한 권으로 재편집하여 추가제작을 한 상태다. 오 대표는 이렇게 직접 제작과 입고 문의를 해 왔던 경험을 살려 <책빵소>를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하나의 장르로서 '독립출판'
 오 대표의 첫 작품처럼 독립 서적을 만드는 작가들은 책 안에 딱히 교훈이나 가치 있는 정보가 아니더라도 작가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는다. 독립 출판물의 매력은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개성과 다양성이다. 오 대표는 다양한 이야기를 저마다의 색깔로 표현해 내는 독립출판물에 대해 '이것도 책이냐'는 이야기를 들으면 속이 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이어주는 일이 더욱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책이라고 하면 공부해야 될 것 같은 그런 이미지가 강한데 심지어 독립 출판물은 이름처럼 출판 시장에서도 비주류다. 오 대표는 책이라면 뭔가 지적이고 고상하고 얻어가는 교훈이 있어야 한다는 편견에 대해서 아쉬움을 토로하며 "영화도 B급 영화도 있고 독립 영화도 있듯이 책도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 대표는 책방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며 책과 독자를 잇는 일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가장 큰 것은 독서모임을 꾸리는 것이었다. 또한 심야책방을 운영하며 문화공간으로서 <책빵소>가 동네 주민들에게 문화적 거점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 단계동에 있는 책빵소 내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일
 하지만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벌이고 진행하는 일도 코로나 확산이 시작되며 어려움에 처했다. 책방에 손님이 왔다가 구매를 하지 않고 가는 경우는 있었지만 처음으로 사람 자체가 안 오는 일주일을 보내고 나자 심각함을 느낀 것. 오 대표는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커져갔지만 어쩔 수없는 일을 고민하기보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 SNS계정에 책 소개를 꾸준히 올렸다. 오프라인으로 공간을 방문할 수 없는 독자들을 위해 한 권이라도 더 진정성 있게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책 소개를 올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만들어놓고 방치해 두었던 온라인 스마트 스토어를 재정비를 시작했다.

 또한, 독서모임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진행하기 시작했다. 독서 모임과 필사모임을 매 달 모집했는데 시작할 때의 예상과 달리 반응이 뜨거웠다. 한 번 참여한 사람들이 꾸준히 참여하면서 벌써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만든다고 다 되지는 않았는데 과정 자체가 재밌었어요. 내가 뭔가 해볼 수 있다는 게 많다는 것. 그 가능성을 남이나 회사가 아니라 내가 하겠다고 결정하면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거죠."

 취향을 담은 큐레이션
 오 대표는 자신이 직접 꾸려나가는 서점이기에 나름의 기준과 취향을 살려 책을 큐레이션하고 있다. 입고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작가에게 연락해 입고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이 즐겁게 읽은 책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노력해서 들여온 책들은 애정이 생겨 판매에도 욕심도 생긴다. 하지만 자신의 취향과 판매 실적이 늘 일치하지는 않아서 고민이 되기도 한다고.

 또 반대로 입고를 할까? 말까? 고민했던 책이 너무 잘 팔리는 경우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자신의 취향이 아닌데 책방에서는 잘 팔리니 더 입고를 해야 하는지 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 손님이 와야 운영이 되긴 하지만 서점이 자신의 색깔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반응이 좋더라도 수익에 기대 자신의 취향을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오 대표는 예전에는 불안할수록 더 많은 책들을 입고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왔다가 그냥 나가는 경우가 제일 허탈하거든요. 그래서 '책방에 볼 책이 없구나' 하는 ㅇ각이 들어서 입고를 엄청 많이 하는 거죠." 상황이 이런 식으로 돌아가자 결국 한정된 공간에 책만 늘어나게 됐다.

 모든 책들이 적당한 시선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갖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니 오 대표는 고민 끝에 원래 있었지만 발견하지 못했던 책들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공간의 배치를 바꾸기 시작했다. "위치만 살짝 바꿔줘도 '이 책 입고 하셨어요?' 하고 물으시더라고요. 책들도 책 등으로 꽂힐 때랑 이렇게 눕혀서 표지까지 보일 때랑 다르거든요. 새로운 발견이죠."

 좋아하는 일을 이어가기 위해
 미디어의 변화로 요즘은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고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성인 인구의 48%가 한 달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하니 출판 시장의 침체는 예견된 일이다. 오 대표는 요즘 '핫'하다는 카페며 맛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책이 커피보다 대중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예쁘게 디스플레이 된 디저트나 커피와 달리 책은 겉으로만 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잖아요. 책은 자랑을 하기보다 나 혼자 간직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독립 출판과 독립 서점이 존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마감이 조금 어설프더라도 독립출판물만의 솔직하고 담백한 맛이 있다. "책방도 작가도 그냥 유행에 따라서 흔들리기보다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오 대표는 어렵더라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지속해 나갈 힘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 꿈꾸는 바에 대해서 오 대표는 지금의 <책빵소> 공간 자체를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이야기 했다. 공간의 안전성이 확보 된다면 판매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어디에나 구할 수 있는 기성 상품이 아닌 쉽게 취급하기 어려운 독특하고 흔하지 않은 독립출판물과 예술작품들의 큐레이션도 한번 쯤 시도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확고한 취향을 살리면서 동시에 그런 작업을 하는 작가님들의 작품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역할을 해 보고 싶다는 것. 

 <책빵소>와 함께한 3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원주 토박이가 아닌 오 대표는 올 해 원주의 지역 책방들과 문화공간, 그리고 예술 작가들이 참여하는 북페어 <소북소북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새로운 인연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 대표는 언젠가 <책빵소>에서 취급하는 독립 출판물의 작가 분들을 원주에 초청해 지역에 있는 독자들과 연결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조아해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