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보는 우리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원주의 자연마을들을 드론으로 촬영해 각 마을들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살펴보고, 마을 이름에 담긴 역사적 유래와 마을 역사들을 소개한다. 
 또한, 마을 영상을 유튜브 '원주투데이/원주방송' 채널을 통해 제공한다. 

 

▲ 하늘에서 본 입춘내 마을 전경.(이 사진은 허가를 받아 촬영하였습니다)

 '동쪽 거리에서는 봄을 맞는 제사가 한창이고, 토우(土牛)도 새벽부터 첫 밭갈이를 시작하네. 구망(句芒)은 감농사를 못 보았고, 당시 사람들이 이름만 훔친다고 비웃우리라. 근본을 다스리려면 농정(農政)을 먼저 해야하니 성군(聖君)도 몸소 쟁기잡고서 논밭을 갈았네'  

 1393년 12월 어느날 운곡(耘谷) 원천석(元天錫)이 추운 날씨에 문밖에 따스한 햇살을 보고, 입춘을 생각하면서 감흥이 일어 읊은 시다. 

 24절기 중 하나인 입춘은 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맞는 절후이기 때문에 궁중과 지방에서 여러 의례를 베풀었다고 한다. 궁중에서는 입춘날에 백관이 대전에 가서 입춘을 축하하면 임금이 그들에게 춘번자를 주고 이날 하루 관리들에게 휴가를 주는 '입춘하례'와 궁중의 역귀를 쫓는 행사 중 하나로 겨울의 추운 기운을 내보내기 위해 토우를 만들어 문밖에 내어놓는 '토우내기'의 풍습이 행해졌다. 농촌에서도 흙이나 짚 또는 나무로 소모양을 만들어 밭을 가는 흉내를 내면서 한해의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마을 잔치를 열었다. 

 원주에서도 예외 없이 입춘 행사가 열렸는데 특이하게도 원주에서는 사직단(社稷壇)이나 동악단(東岳壇)처럼 단(壇)을 만들어 그 단에서 풍년 농사 기원제를 지냈다.
1871년에 만들어진 '원주읍지(原州邑誌)' 고적(古蹟)조에 '고을 동쪽 4리 거리인 영랑촌(永浪村)에 입춘단(立春壇)이 있는데' '원주지방의 특유한 풍속으로 매년 입춘날에 흙으로 빚은 소를 만들어 이곳에서 한해의 풍년을 기원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1996년 정부가 '농업인의날'을 제정한 배경에는 1964년부터 '원주농업인의날'을 기념하던 원주 농민들의 꾸준한 건의가 있어서였다. 이처럼 원주의 농업은 앞서 왔다.

 한해 풍년 농사를 기원하던 제단이 있는 곳이 '입춘내' 마을이다. 마을 외곽으로 밀고 들어오는 건물들로 인해 마을은 점점 갇히는 듯 옹색해지고 있지만, 원주지역 농경시대의 중요한 역사문화를 간직한 마을이다. 

 머지않아 산자락 끝에 있던 입춘단 터마저도 도시화로 사라질지 모른다. 농업인의날 기념행사가 한 해 농사의 결실을 자축하는 행사라면, 원주만의 특유한 풍속이었던 입춘제 절기 행사를 터만 남아있는 입춘단과 함께 하루빨리 복원하여 의미 있게 예전처럼 지낸다면 지금의 농업인의날과 더불어 시작과 끝을 완성하는 농민들의 행사가 되지 않을까?

 입춘내!
 얼핏 들으면 시골 아낙을 부르는 듯 정겨운 마을 이름이다. 그 속에 담긴 절기 행사는 630여 년 전에도 기록하고 있을 만큼 원주만의 자랑스러운 역사문화다. 지금도 여전히 마을 이름이 '입춘내'로 남아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 콘텐츠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동진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