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농촌마을활동가 교육을 시작하며

 신림면 황둔2리 구 마을회관에는 투박하지만 소담하게 담긴 농산물들이 진열되어 있다. 소농의 어르신들이 경작한 농산물을 모아 판매장을 만들었다. 매장은 고령에도 경작을 포기할 수 없고, 새벽시장에 갈 수 없는 농촌지역 소농 어르신 문제 해결에 대한 활동가의 실천적 질문이다.      

 부론면 손곡2리의 많은 집들은 예쁜 그림 문패가 달렸다. 몇 년 전 귀농해 작은 카페와 농사를 짓는 30대 초반의 새댁이 농촌마을 활동가가 되어 주민 만남 과정에서 설치했다. 그림에도 소질이 있는 활동가의 남편은 마을 어르신들의 초상화도 그려주었다. 활동가에게 문패는 이웃 만남의 공감대이자 마음의 문을 여는 노크-그림자극 마녀의 성에서 나오는 세상의 편견으로 둘러싸인 마녀의 성문을 여는 노크-다.  

 귀래면 운남2리(2명)와 흥업면 매지3리(1명) 어르신은 본인보다 더 어려운 주민을 발굴하고, 말동무가 되어 준다. 중간 중간 불편한 것과 필요한 것을 찾아서 활동가에게 전달한다. 활동가는 원주시 농촌활성화지원센터(이하 센터)와 지역의 자원을 연계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건강반장의 목적은 주민에 의한 정서적 돌봄을 넘어서 지역사회의 긴급생계비나 반찬 연계, 기초수급 연계 등을 통해 대상자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담고 있다. 연계 활동은 아직 미약하지만 봉사 활동을 통해 '인정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는 어르신과 '활동을 통해 관계의 깊이를 알아간다'는 활동가들의 보람이 전달된다.

 한편 많은 농촌 마을들이 쓰레기 문제로 골치다. 아름다운 치악산 계곡을 끼고 있는 소초면 학곡1리 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최근 계곡과 마을이 깨끗해졌다. 쓰레기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잘 정리 되어졌다. 환경반장(농촌마을 건강활동을 하는 분을 '건강반장'이라고 부른다면, 환경을 책임지는 어르신들을 '환경반장'으로 부름)의 작품이다. 

 센터는 최근 마을활동가들과 함께 시니어클럽 어르신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쓰레기장 관리와 계곡 환경정화 활동을 시범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환경반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깨끗한 마을 정화를 넘어서 분리수거장을 운영하며, 분리된 자원을 재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림면 용암1리 마을은 마을환경정화를 넘어서 마을의 공동급식도 진행하고 있다. 이 활동의 중심에도 어김없이 활동가가 있다. 활동가는 어르신에게 활동을 알아주고, 의미를 부여하며, 필요한 자원을 연계해 준다. 

 우리는 농촌마을이 '변화할 수 있다'는 마음보다는 '변화될 수 없다'는 패배감이 더 큰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실패에 대한 경험의 누적과 눈으로 보이는 커다란 변화만을 변화로 느끼기 때문이다. 변화를 포기하면 변화는 없다. 변화를 위해선 결과보다는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과 '변화의 의지', '변화될 수 있다'는 믿음, 즉 심리적 변화가 중요하다. 

 농촌마을 활동가는 주민들의 민감하게 변화의 마음을 탐지하고, 그들을 발굴하고, 조직화하는 활동을 한다. 이를 위해선 주민을 알아야 하고(강점 발굴), 만남의 방법(전문적인 주민 만남)을 익혀야 하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원인 찾기)을 찾을 수 있어야 하며, 해결의 모델(소셜 문제 해결 모델화)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활동가 교육을 하는 이유는 활동가들의 역량이 높아져야 주민을 임파워링(강점 발굴을 통한 역량강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 임파워링의 목적은 변화에 대한 자신감이다. 활동가는 주민의 자신감을 먹고 산다. 자신감은 변화에서 나온다. 변화는 주민 만남을 통해 가능하다. 2기 활동가 교육은 변화를 위한 전문적인 주민 만남을 익히는 과정이다.

문병선 원주시농촌활성화지원센터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