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부론면에는 풍류 문화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원주의 지역 예술 극단인 '광대패 모두골'이 지난 2004년 귀촌해 조금씩 마련한 꿈단지 '이달의 꿈'과 술단지 '풍류마을 사랑방', 그리고 '뚱딴지 놀이터' 세 공간이 그것이다. 지난 목요일, 풍류마을 사랑방에서 또랑광대 정대호 씨를 만났다.

 광대패 모두골은 우리나라 주거 요소인 마당을 중심으로 마당 극, 마당 굿, 그리고 마당놀이까지. 풍자와 해학을 근간으로 한 한국 민중예술의 미학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모두골의 예술 철학은 결국 함께 살아감을 향해 있다.
정 씨는 공연을 준비할 때 관객과의 교감,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많은 예술인들이 자기를 홍보하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관객의 입장을 잘 생각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역지사지의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 쪽은 일방적으로 전달만 하고 한 쪽은 일방적으로 감상만 하는 방식을 지양하자는 것.

 모두골의 관객을 대하는 역지사지의 태도는 지난 지학순 주교 탄생 100주년 행사에서도 잘 드러났다. 1986년 통일 해방 윷놀이 마당극을 부활시킨 작품으로 놀이를 작품의 한 요소로 활용해 관객 참여를 유도하고 작품의 주제를 증폭시키는 시도를 했다. 이 작업은 큰 호평을 받아 이후 강원감영에서 진행한 '원주 야행'의 메인 행사로도 진행하게 되었다.

 모두골은 귀촌을 한 문화예술단체이기 때문에 역시 손곡리 마을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했다. 귀촌 초기에는 마을과 궁합이 정말 잘 맞아 '이달의 꿈'이라는 극장이 생기고 녹색농촌 체험관도 그 당시에 만들어지기도 했다.

 처음엔 서로가 좋은 시너지를 내기도 했지만 중간에 이장님이 바뀌며 관계가 소원해져 농촌예술단체로서 마을과 함께 하는 영역이 줄어들었다. 이에 전문예술인 단체에 머물지 않고 예술인과 비예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지난 2013년, 광대패 모두골의 창립 20주년을 기점으로 '풍류마을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하게 된다. 협동조합 정신을 잘 알기에 기존 예술 단체의 메커니즘을 탈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

 그는 벌써 25년 차 베테랑 귀촌인이자 지역의 예술인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 왔지만 "내가 살아가는 터전임에도 불구하고 문화 서비스로만 접근했을 때는 주민들에게 다가가기가 어려웠었다"며 "제공자가 아닌 조력자가 되어야 하는 마을 활동가의 역할을 맡게 되면서 마을에 조금씩 젖어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마을에 들어온 지 20년이 넘다 보니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점점 고령화되는 농촌에서 주민들을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얼굴도장이라도 찍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하며 새롭게 맡은 역할의 소중함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터전인 부론에서 원주민과 귀촌인, 그리고 문화 예술인들의 연결을 더욱 단단하게 하기 위해 마을의 '문화 복지사'로서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일 징검다리를 놓는 작업'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설명하는 그는 '음악 사랑 동아리'와 '영화 사랑 동아리'를 만들어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마을의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주민들의 취미활동을 지원, 장려하고 문화생활의 수준을 높여 진정한 풍류 마을로 거듭나고자 하는 것이다.

 대학시절 탈춤으로 시작해 풍물과 판소리까지 자신의 예술 인생을 개척해 온 정 씨는 "민중의 예술을 지향함에 있어 손곡 이달이야말로 민중의 삶을 노래한 민중예술의 시초이자 '진정한 풍류의 선배"라 말한다. 정 씨는 손곡 이달을 포함한 마을의 신들이 어려운 시절을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시골이 주는 쾌적함과 역사적 문화자산을 누리고 사는 입장에서, 이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고 말한다.

 내년이면 마을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손곡 문화예술관'이 건립이 되는데 어느 정도 제작 여건이 갖춰지면 손곡 이달을 조명하는 작업도 구상 중이다. 

 그는 '풍류란 '심신사환' 운동'이라고 말한다. 마음과 몸을 건강하게 하고, 사회정의를 추구하고 환경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 때문에 '모두 공정하게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예술 활동을 하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하나의 과제라고 말한다. "스스로 예술가를 자처하기 전에 사회평등가가 되고자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현재 농촌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지원과 활성화 사업들이 농촌 지역 구석구석까지 공급되지 않고 면 단위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다"는 그는 농촌이 가진 공익적 가치를 '모두의 것'으로 지켜내고 있는 만큼 농촌의 주민들도 도심 지역에 다름없는 공정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자체와 정부가 농촌의 경제 소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해 주길 바란다는 그는 앞으로의 꿈을 묻자 "향년 70세를 맞기 전에 만주와 연해주 지역의 동포들과 교류하며 지금까지의 빚진 마음을 전하고 유라시아 대륙에 전통 한류를 전파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콘텐츠는 지역신문 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조아해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