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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추억

리모델링 공사를 하게 된다면 아카데미극장의 원형을 복원한다는 취지를 살려 현관 울타리 영역을 1963년 완공 당시의 원형대로 다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허행철(원주투데이 구독자)l승인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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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3년에 태어난 아카데미극장은 나보다 3살 어린 동생이다. 아주 어렸을 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아카데미극장에 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개관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것이니 극장은 외부 내부 할 것 없이 아주 산뜻했을 것이다. 그때 보았던 영화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영화 말고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긴 하다. 영화가 끝난 후 다음 영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휴식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보았던 것들이다.

 휴식시간이 되면 극장 안 조명이 환하게 켜졌다. 조명이 켜지면 먹을 것이 담긴 목판을 멘, 앳돼 보이는 소녀들 서너 명이 극장 안을 바쁘게 돌아다녔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했을 것 같은, 그래서 중학생 정도의 나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 누나들이었다. 그 누나들이 멘 목판에는 껌, 캐러멜, 양갱, 드롭프스(사탕), 비스킷(과자), 땅콩, 오징어, 담배 같은 것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특히 사각형 크라운 산도 비스킷은 인기가 정말 최고였다.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이런 정겨운 추억의 장면들은 1960년대까지만 존재했던 것 같다.

 사실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현재 아카데미극장 자리에는 원래 가설극장이었던 '시민극장'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5월 1일에 문을 열었다고 전해진다. '시민극장'은 결국 2년 후인 1956년에 자리를 옮겨 정식으로 극장을 열었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원주극장이 바로 그것이다.

 아카데미극장과 관련된 추억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1972년 늦가을에도 있었다. 늦가을의 정취를 살려주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떤 날이었다. 토요일도 아닌데 수업이 오전에 끝나서 어찌어찌하다가 친구 2명과 함께 아카데미극장에 갔던 기억이 있다. 땅딸이 이기동 아저씨가 택시 운전사로 나오는 코미디 영화였는데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기동 아저씨가 몸에 파스를 붙이고 돈을 여기에 숨겨서 나오다가 여사장에게 걸려 혼나던 장면이 생각난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1974년에는 반공 영화 '증언'이라는 작품을 아카데미극장에서 본 적이 있다. 반공 사상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단체 관람을 시켰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오로지 주연 배우 김창숙과 간첩으로 나온 것 같았던 배우 문오장의 정사 장면뿐이었다.

 고등학생 때 아카데미극장에서 보았던 영화도 있다. 고등학교 때인 것은 확실한 것 같은데 정확한 연도는 기억나지 않는다. 2월 봄방학 기간에 아카데미극장에서 제목이 '여고 시절'인지 '여고 졸업반'인지 하는 하이틴 영화를 상영했던 것 같다. 영화가 끝난 후 남녀 중고등학생들이 떼를 지어 아카데미극장을 나오던 장면이, 실제 보았던 영화 장면보다 더 인상에 남는 영화였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학창 시절 아카데미극장에서 본 영화는 이것 말고도 더 있을 것이다.

 대학생이던 1980년 6월에는 영화 감상이 아니라, 소년체육대회에 인천 대표로 참가한 사촌 여동생을 만나기 위해 아카데미극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전국소년체육대회는 원주와 춘천에서 열렸는데 중학생이었던 사촌 여동생은 펜싱부 선수로 참가하게 되었다. 펜싱 경기장이 상지대학 강당이었기 때문에 원주로 오게 된 것이다.

 인천 여자 펜싱부 선수들을 위해 아카데미극장 사장님이 기꺼이 민박을 제공해 준 것 같았다. 아카데미극장 내부에 살림집이 함께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아카데미극장 출입문을 통해서 살림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때는 사실 경황이 없어 신기하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아카데미극장에 갔던 적도 있다. 군대 제대 후 복학을 기다리던 1986년 1월 무렵 아카데미극장에서 원주OO신협 조합원 정기총회가 열렸는데 외사촌 형을 대신해 가게 되었다. 회의가 끝난 후 경품 행사 과정에서 사골을 받아온 기억이 있다.

 가장 최근에 아카데미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은 2003년 12월이다. 당시 1,0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실미도'를 보기 위해 타지에 살았지만 일부러 아카데미극장을 찾았었다. 아카데미극장이 문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2004년 9월에 개봉한 '가족'이라는 영화였다. 주인공이었던 여배우 수애가 거칠게 뺨을 맞는 장면이 인상에 남았던 영화이다.

 이제 아카데미극장은 결코 쉽지 않았던 긴 여정을 거쳐 희망이 가득 담긴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아카데미극장의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이를 살리기 위해 앞장섰던 선구자분들과 아카데미극장을 사랑하는 원주시민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헌신적 사랑으로 이루어진 결과이다.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아카데미극장이 탄생하게 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원주시민들이 이곳 아카데미극장을 찾게 될 것이다. 특히나 59년 전, 아카데미극장과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연령층들이 아카데미극장을 다시 찾게 된다면 남다른 감회에 젖게 될 것이다.

 노파심이지만 리모델링과 관련된 개인적 소망을 두 가지 말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쾌적한 아카데미극장을 만들기 위해 아카데미극장에 최상의 환기 시스템을 설치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아카데미극장 현관 울타리 영역과 관련된 내용이다. 현재 아카데미극장 현관 울타리는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현관 내부 공간을 넓히기 위해 울타리 공사를 다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1963년에 지어졌던 원래 영역의 현관 울타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관 좌우 양쪽에 각각 두 군데씩, 모두 네 군데에 있었던 매표 창구가 두 군데로 줄어 버렸다. 원래 양쪽 모두 두 군데의 매표구가 있었지만 현관 확장 공사로 말미암아 양쪽 모두 한 군데 매표구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에 리모델링 공사를 하게 된다면 아카데미극장의 원형을 복원한다는 취지를 살려 현관 울타리 영역을 1963년 완공 당시의 원형대로 다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부 공간이 다소 좁아지더라도 원형 그대로를 복원하는 것이 아카데미극장 살리기 취지에도 맞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허행철(원주투데이 구독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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