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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론에 정착한 이인휘 소설가

"삶과 작품 모두 부론에서 영향 받아" 부론 미래 고민하는 이들과 모임 만들어 부론 살리기 매진 조아해 시민기자l승인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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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휘 작가는 12년 전 원주시 부론면으로 이주 했다. 그는 어린 시절 공장에 다니며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을 갔지만 광주항쟁을 겪고 자퇴한 뒤 군대에 갔다가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공장에 다니며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운동을 접했다. 노조활동을 하며 알게 된 박영진 열사가 파업 도중 숨지게 된 후 탄광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활화산」을 시작으로, 국가보안법의 폐해를 파헤친 「내 생의 적들」,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다룬 「날개 달린 물고기」 등을 써 왔다. 이인휘 작가는 자신의 삶을 작품에 녹여내며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노동 소설가' 보다 '소설가'로 불리기를 바란다는 그가 부론면에 정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인휘 작가의 부론 생활은 우연하게 시작됐다. 그는 2006년 지인을 만나러 부론을 처음 방문했다고 한다. 부론에 여러 날 머물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지냈는데 하루는 남한강을 산책하다 작은 폐가를 발견했다. 그는 순간, '저런 집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강둑으로 내려가다 우연히 그 집의 주인을 만나게 된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고 그렇게 그는 부론에 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이인휘 작가의 지인들은 '부론이 이인휘를 불렀다'고들 말한다. 부론에 온 뒤 부인의 병세가 차츰 나아졌고, 또한 아내를 돌보느라 멈추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기 때문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아내가 극적으로 회복되자 그는 아내를 돌보며 생긴 빚을 갚기 위해 다시금 공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자신이 노동운동을 하고 소설을 쓰며 현장을 담아냈던 그때와 지금의 공장 노동자들의 삶이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히려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자본주의의 팽창으로 어떻게 본다면…) 더욱 열악해진 듯 보였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공장 일기였다. 그는 공장에서 겪는 일들을 일기에 써 내려가며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기를 쓰기 위해 컴퓨터를 들여다보다 한 폴더가 눈에 들어왔다. 파일 이름은 '알 수 없어요'. 글을 쓸 당시 그는 이용석 열사의 삶을 다룬 소설을 쓰기 위해 만해 마을 창작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해의 흉상을 보고 겪은 신기한 경험을 옮겨 적은 일기였다.

 그 글을 다시 읽으며 글을 다듬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는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시간을 아끼고 쪼개가며 공장에 다니는 동안 소설을 연재했고 그렇게 써 내려간 글들을 엮어 십여 년 만에 소설집 「폐허를 보다」를 출판했다. 이인휘 작가는 이 작품으로 만해문학상을 수상하며 성공적인 복귀를 세상에 알렸다.

 이인휘 작가는 '소설을 허구라고 하지만 나는 내가 겪었던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가는 스타일'이라며 '나에게 어느 순간 다가와 스스로 만들어지는 이야기들을 그대로 쓰게 된다'고 말한다. 그의 소설이 정말 현실적인 절망을 그려내면서도 희망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아마도 그의 삶이 소설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폐허를 보다」이후 대추리 투쟁 당시 함께 비 오는 종로에서 거리 공연했던 때를 떠올리며 정태춘과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건너간다」, 현대자동차 이해민 열사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 속 노동문제가 아닌 노동 문제 속 우리 사회를 그려낸 「노동자의 이름으로」, 세파에 물들지 않은 자연 속 아이들의 이야기를 쓴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와 영겁의 세월을 그저 자리를 지키며 흘러가는 부론의 자연과 남한강을 배경으로 한 연애소설 「부론강」까지 그의 삶과 작품 모두 부론의 영향을 받은 듯 보인다.

 그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시간과 공간에 물들게 되어 있다'고 말하며 부론에 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이 마르크스를 읽지 않아도 노동자의 권리를 몸으로 느끼고 알게 되는 것처럼 자연 안에 있으면서 소리 없이 젖어들고 물들어 몸으로 알아차리게 되었다는 것.

 "어느 날 그게 딱 느껴진 거야. 제 나뭇잎이 지금 진짜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햇빛을 가득 받아가면서 광합성하고 잔뜩 노동하고 있구나. 사물에 보는 눈이 넓어졌다고 봐야 되는 거지. 예전에는 분노에 치우쳐 많이 싸웠지만 결국은 분노보다는 포용이구나. 쉽게 말하면 사랑이라는 얘기도 할 수 있겠지"

 "한 20년 30년 후를 생각해 봐요. 그때 부론은 어떤 모습으로 있으면 좋을까? 거기서부터 시작을 하는 거지. '부론으로 들어오는 길 입구에 나무가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떤 나무가 있으면 좋을까? 30년 후에 울창해질 나무를 생각하면서 부론의 아름다운 미래를 상상해 보는 거죠." 

 이인휘 작가는 이곳에서 자신이 경험한 많은 것들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오래도록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며 부론의 20년, 30년 후를 상상한다. 이 작가와 마찬가지로 많은 예술가들이 농촌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곤 한다. 도시 생활의 안락함보다 자연과 함께 할 때의 편안하고 충만한 삶을 선택한다는 것. 그는 요즘 부론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어 부론 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지역과 어떻게 연결시킬까 고민한다는 그는 부론에게 얻은 것이 많아 그 이상으로 지역에서 역할을 해내고 싶은 마음을 전했다. 또한, 지역의 역사 문화적 자원과 예술가를 비롯한 인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의 특색 있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미 부론이 가진 자원들이 너무나 풍부하다"며 "문화예술인들이 부론의 자원을 활성화시키면서 좋은 모델을 만들게 된다면 원주는 물론 다른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발견하고 활성화시키는 데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콘텐츠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조아해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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