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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통합돌봄 체계를 꿈꾸며…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창립 20주년 박수희 기자l승인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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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의료사협은 농촌 의료사각지대 건강지원사업으로 왕진을 시작하면서 '찾아가는 의료서비스'의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

전국 4번째 의료협동조합 창립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광희, 이하 의료사협)은 아프거나 의료 관련 일이 생겼을 때 믿고 찾아갈 수 있는 대안적 의료기관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결의로 만들어졌다. 의료공급자인 의료인과 의료소비자인 환자가 신뢰에 기반을 둔 공정한 의료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건강권 실현에 대한 욕구들을 모아 조합을 시작했다.

시초는 지난 2002년 6월 5일 법인설립인가를 받은 '원주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다. 당시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을 기반으로 법적 형태를 취했다. 안성, 인천, 안산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창립한 의료협동조합은 밝음신협, 원주한살림생협, 원주생협 등 협동조합 간 협동의 모델로 창립되면서 이를 중심으로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같은 해 11월 밝음신협 건물 3층에 밝음의원과 밝음한의원을 동시 개원하며 조합원과 주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보건의료 서비스의 물꼬를 틀었다.

의료사협과 같은 협동조합형 의료기관이 필요하게 된 배경에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인 '행위별수가제'가 있다. 행위를 많이 하면 할수록 돈이 되는 구조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의료행위를 자주 많이 해야 큰 돈을 벌 수 있다. 의료인의 양심적인 진료를 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의료인과 정부는 늘 불신 관계에 있고, 의료소비자인 환자는 불편을 겪게 된다.

따라서 환자들은 소문 듣고 찾아가는 단골 의료기관 개념만 있을 뿐, 주치의 기반의 공공의료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주치의제는 단순히 약 처방에 그치지 않고, 생활 전반에 대한 의료와 건강의 돌봄 체계를 통해 환자와 상호 소통하며 건강과 관련한 포괄적 관리를 해주는 것이다. 

의료사협은 '지역의 주치의'를 표방하며 의료현장에서 환자들과 만났다. 5분 진료로 상담 회전율을 높이는 대신, 환자 개개인마다 충분한 상담을 나누고 단순 검진에서 끝내지 않고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낮에 진료 받은 아이가 걱정돼 밤10시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항생제 오남용으로 불안에 떨던 보호자에게 1시간 가량 설명을 통해 이해시켜주며 '누구나 진료받을 권리가 있다'는 환대문화를 만들어왔다.
 
의료사협의 확장, 그리고 어려움
어렵게 의료진을 꾸려 의료기관을 개원했지만, 협동조합적 진료는 쉽지 않았다. 의사의 진료 스타일과 의료소비자인 조합원의 요구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반복됐다. 민간의료기관의 과잉진료에서 탈피해 적정진료를 처방하는 의사에 대해 조합원들은 어색해했다. 당시 의료기관에서의 적정진료는 상당히 앞서 나간 정책이었다.

진료 수입이 많지 않다 보니, 초기 의료기관 개설에 투자한 비용 상환과 인건비 등 고정지출을 충당하는데 어려움이 따랐다. 새로운 매출 증대를 위해 단구동과 일산동에 제2진료소를 개원했지만,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몇 년 후 문을 닫아야 했다. 의료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경영난 등으로 병원장이 자주 바뀌면서 휴·폐업이 반복됐으며, 밝음한의원은 결국 2016년 폐업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의료사협은 의료 외에도 다양한 복지사업을 진행해왔다. 일본의 생협을 벤치마킹한 노인장기 요양기관 '길동무'는 의료, 방문간호, 방문요양, 방문목욕 등 어르신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원했다. 이후 2008년 노인장기 요양법이 제도화되면서 재가장기요양기관 설립으로도 이어졌다. 

비슷한 시기 진행한 교육문화워커즈 '멋살림'은 교육과 문화에 전문 역량이 있는 여성 조합원들이 많이 참여해 노동부 사회적 일자리 지원사업과 연계한 활동을 지속했다. 이를 기반으로 2006년 밝음지역아동센터와 2008년 위스타트 강원도 마을을 시작하며 아동 돌봄으로 확대해나갔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만들어지면서, 의료사협에서 해왔던 다양한 사회적 가치 활동들을 인정받아 강원도 최초로 사회적기업 1호로 인증받게 된다. 그러나 의료사협은 협동조합 기본법 전에도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었고, 그것은 의료기관 운영을 넘어 교육, 문화, 주거 등 복지사업,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통한 거버넌스 기능으로 새롭게 요구되는 지역사회의 필요를 충족하려는 활동을 시도해왔다. 

찾아가는 의료서비스의 시작
2014년 7월 조합은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 이것은 의료기관이 단순히 의료소비자 중심이 아닌, 의료 이해관계자 여러 사람의 참여 속에서 운영 된다는 획기적인 전환인 된다. 곽병은 원장의 주도하에 '빈곤층의료지원자원봉사의사회(빈의자의사회)'가 구성되어 의료비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한 사각지대 의료 빈곤층을 지원하는 사업 역시 이때 시작했다.

조직의 전환으로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의료, 복지, 돌봄을 합친 새로운 통합돌봄 체계인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를 지향하게 됐다. '장애인 건강주치의시범사업 서비스'와 '농촌 지역 의료사각지대 건강지원사업'이 그 마중물이 되었다. 특히, 농촌 지역 의료사각지대 건강지원사업에 주력해 2016년부터 비용을 책정해 주 1회 왕진을 나갔다. 왕진은 진료 외적인 부분까지 의사가 관심을 갖게 하는 총체적인 돌봄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와 연계한 성과 사업으로 '건강반장'도 함께 진행했다. 건강반장은 '노노케어'라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변형해 노인이 지역의 어르신 및 마을의 건강을 돌보는 사업이다. 판부면 서곡4리에서 시작했던 건강반장은 다른 농촌 지역에도 확대되면서 현재까지 잘 유지되고 있다.

이 시기 제도적으로도 의료기관 내에서 외래중심으로 진료를 보는 방식에 변화가 생긴다. 고령 사회 문제 및 다양한 의료서비스의 욕구들이 발생하면서 찾아가는 의료서비스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즉, 조합이 외부 지원으로 자체적으로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를 개척하고 있던 시기에 정부에서도 새로운 의료서비스 수가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도하면서 그 시기가 맞아떨어졌다.

당시 민간에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기관이 드물었던 실정이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시범사업 수가를 매길 때 의료사협에 자문을 얻는 등 '찾아가는 의료서비스'의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의료사협은 추후 찾아가는 방문 구강 사업, 방문 재활 사업 등 의료 분야를 넓혀 나갈 예정이다.

앞으로의 20년을 고민하는 지금, 의료사협은 두 가지 키워드로 조합의 비전을 설명한다. 첫째는 '주치의제'이다. 의원급을 넘어 병원급 주치의제도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의료협동조합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의료기반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실현'이다. 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이 의료기관의 통합돌봄체계 안에서 함께 관리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광희 이사장은 "의료사협의 지난 20년은 대안적 의료기관 사업으로 의원과 한의원을 운영하다 사회적 일자리사업으로 농촌재가사업을 개척하여 노인장기요양사업으로 발전시켰고, 지역아동센터와 위스타트 사업으로 의료와 복지가 연결되는 구심점을 개척하는 시간이었다"며 "그 토대 위에 반석을 세우기 위해 의료와 복지와 통합, 존엄한 돌봄을 위한 의료의 역할, 지속 가능한 의료협동조합적 시스템 만들기 위해 주어진 또 다른 20년의 세월 역시 잘 이끌어가겠다"고 전했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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