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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년 도시 역사 품고 있는 성전

박종수의 원주 문화유산 썰-원주역사박물관 박종수 원주시 학예연구관l승인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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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시 봉산동 원주역사박물관 부지에 있었던 최규하 대통령 생가. 원래 최규하 대통령이 살던 집은 초가를 개량한 스레이트 지붕으로 허물어져 없어진 것을 1999년 원주시에서 기와집으로 복원하였다. 사진은 1988년 촬영한 것이다.

2000년 11월 14일, 원주 시립박물관이 처음 문을 연 날이다. 필자가 태어난 생일은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었지만, 2000년 이후 박물관 개관일은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서른여덟 젊은 나이에 원주 최초의 박물관장으로 개관을 맞이한 영광 때문은 아니다. 

원주 역사박물관 개관은 필자에게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았다. 박물관 건립과정에서 겪은 공직 경험은 박물관을 수십 번 다녀온 실무자의 의견보다 한두 번 지나쳤을 뿐인 정책결정자의 지시를 절대 진리로 신봉하는 불합리한 의사결정, 도시의 미래보다 정무적인 고려가 우선되는 조직문화에 부딪혀 깨지고 상처받는 과정이었다. 필자와 함께 공직 생활을 한 몇몇 동료들은 말했다. 적당히 타협하라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난 돌이 정 맞는 것처럼 부서진다고. 

원주박물관은 아무런 준비 없이 문을 열었다. 전시할 유물 한점 없었고 박물관 운영을 경험한 전문가도 없었다. 도시 외곽 주택가에 지어진 2층 콘크리트 건물이 전부였다. 그 건물은 최규하대통령의 기념관을 짓기 위해 마련한 부지에 세워졌다. 최규하대통령이 5공 청문회에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 단체에서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자 원주시에서는 당초의 기념관 건립계획을 시립박물관 건립으로 계획을 감추고 현판을 바꿔 단 것이다. 최규하대통령도 전두환 세력의 무력에 의해 대통령직을 물러났으니 피해자 중 한 사람이다. 결국 원주역사박물관은 온당치 못한 정쟁이 낳은 행정의 오류이다.

공공 건축물은 개인 건축물과 다르다. 건축주의 취향과 편의보다 사용자인 주민의 편의를 먼저 살펴야 하고 건축 목적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곳을 터로 삼아야 한다. 원주역사박물관 부지 7천460㎡에는 최규하대통령이 유년 시절을 보낸 생가터 325㎡가 포함되어 있다. 원주시가 봉산동 삼광택지 일부를 문화시설 지구로 지정하고 최규하대통령 기념관 건립계획을 구체화하자 1994년 12월 최규하대통령이 원주시에 생가 부지를 기증한 것이다. 그러니 현재 원주역사박물관 부지는 최규하대통령 기념관으로 적합한 곳이다.

일반인의 눈에 박물관은 유물이 나열된 단순한 전시장으로 보일 수 있지만, 유리 진열장은 빙산의 일각이다. 박물관 수장고에는 진열장의 진열품보다 수백 배의 유물이 보존되어 있고 세월이 지남에 따라 유물은 끝없이 증가한다. 따라서 증축의 여지가 있는 부지를 선정하는 것이 박물관 건립의 기본이다. 박물관의 기능 또한 눈에 드러나는 전시 외에 자료의 수집과 보존, 연구, 사회교육 등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박물관은 공연장, 카페 기능까지 갖추고 청소년들이 꿈을 키우는 건전한 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원주역사박물관은 2000년 개관 이후 3만5천여 점의 유물을 수집하여 수장고는 이미 포화상태이다. 도내 공립 박물관 중 유일하게 보존처리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박물관 활동을 통하여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들이 있다. 비록 도시의 겪에 어울리지 않는 협소한 건물이지만 그동안의 박물관 활동은 훌륭한 박물관을 만들기 위한 준비과정이라 생각한다. 

박물관은 도시가 성장해 온 수만 년 동안 축적된 도시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성전이다. 이제 시민들이 모여 원주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이야기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성소를 마련해야 할 때다. 새로운 박물관이 전시와 공연은 물론 청소년과 시민들이 즐겨 찾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기능한다면 청소년들에게 절대 부족한 문화공간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가 바라는 원주 시민의 성전이고 성소이다.


박종수 원주시 학예연구관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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