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원주의료사협)이 2002년 5월 4일 창립되어 20년이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의료협동조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20년을 맞으며 역사적 의미와 전망을 시민들과 공유해 보려고 한다. 

 지난 2년 넘게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엄청난 고통과 불편을 겪었다. 많은 사람이 전염병과 사람, 삶과 환경의 문제 등에 대해서 새로운 고민을 했다. 의료협동조합 관계자로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공공의료기관의 부족으로 안전하면서 안심할 수 있는 의료체계가 확보되지 않은 현실이다. 

 더 비극적인 것은 앞으로도 공공의료체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민간의료기관 중심이다. 그러다 보니, 공공적 성격의 보건예방 활동이나 전염병에 대한 의료서비스는 공공적 성격보다는 시장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공공의료로서 국가의 역할은 부족하고, 시장에만 맡기기에는 뭔가 불안하고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 협동조합의 힘이 필요하다. 원주의료사협은 이런 국가와 시장의 역할 부족과 공백 속에서 생겨났다. 

 협동조합은 지역 주민의 필요와 염원으로 조직된다. 20년 전에는 환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주치의와 같은 의료인과 함께 대안적 의료기관을 운영하기 위해서 시작됐다. 이제는 더욱 의료협동조합의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그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만들었고, 앞으로 고령사회에 대비하여 의료와 복지, 돌봄이 통합되는 서비스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우리 조합의 의미는 더욱 새롭게 부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조합은 2015년부터 자체 비용으로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를 개척해 왔다. 방문진료(왕진), 방문간호, 방문구강, 방문재활 등 건강보험에 의료수가 체계가 없던 의료서비스도 자체적으로 시작해 이제는 시범사업으로 수가화 되는 과정에 있다. 우리 조합은 지역사회 의료와 건강,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척의 역사를 이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 역사는 시대의 필요와 맞아떨어지면서 제도화되어가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활동이 건강반장의 활동으로 지역 주민이 동네의 의료와 건강 문제를 중심으로 의료인과 소통 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노인 일자리도 창출한다는 것이다. 의료와 건강의 문제를 의료기관 안에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공유하면서 해결해 가는 것이다. 우리 조합은 이런 활동을 통해 의료기반 통합돌봄의 모델을 개척할 것이다.

 원주의료사협은 새로운 20년의 비전을 구상하고 있다. 의료와 복지, 요양과 돌봄이 통합돼 건강할 때는 건강을 지키고 의료적 필요가 있다면 집과 의료기관, 요양시설 등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으면서 건강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조합원과 지역 주민의 웰빙을 만들어가면서 고령에 따른 의료가 필요하다면 웰다잉을 존엄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요양시설에서 무기력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퇴원하는 요양원을 만들고 언제든지 집과 시설을 오갈 수 있는 경계가 사라지는 의료와 돌봄의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 조합은 지난 20년을 개척해 온 것처럼 앞으로의 20년도 새로운 의료와 건강, 돌봄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개척의 길을 걸을 것이다. 협동조합은 늘 새로운 필요를 발견하고 그 필요를 지역주민과 함께 조직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열매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지난 시간처럼 앞으로의 20년도 원주 시민과 함께할 것이기에 아낌없는 지지와 격려를 부탁드린다.

이광희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