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오키드호텔에서 열린 원주 의료기기 일자리 기업 간담회. 유니스파테크(주) 이정동 대표가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인재 키울 수 있는 인프라도 없어
원주 상생 일자리 모델 구축 계획

"사람을 더 뽑고 싶어도 뽑을 사람 자체가 없습니다." 지난 15일 오키드호텔에서 열린 원주 의료기기 일자리 기업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다. 제조업체 인력난 때문에 기업 성장에 한계를 맞고 있다는 것. 구인난은 오래된 지역 문제임에도 시원스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원주의료기기 산업만 하더라도 매년 300명 이상의 신규인력이 필요하다. 연세대나 상지대, 강릉원주대 등으로부터 인력을 공급받아야 하지만, 졸업 후면 서울이나 경기도, 자신의 고향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다. 인력을 다수 채용해 생산을 늘리고 싶어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싶어도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이유다. 

간담회에 참석한 멘피스코리아 김창보 대표도 이를 지적했다. 그는 "최첨단 제품, 혁신제품을 만들어야 기업가치가 높아지는데 원주는 그런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인프라가 정말 없다"며 "의료기기에 특화된 전자공학 인재를 지역사회가 양성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행사에 동석한 유니스파테크(주) 이정동 대표도 김 대표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엔지니어가 없다 보니 실질적으로 쓸 사람이 없다"며 "실업계고 졸업생을 데려다 6개월, 1년을 가르쳐도 얼마 되지 않아 이직하고 만다"고 말했다. 

구인난은 중견기업도 힘든 부분이다. 오는 10월 서울에서 원주로 이전하는 (주)네오바이오텍은 400명 가까운 인력을 거느리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 인력이 원주 정착을 꺼려 대규모 인력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주)네오바이오텍 한동희 본부장은 "대기업이 아닌 이상 신입사원을 대거 뽑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도 "원주엔 이마저도 인력이 없어 난감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종업원 400명 중 150명이 밀링 선반과 관련한 일에 종사한다"며 "지역 대학이 업체와 협력해 미리 사람을 훈련시키면 인력 채용은 쉬워지고 기업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질적인 중소기업 구인난이 우리 업체들의 낮은 임금 수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서울·경기도와 비교해 근로소득이 낮아(14면 관련기사 보도) 젊은 인력들이 원주를 떠난다는 것.

실제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소득(2020년)은 3천440만 원에 불과했다. 강원도와 인접한 서울은 4천380만 원, 경기도는 3천890만 원으로 최소 수백만 원 이상 차이를 보였다. 중소기업에 취직할 마음이 생겼어도 이왕이면 연봉을 더 많이 주는 쪽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같은 업종 내에서 회사를 이리저리 옮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임금을 더 많이 주는 쪽으로 이직해 기업체의 연속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이정동 대표는 "업체끼리 밀당하는 것도 아니고 '얼마 더 줄까' 해서 사람을 데려오는 것은 굉장히 치사하다"며 "이렇게 해선 원주가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시와 (사)강원의료기기산업협회, 원주시노사민정협의회는 이날 제기된 일거리 문제를 취합해 원주만의 상생 일자리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전라도 광주나 강원도 횡성처럼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 모델을 발굴하겠다는 것. 올해 10월 정부에 원주 사업 모델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