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론면이라는 곳도 있나요? 부론에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처음 들어본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아마 원주시민들 중에서도 부론이라고 들어보기는 했는데, 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분도 있을 겁니다.

 부론은 매우 아름답고 유서 깊은 역사의 발자취를 간직한 채 아주 잘 있습니다. 앞으로는 부론강(부론 앞으로 흐르는 남한강을 부론강이라고 부름)이 유구하게 흐르고, 뒤로는 부드럽고 유순한 등을 가진 나지막한 산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걷기만 해도 마음이 고요해지고 편안해집니다.

 천년고찰 법천사지와 거돈사지가 있고 섬강과 부론강이 합수하는 은섬포나루에는 조창이었던 흥원창이 있어서 고려와 조선중기까지 수많은 배들이 들락거렸던 곳으로 원주 상권의 중심이 부론이었다는 걸 알려주고 있죠. 법천사지와 거돈사지는 흥법사지와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해 놓은 곳으로 내년이면 국보 101호이며 세계에서도 화려하고 아름답기로 이름난 지광국사현묘탑이 법천사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부론면민들은 마음 정갈하게 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론에 역사적 인물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홍길동을 쓸 수 있게 만든 허균의 스승 손곡이달, 정약용이 정신적 스승이라고 눈물로 시를 지어 올린 정시한,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이 손곡에서 유배를 당하면서 흘렸던 눈물, 동인의 대표 김효원이 살았고, 한명회, 서거정, 권람이 법천사지에서 수학을 하고, 임경업장군과 이괄 장군이 어린 시절을 보내며 많은 일화를 남긴 곳이기도 합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부론은 3.1 만세 운동이 원주에서 처음 일어난 곳으로 현재는 각 분야의 예술인들이 스무 명 넘게 들어와 각자의 예술적 기량으로 문인 정신이 드높았던 부론의 정신을 예술로 승화시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참 알 수 없습니다. 모든 지역이 자신들 지역을 알리기 위해 역사 인물 발굴에 혈안이 돼 있습니다. 부론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부론 전체가 유적지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왜, 원주 역사문화의 얼굴로 내세워야만 하는 부론을 이토록 사람들이 모르게 내버려 둔 것일까요.

 올해 팔 월 초쯤 부론의 법천사지와 거돈사지에 유물 박물관이 개관해서 기대가 큽니다. 지난해에 거돈사지 앞에 있는 폐교를 유물전시관으로 만들면서 편안하게 거닐 수 있는 공원과 북카페도 만들었습니다. 원주역사박물관에서 부론을 방문한 사람들이 차 한 잔 나누며 부론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도 신문지상을 통해 알려왔고요. 부론 사람들은 박물관의 노력에 고마워하며 기대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부론에는 부론시내에 모여 있는 음식점 말고는 각 유적지를 돌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부론예술인들은 부론이 얼마나 아름답고 역사적으로 소중한 곳인가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북카페에서 북콘서트, 정기연주회, 그림전시회, 시낭송회 등등 여러 예술 행위를 열어서 한 번 찾아온 분들이 다시 찾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다 만들어 놓은 북카페를 열지 않겠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부론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됩니다. 원주시가 나서서 부론을 자연과 상충되지 않게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원주가 이렇게 유서 깊은 유적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원주에 이런 역사적 인물들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도록 말이 아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각고의 노력을 통해 복원해 내야 합니다.

 일단 시급하게 원래의 계획대로 거돈사지에 민간 위탁의 길을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부론을 찾아주는 분들에게 부론을 제대로 알리고 더 많은 분이 방문할 수 있도록 문화의 장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북카페를 역사가 살아 있는 품격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든다면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겁니다. 부론의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첫걸음이 될 수 있도록 반드시 민간위탁의 길을 열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