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8년 후면 국내 내연기관 부품업체의 30%가 폐업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달 펴낸 '전기자동차 확대에 따른 자동차 부품산업의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언급한 것. 구조조정은 가시화되어 가는데 절반 이상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전 세계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456만 대였다. 이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5.7%에 불과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도 전체 판매량의 2.3%(182만 대)에 그쳤고, 수소전기차는 1만5천 대만 판매됐다. 판매량만 보면 전체 생산차 비중의 10%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전기차 등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시간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 10년간 순수전기차 성장률은 연평균 6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수소전기차의 연평균 성장률 역시 70.3%, 144.9%를 기록했다. 친환경 자동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돼 버렸다. 

문제는 전동화로 인한 부품산업의 소멸이다. 자동차는 크게 차체와 동력발생장치, 동력전달장치, 조향장치, 현가장치, 제동장치, 전기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면 내연기관 부품업체는 물론 그와 관련한 흡기·배기장치, 연료펌프 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2015년 456만 대에서 지난해 346만 대로 줄어 부품업체들의 경영상태가 극도로 나빠졌는데, 전기차 확산까지 가세하면 생존 위협에까지 몰릴 수 있는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 김호건 책임연구원은 "내연기관 부품기업 수는 2019년 2천815개에서 2030년에는 1천970개가 될 전망"이라며 "2030년까지 800여 곳이 줄어드는데 엔진 부품기업 수 감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은 심각하지만, 국내 부품업체의 절반 이상은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부품업체의 56.3%가 '친환경 자동차로의 시장 전환에 대비하지 않고 있다'라고 응답한 것. 친환경 차 산업으로 진출한 기업의 54.2%도 수익 발생 전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호건 연구원은 "미래차 전환과정에서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업체 간 인수·합병, 협력 등으로 부품산업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시는 꺼져가는 지역 자동차 부품산업을 살리기 위해 디지털융합 자동차부품 혁신지원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추진하는 사업이다. 2025년까지 한라대에 부품개발실, 연구실 등을 갖춘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10종의 부품 장비를 구축할 것이라 밝혔다.

이를 위해 170억 원이 투입된다. 조종용 원주시장 권한대행은 "원주시 전략산업인 자동차부품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 부품기업 100개 유치를 목표로 사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혁신지원센터가 완공되면 ▷디지털융합 소재·부품 개발 ▷시제품 제작 ▷부품시험·평가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자동차부품 제조기업의 산업 구조를 개편하고 경쟁력을 증진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