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청불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800만 명의 구름 관객을 동원한 영화 '친구'의 스테디셀러 명대사는 "느그 아부지 머하시노?"이다. 그 당시엔 다른 명대사에 묻혀 그다지 세간의 화제가 되지 않았으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완전 역전되어 최근까지도 이 멘트를 날린 배우가 광고에 등장하고 있고, 영화 '친구' 하면 이 대사가 떠오른다.

 아버지의 직업이 자녀에 대한 평가 기준이 되었던 그 당시 상황이 지금까지 아빠 찬스, 엄마 찬스로 이어져 왔고, 그 웃픈 현실이 대중들의 큰 공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먼 미래를 바라보며 탄생시킨 명대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쳐 간다. 

 공정이라는 시대정신과 상충하는 상황이 대한민국 곳곳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그 틈바구니를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서 남들보다 편하고 손쉽게 살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나는 원주 출신이 아니다. 나의 고향은 부산이고, 20대 초반 서울로 유학을 갔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다녔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게 원주를 제2의 고향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 

 원주에 정착해 살면서 기존 삶과 비교해서 가장 이질적이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처음 본 사람들이 "고등학교 어디 나왔냐?"라고 묻는 것이었다. 기존까진 누군가와의 첫 만남에 이런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많이 당황했다. "내가 나온 고등학교를 말해도 모를 텐데,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순간적인 고민을 한 적도 많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나 원주 출신 아니에요." 한마디로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지혜를 터득했다. 

 강원도 18개 시·군 중 원주는 그나마 지역색이 가장 옅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가끔 발생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학연, 지연, 혈연으로 똘똘 뭉친 지역주의를 타파하지 않고서는 50만을 넘어 100만 도시로 확장하는 원주시, 그것은 한낱 허상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원주시는 토박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인구의 30% 선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나머지 70%도 어디서 어떻게 살다가 왔던 간 엄연한 원주시민이다. "도대체 뿌리 깊은 지역주의 시작은 어디일까?"라는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밀려온다. 과거 정치권이 만들어낸 영·호남 지역갈등, 그 연장선에서 본다면 원주는 단연코 출신 고교에 따른 보이지 않는 강력한 장벽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강원도 제일의 도시인 원주부터 지역주의를 혁파하는 데 앞장서야 할 시점이다. 그 시작점은 원주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 원주시청 내 동문회 폐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원주시청은 특정 고교 출신이 주요 요직을 독식하고 있다. 이로 인한 폐해로 거기에 끼지 못하는, 대다수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은 일할 의욕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기대하는 36만 원주시민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민선 8개 새로운 시장을 맞이하게 된다. 오랜 줄서기 문화로 조직 내 위화감을 조성하여 조직 통합을 저해하는 동문회 폐지에 대한 결단은 차기 원주시장의 몫으로 남겨두며 글을 마무리한다. 

문성호 원주시청 공무원노조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