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검증의 시간이 왔다. 6.1 지방선거 당선자들에 대한 검증의 시간이다. 당선자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원주시 발전과 시민 복리 증진을 위한 핑크빛 공약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찍을 사람을 선택하는 유권자의 기준은 다양했겠지만 그중 공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컸을 것이다.

 그래서 이젠 당선자들이 화답할 차례이다. 당분간은 시민들의 눈과 귀가 당선자들의 입을 향할 것이다. 당선자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뉴스로 가공돼 전파되거나 SNS를 통해 시민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지난 선거운동 과정에서 언론사들은 후보자들의 공약을 시민들에게 액면 그대로 전달하는 통로 역할에 그쳤다. 언론사에서 후보자 공약을 제대로 검증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허황한 공약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이를 신문 지면이나 방송 화면으로 내보내는 건 고도의 판단력을 필요로 한다.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선거운동 기간이 13일로 짧은 것도 검증을 어렵게 만든다. 

 비겁한 변명이라도 질타하더라도 언론이 처한 환경의 한계이자 우리 정치의 현재 수준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당선자가 결정된 만큼 당선자가 제시했던 공약을 집요하리만치 파고들어야 한다. 언론사는 물론이거니와 가능한 많은 시민이 관심을 기울여야만 당선자들의 공약이 현실이 될 수 있다. 

 특히 시장 당선자의 공약에 대한 검증은 치열한 고민과 냉철한 판단이 필수적이다.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를 준공영제로 전환하거나 주민세를 인하하는 등 막강한 권한이 시장에게 부여된다. 낙선한 후보의 공약도 잘 들여다 봐야 한다.

 시민을 위한 공약이라면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문제는 모든 공약을 지키기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쏟아낸 공약을 모두 이행한다면 원주시는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임기 4년은 길지 않다. 공약의 옥석을 가려야 한다. 

 도저히 지킬 수 없는 공약이라면 시민들에게 용서를 구한 뒤 변경하거나 삭제해야 한다. 또한, 각각의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오는 7월 1일 민선 8기 출범 때 향후 4년간 로드맵을 시민 앞에 보여야 한다. 도·시의원 당선자들도 마찬가지다. 당선의 기쁨에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선거운동 못지않게 치열한 고민을 거쳐 공약 이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당선자들은 임기가 4년만 보장되는 계약직이다. 4년 뒤 있을 지방선거에서 다시금 선택을 받으려면 계약 첫 번째 조건인 공약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지방선거 후유증이 없을 순 없다.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건 당선자 몫이다. 낙선자들도 시민의 자원봉사자를 자처했던 사람들인 만큼 앙금을 훌훌 털고 일어서야 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정당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원주시당'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원주 발전과 시민 행복이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