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두 차례의 큰 전쟁을 치르며 인류의 존립을 걱정하게 되었다. 그 결과 세계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고 국제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국제기구를 설립하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국제연합(UN)의 탄생 배경이다. 우리는 국제기구를 통해 세계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미래세계를 꿈꾸었다.

 또한, 과학과 통신·교통기술의 발달이 지구촌(Global Village)을 더욱 가속화하여 인류가 쉽게 왕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렇게 되면 근대의 산물인 국민국가는 소멸하고 인류는 평화롭게 공존하며 국가 중심의 역사서술은 세계와 지역 중심의 역사서술로 변경될 것이라 예견했다.

 그러나 근자에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간의 패권 경쟁, 중동의 IS(Islamic State) 사태, 일본의 역사 왜곡과 군사화 움직임 등을 경험하면서 인류의 이상과 현실은 온도 차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당분간 세계는 신뢰·협력이라는 이상보다는 자국의 힘을 기르는 현실을 택할 것이며, 근대의 산물인 영토와 민족이 희석되기보다 더욱 강화되기도 하고 분열되기도 하는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을 만나고 교감하는 시간이 제약되면 될수록 우리 인간은 더욱 고립화의 길을 가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분야의 학문도 그렇겠지만 역사 공부는 행복감이 높다. 인간에 대한 시선도 그윽하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다양한 해석을 펼칠 수 있다는 것에서 아주 큰 만족감을 준다. 때로는 작은 단서 하나가 새로운 해석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역사의 큰 흐름을 읽어내면서 우리 역사와의 차별성과 동질성을 파악할 수 있다.

 역사 공부는 우리가 학교에서 시험을 위해 외우던 연표와 사건의 종합이 아니다. 현재와 미래를 위해 공간과 시간에 투자된 인간의 노력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때문에 미래가 불확실하면 할수록 역사 공부는 가치를 더욱 발휘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역사 공부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현장감 없고 분석하지 않는 역사교육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사는 시험과목이라는 인식 때문에 역사교육의 필요성과 본질이 변하게 되고 그 결과는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역사의 참 의미를 인식시키고 긍정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해답은 바로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유적이 있다. 구석기시대의 동굴유적, 신석기시대의 집자리유적은 물론 다양한 불교 관련 유적 등등 실로 다양하다. 이런 측면에서 원주는 역사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원주는 팀마샬이 '지리의 힘'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한반도의 중심에 있다. 때문에 역사의 중심에 위치하며 사람들과 물류의 이동을 촉진했다.

 원주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에는 북원소경이 되었고, 고려의 성립을 촉발하였다. 고려가 성립한 이후는 불교국가의 이념에 따라 큰 규모의 사찰들이 번성하였다. 조선시대에는 감영이 설치되어 정치, 경제, 문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의 원주가 중부내륙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중심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원주의 역사는 대한민국 역사의 핵심이다. 때문에 원주에는 다양한 역사 관련 시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원주시역사박물관이다. 원주시역사박물관은 원주시의 역사적 변화를 설명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현장교과서이다. 구석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원주와 원주사람들의 성립, 변화, 발전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반곡역사관은 원주혁신도시 조성과정에서 발견된 유적과 유물들을 설명하기 위한 시설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기획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이외에 임윤지당선양과 조엄기념관 등이 원주 인물과 관련된 대표시설이다. 이들 시설은 원주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원주정신'을 인물들을 통해 반추해 볼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최근 원주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또한 원주의 가치를 알리는 효과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자긍심을 키워주고 지역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주요한 교육공간이 될 것이다. 법천사지는 우리나라에 잔존하는 고려시대의 폐사지로서 가장 큰 규모를 가졌다.

 고려를 대표하는 사찰로 위상이 높았고 많은 선지식들이 세상의 안온과 평화를 위해 진리를 닦던 곳이었다. 이름 그대로 진리가 샘솟는 이상향의 원천이 되는 곳이었다. 또한, 지광국사탑과 탑비는 불교국가 고려가 가장 번성한 시기에 만들어 졌으며, 고려사람들의 인식이 생동감 있게 표현되었기 때문에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거론되고 있다.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이 건립되어 원주의 진면목이 더욱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벅찬 기대만큼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박광식 원주시역사박물관문화재 팀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