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강수 국민의힘 원주시장 당선자가 2일 새벽 당선 축하인사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강수(52) 후보가 당선된 건 힘 있는 집권당 시장을 앞세워 안정적인 도시 발전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2년간 원주를 역동적으로 발전시킨 더불어민주당 원창묵 전 시장의 업적은 인정하되 이제는 국민의힘 후보로 바꿀 때가 됐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운동 초반, 원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 구자열 후보와 비교해 열세로 여겨졌다. 구자열 후보는 10년 넘게 정치 현장에 머물면서 탄탄한 기본기를 쌓아 올렸기 때문이었다. 반면 원 당선자는 상대적으로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 이력은 9대 강원도의원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주을 당협위원장을 역임한 게 전부였다. 강원도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외에는 시민들이 체감하는 정치 현장으로부터 거리감이 있었다.

그러나 원 당선자가 재야에 머물면서 정치에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원주시민 공감연대와 원주시정연구원을 설립, 각각 대표와 원장을 맡으면서 당시 원창묵 시정을 날카롭게 견제했다. 원창묵 시정의 실정으로 평가받는 정책에 강도 높은 비판 성명 등을 통해 목소리를 키웠고, 이를 통해 당내 결집력을 구축했다. 또한, 릴레이 헌혈생명 나눔운동, 저소득층 소화기 보내기 운동, 원주천 정화 활동 등 사회운동을 전개하면서 존재감을 부각했다.

원 당선자의 선거 캠프에 유독 소시민, 소상공인이 몰렸던 건 원 당선자의 살아온 이력을 말해준다. 사회 주류계층보다는 평범한 시민들 곁에 머물렀고, 이번 선거에서 2천 명 규모의 메가톤급 선거 캠프를 꾸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선거운동 초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원 당선자의 지지율이 낮았다.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악재도 있었다. 국민의힘 시장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이강후 전 국회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했을 때였다. 당시엔 구자열 후보의 무난한 당선이 예상됐지만 이강후 전 국회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철회하면서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끝내 선거 판세를 뒤집고 원 당선자가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선거운동 종반으로 갈수록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한 영향이 컸다. 힘 있는 집권 여당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고, 이는 결정적으로 원 당선자의 지지로 연결됐다. 이번 선거에서 도의원 8석 중 5석, 시의원 24석 중 13석을 국민의힘 후보자가 당선돼 원 당선자는 시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

그러나 지금은 원 당선자가 승리에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그동안 꿈꿔왔던 원주시 미래 비전을 담은 공약의 무게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는 여전히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경제 상황을 바닥을 찍고 있다.

대표 공약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이다. 이를 통해 10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시키고, 163조 원의 경제 효과를 일으키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와 어떻게 접촉하고, 어떤 방식으로 반도체 공장을 유치할지 이제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노력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얼버무릴 사안이 아니다. 대표 공약이어서다.

초등학생은 전원에게, 중·고등학생은 단계적으로 1인당 매월 10만 원씩 교육비를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이들의 재능을 조기 발굴하고, 학부모의 학원비 부담을 경감하며, 지역 화폐 지급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노린다는 취지는 좋지만 막대한 세금이 매월 고정적으로 지출돼야 한다는 점에서 편중 지원이란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체육 분야 공약은 임기 내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면 규모의 축구장 단지와 비가림 농구장·풋살장, 테니스 실내 전용 경기장, 배드민턴 전용 경기장, 실내 사이클 파크, 체육회관 등 신설해야 하는 경기장을 비롯해 모두 16개의 체육 공약을 제시했다. 체육 분야에 예산이 편중되면 다른 분야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진다.

공공 산후 조리원, 어린이 예술회관, 대규모 어린이 실내놀이터, 어린이 동물원 등 여성과 아동을 위한 공약도 막대한 세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화물종합터미널 건립, 단계동 장미공원과 무실동 무삼공원 지하주차장 건설, 보훈문화회관 건립 등도 막대한 예산이 수반된다.

오는 7월 1일 취임에 앞서 인수위원회에서 이 같은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제시해야 한다. 또한, 원 당선자는 시청 7층에 위치한 시장실을 1층으로 이전해 민원실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공약해 시장실 이전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 당선자는 원주시 최초의 기자 출신 시장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대성중, 대성고, 강원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YBN 영서방송 보도팀장으로 일했다. 9대 강원도의원에 당선돼 정치 활동을 시작했으며, 자유한국당 원주을 당협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원주시정연구원 원장과 원주시민 공감연대 대표를 맡고 있다. 가족은 부인 임소영 여사와 1남1녀.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