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의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39.7%로 2020년 보다 7.9%포인트,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보다는 17.2%포인트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률이 18.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골프장들이 얼마나 호황을 누렸는지 알 수 있다. 

 매출액도 크게 증가했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골프장 운영업을 주업종으로 한 법인사업자의 매출 과세표준은 5조9천1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5조1천262억 원보다 15.4% 증가했으며, 2018년에 비하면 31.1%(1조4천억 원)가 증가했다. 

 그렇다면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이 늘어난 만큼 세금을 냈을까? 2020년 골프장사업자가 낸 개별소비세는 1천836억 원으로 2019년의 1천934억 원에 비교하면 오히려 5.1%나 줄었다. 이유가 있었다. 현행법상 회원제 골프장은 개소세를 내야 하지만, 대중제 골프장은 개소세 면제 혜택을 받는다.

 결국 골프장 사업자는 회원제를 대중제로 전환하면서 세제 혜택을 누렸음이 확인되었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대원칙은 월급쟁이나 소상공인들에게만 적용될뿐 자본가 앞에서는 무딘 칼이 되고 만다. 자본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골프장을 하려는 이유이리라. 

 골프장 사업자가 토지수용을 할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2012년 12월 18일 '공공필요성이 인정되는 체육시설'로 개정되기 전까지는, 민간인이 시행하는 골프장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의 도시계획시설의 체육시설'로 인정되어 토지를 수용할 수 있었다. 예정부지 정 중앙에 시유지를 25% 포함한 주민제안서로 입안된 '구학리 여산골프장'은 이런 환경에서 가능했다. 사익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에 토지수용 권한을 인정하는 오류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강제하는 일관성 있는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골프장 인·허가상 가장 많은 민원과 의혹이 집중되는 절차는 환경영향평가와 산림조사다. 양자는 사업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대행업체를 선정하여 용역을 주고 조사를 하게 한다. 대행업체는 많은 경우에 인·허가를 쉽게 받도록 사실과 다르게 줄여서 기록하고 보고하기도 한다. 

 구학리 여산골프장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재협의안의 부실의혹, 즉 멸종위기종 동물조사가 부실하다는 의혹이 최근에 또 제기되었는데 이것이 좋은 예다. 산림조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개발 예정부지 내의 임목 즉 나무의 가슴높이 직경과 키(수고)를 측정하여 일정 면적의 울창한 정도를 ㎥로 나타내고 이 수치가 원주시 평균보다 높으면 개발에 부적합, 평균보다 낮으면 적합 판정을 받는다. 

 여산골프장은 2007년 사업자의 산림조사서가 사실과 다르게 조사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 도시관리계획 결정 취소 절차를 밟던 시기가 있었다. 2011년부터는 한국산지보전협회와 한국치산기술협회가 '산지전용 타당성' 조사를 오로지 맡아 하면서 민원이 줄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의 경우에도 조사 비용은 사업자가 공탁하고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에 위탁하여 조사하는 방안을 적극 수용할 것을 오래전부터 당국에 촉구하고 있으나 채택되지 않고 있다. 또한, 갈등과 의혹의 실질적 해소방안의 하나로 이의를 제기하는 주체들과의 공동조사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의회의 집행부에 대한 실질적 감시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2008년 5월 의회는 여산골프장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의견청취안의 심사보고 주요검토결과 제 3항에서 물부족사태와 교통문제를 지적하였고, 2015년 7월 의회가 시유임야 사용을 허가할 때에도 2008년 5월에 강조했던 용수부족, 지방도 안전문제 해결방안 대책을 또다시 부대조건으로 명시하였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시유지를 매각할 수 있고 소유권이 이전된 후에 사업시행하여야 한다는 조건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원주시나 사업시행자 어느 쪽도 구체적이고 명백한 대책은 없었다. 부대조건은 근거도 없이 사라졌으며 나무는 베어지고 중장비는 산을 파헤치고 있다. 의회가 집행부의 실질적 집행여부를 확인하고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규옥 신림면 용암1리 농민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