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출신지를 화두로 떠올리면서 나누는 얘기들이다. 굴러온 돌이라고 해서 박힌 돌을 못 빼낼 거야 없겠지만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고 주인 행세를 하려면 조건이 있다. 우선 지역의 정체성과 천년을 이어온 원주의 역사와 정서를 제대로 깨우치고 거기에 걸 맞는 언행이 수반되어야 하겠다.

 한반도 중심에 위치한 원주는 삼국시대부터 새로운 세력들이 부상하고 주도권을 장악할 때마다 지역을 개방하고 포용해야 하는 지정학적인 운명을 타고났기에 흔히 말하는 '텃세'가 없는 도시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최시형 선생이 은거할 수 있었고 동학을 전파했듯이 새로운 세력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공동체 사회를 구성했기에 협동조합의 시발지가 되기도 했다. 

 진보적 이념이 강했던 원주민들은 불의에 저항하고 정의를 위해 투쟁해 왔기에 근현대사를 통해 원주는 민주화운동의 메카가 되기도 했다. 오랜 세월 원주민들은 저항과 투쟁을 반복하며 정의와 평화,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며 수준 높은 중부내륙의 거점도시로 발전시켜왔다. 

 한정된 지면을 통해서 '굴러온 돌들'에게 원주를 가르칠 생각은 없다. 다만 치악산 골짜기마다 배어있는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줄 알아야 하고 유유히 흐르는 섬강의 물길을 아우를 줄 알아야 하기에 최소한 박힌 돌들이 살아온 산하를 살펴보고 그곳에 어울리는 모양새로 뿌리 내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얘기다.

 솔로몬의 판결을 떠올릴 것도 없이 자신의 탯줄을 이 땅에 묻은 사람은 이 땅을 소중히 여기며 함부로 파헤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이 땅에 태를 묻지 않은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역으로 생각해 보자. 박힌 돌 입장에서 본다면 굴러온 돌은 눈총의 대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박힌 돌은 변화를 모르고 제자리에 안주하기 쉽다. 다시 말해서 박힌 돌은 터줏대감 행세로 정체될 수 있기에 굴러온 돌과 공존하면서 변화를 꾀할 수 있겠다는 발상도 해본다.

 다시 말하지만 원주민들이 흔쾌히 포용하고 삶의 터전을 함께했으면 원주와 걸맞는 언행이 따라주길 바란다. '텃세'가 없는 동네라고 해서 원주의 품격을 떨어뜨리지 말라는 뜻이다. 박힌 돌이건 굴러온 돌이건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는 뜻은 가상하지만 선거판에 내건 후보자들의 공약 내용이 원주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보는 이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면 원주의 수준은 과거로 회귀할 뿐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연과 학연, 혈연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지방선거를 치르고 나서 인구에 회자되는 '인천 명물' '춘천 명물'에 이어 '원주 명물'이 새롭게 탄생될까봐 걱정스럽다.

유창목 원인동 주민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