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귀래리를 찾았을 때 조그마한 시골 구멍가게, 마을 뒷산에서 채취한 송이버섯을 맛나게 먹었던 향이 지금도 입가에 맴도는 것 같다. 현재는 석산이 개발되면서 아득한 옛날이야기가 된 것이 좀 서글프기도 하고 강산을 이렇게 마구잡이로 파헤쳐도 되는가 싶다.

 2008년 귀래1리로 귀촌할 당시만 해도 먼 앞산에 조그마한 석산이 보이기는 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2년 전 퇴직 후 귀래에서 친환경먹거리로 가족형 농업에 종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귀래1리 주변은 사방이 5개 석산(경기개발, 광옥석재, 강원석재, 두원개발, 엘케이스톤)에 둘러싸여 있다. 소음, 미세먼지는 물론 하루에도 수백 대 대형 덤프트럭이 이동하면서 안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주민들 어려운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개발은 30년 이상을 석산에서 이익을 챙기고자 주민 반대를 뒤로 한 채 채석단지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이행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초안) 작성과정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 초안은 무효임을 주장하고 싶다. 환경영향평가법 제13조(주민 등의 의견 수렴)에 따르면 사업자는 개발 기본계획을 공개하고 주민 의견 수렴해 그 반영 여부를 공개하여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초안) 주민 의견 수렴기간(2021년 3월 15일~4월 14일 1개월)에 환경영향평가 협의회 심의의견에서 제시한 현수막 설치, 주민 설명회 등을 실시하도록 권장하였으나 업체 측은 이행하지 않았다.

 귀래 1리는 방송장치가 되어 있으나 관련한 방송 등도 실시하지 않아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지 않았다. 2021년 10월 18일자 원주시 보도자료 '원주 채석단지 지정 관련 환경영향평가 초안의 공람'에 적시된 "지난 4월 환경영향평가항목 등의 결정내용 공개에 따른 주민 의견수렴을 거쳐 환경영향평가서(초안)을 작성하였으며"라는 문구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주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헌법 제23조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와 환경영향평가법에 의거 재산권은 보장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석산개발사업에 따른 소음·진동·분진 등으로 피해지역 2㎞ 이내는 재산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하락 등에 대한 대책도 없다. 농업용 농기계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전용도로에 대한 대책도 전무하다. 업체 측은 석산개발로 이득만 취하려고 하고 있다.

 업체 측이 의뢰해 작성된 환경영향평가 초안도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 자연생태환경분야 내용에서는 각 항목별 복구방안이 현실적이며, 과학적인 저감 대책을 수립하였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인근지역 농산물피해에 관한 조사나 대책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여 농산물 피해가 예상된다. 발파, 소음, 분진 등에 의한 자연 생태계 파괴로 천적관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농산물 피해에 대한 대책 방안과 저감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농민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석산사업장에 골재운반 주요도로 4㎞까지 소음 등의 영향계측과 저감방안을 수립하도록 되어있음에도 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는 주요도로 주변 민가의 소음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의견이나 저감방안(방음벽 설치 계획 등)이 없어 주민들 삶을 피폐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채석단지 지정에 대한 원주시 의견을 존중한다. 원주시는 "채석단지 지정은 인근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영향이 있고 채석단지 지정 시 지금보다 많은 주민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현재 채취하고 있는 토석채취(2016년)가 어느 정도 끝나고 이에 따른 복구가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한 후에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며 "채석단지 지정은 지역주민의 건강에 유익하지 않고 수질·먼지·진동·소음 등 주민의 생활환경을 해치며 덤프트럭 운행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등 토석을 집단적으로 채취하는 것이 국토와 자연환경의 보전에 유익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지난해 4월에 채석단지 지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귀래(貴來)는 귀한 분이 오셨다는 뜻이 담긴 역사적인 고장이었음에도 현재는 사방이 석산과 대형덤프트럭만이 뿌연 먼지와 굉음을 내며 마을을 달리고 있다. 어떻게 해야 석산개발을 중지시켜서 청정 시골 마을로 복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이버섯 향이 나는 마을, 귀한 분이 찾는 귀래가 되기만을 기대해 본다.

이영인 귀래면 주민  wonjutoday@hanmail.net